선거운동은 득표활동이 아니다
당선되면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선거는 직접정치 실현의 최적기
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남긴 상처를 딛고 진보정당마다 설욕을 각오한 모양새다.
그런데, 보수와 싸우다 보수를 닮아 버린 걸까? 진보진영조차 낡은 선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운동은 득표활동이 아니다
선거 공간은 대중의 정치적 진출이 폭발하는 시기다. 그래서 진보정당에 선거는 변혁역량을 축성할 절호의 기회다.
평소 외면하던 대중이 선거가 되면 “그래 너희들 무슨 말 하는지 한번 들어나 보자”며 진보정당에 귀를 기울인다. 합법적인 대중 의식화 공간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평소 들어주지 않아 못했던 말들, 알릴 방법이 없어 전하지 못한 사연들을 마구 쏟아낼 수 있다.
대중도 마찬가지다. 말해봐야 들어줄 것 같지 않아 입 다물었던 고충 민원도 선거 때는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한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투표’라는 권리가 있는 유권자을 알기 때문에.
말로만이 아니다. 가령 진보정당이 그토록 외치던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도 선거운동 과정에 현실화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후보와 손잡고 선거운동 기간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한다면 민주노총은 조합원을 확대해서 좋고,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실천해서 좋으니,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민주노총이 전략 지역 진보정당 후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 형태의 선거운동은 ‘명망 있는 노조 간부가 유세차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진보정당 당원들과 손잡고 조합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이렇게 모인 조합원들을 교육해 당원에 가입시키면 된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청년유니온, 여성회, 농민회, 학생회 등 모든 대중단체가 펼치는 대중운동에 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진보진영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운동만큼 대중운동이 대중 자신의 운동(대중이 스스로 대중을 각성하고, 대중을 조직하는 것)으로 되는 예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단체 활동가는 ‘또 선거해야 하나?’라는 푸념 대신, ‘우리 단체의 역량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선거운동에 기쁜 마음으로 풍덩 빠져 보면 어떨까.
선거 때조차 대중운동을 전면화하지 못한 대중조직은 어쩌면 진보운동을 포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당선되면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선거에서 낡은 득표 방식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선거구일수록 더 많이 나타난다.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진보행정을 펼칠 수 있으니 어떻게든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정치는 애초에 대중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당선 후에 하겠다는 계산은 착오다.
특히 선거라는 결정적 시기에 대중운동을 폭발시켜 진보정치의 동력, 즉 주체역량을 구축하지 않으면, 단체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돼도 진보정치는 불가능하다.
결국 진보정당이 집권 후에 펼칠 정치를 선거 공간에 전면화함으로써 해당 선거구 주민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내세워 놓아야 당선도 되고, 진보 집권도 가능해진다.
선거는 직접정치 실현의 최적기
직접정치가 본디 ‘자신의 힘을 발견한 주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어, 주민 뜻대로 세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유권자가 ‘갑’으로 등장하는 선거야말로 직접정치를 실현할 최적의 공간이다.
사실 직접정치 구현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주민 자신이 힘 있는 존재라는 자각이 없는 문제다.
주민대회를 준비해본 지역이라면 이 의미를 알고도 남음이 있다.
직접정치의 최적기인 선거 공간에서 진보정당은 주민들 속에 깊이 들어가 직접정치를 본때 나게 꽃피워 보자.
‘우세우쓰(우리 세금 우리가 쓰자)’ 운동도 선거 때 더 잘되고, 주민투표도 선관위가 대신해주지 않는가. 진보정당은 고충 민원을 모아서 후보 공약으로 잘 담기만 하면 된다.
일부 지역에서 지금까지 잘해오던 직접정치를 ‘득표활동’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중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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