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일동포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파친코'가 화제다.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주인공의 사투리 말투가 정겹게 느껴진다. 주인공의 말투가 시대와 현실을 잘 반영했기에 드라마의 몰입감을 더해 준다.
드라마와 같이 현실의 우리도 각자의 말과 삶의 주인공이다. 말은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다. 말은 각자의 것이면서도 지역사회 혹은 언어공동체 전체가 같은 말을 공유하며 정서적 연대를 드러낸다. 같은 지역에서 널리 공유된 말들에는 지역에서만 쓰는 표현들이 있다.
지역사회에서만 쓰이는 말 중에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표현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차를 주차하다'와 비슷한 의미로 '차를 대다, 차를 세우다'를 쓴다. 그런데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차하다'는 뜻으로 '받치다'를 더 자주 말한다. '받치다'가 '주차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차를 어딘가에 부딪혀서 망가뜨린다'로 오해하기도 한다. '받치다'가 '주차하다'의 뜻으로 '차'와 어울려 쓰이는 데는 '차'의 한 종류인 '자전거(차)'를 세워 둘 때도 '받치다'가 쓰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차를 어떤 도로에 진입시켰을 때 "지금 고속도로에 차 올렸어"처럼 '올리다'를 선택한다. 지역에서 공유하는 '차를 받치다, 차를 올리다'라는 구성은 지역 말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파친코' 드라마 주인공이 말하는 '제가예, 아닙니더'와 같은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면 드라마의 정겨움과 사실감은 부족했을 것이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사람이 '차를 받치다, 차를 올린다'라는 말을 듣고 정겨움을 느낀다면 그건 오래전부터 이어오는 말의 끈으로 연결된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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