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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0일 수요일

[자유성] 줄임말 유감

 [자유성] 줄임말 유감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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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1   |  발행일 2022-04-21 제23면   |  수정 2022-04-21 07:10



얼마 전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난 맵찔이어서 매운 것을 못 먹는다"라고 말해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찌질이를 일컫는 신조어로 비하성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깨문'이 유행했다.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줄임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및 극단적 지지자들이 자신을 지칭하던 줄임말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여파로 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이름으로까지 변했다.

최근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검수완박'이 정치권의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의 줄임말인 '검수완박'에 대해 아직 시골의 상당수 어르신은 무슨 뜻인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검찰의 기소독점과 수사권은 그들의 권한을 무소불위로 만드는 바탕이기 때문에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나 권한 축소는 늘 거론돼 온 사안이다. 하지만 굳이 과격하게 강제로 빼앗는 어감의 '박탈'을 붙여가며 수사권 폐지를 해야 하는가에는 의문을 품는 국민도 있다.

'투쟁'이나 '쟁취' 같은 강경한 의미의 단어나 북한이 자주 쓰는 '무자비한 보복' 같은 심각한 대결 구도에서나 나올법한 말과 마찬가지로 '박탈'도 받아들이기가 편하지 않다. 이러한 말을 생산하는 정치권이나 받아쓰는 언론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지방선거 열풍이 커지면서 지역 정가에서도 특정 후보자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깨○' 식으로 부르곤 한다. 줄임말을 쓰고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것은 대세라고 하지만 조금 더 고상하게 표현할 수는 없는 걸까.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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