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없던 TV조선, 워싱턴 특파원 취재물 무단도용… 보도본부장 명의 사과문도 논란
-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 승인 2021.04.27 18:32
TV조선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한 윤여정씨 기자회견 생중계 영상을 무단 도용했다가 공개 사과했다. TV조선 기자는 기자회견 현장에 없었는데도, 방송사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이 합의한 영상 공유 원칙을 파기해 기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윤씨와 한국 특파원단의 기자회견은 한국 시간 기준 26일 오후 1시42분경 진행됐다. 윤씨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직후다.
기자회견에는 KBS, MBC, SBS, YTN, JTBC, 채널A, 연합뉴스TV 등 7개사 특파원들이 참여했다. 7개 가운데 4개사 영상 취재 기자 및 현장 인력들이 기자회견 생중계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4개사가 촬영하지만 취재에 참여한 7개사가 풀단을 구성해 함께 영상을 공유키로 했다. TV조선은 현장에 없었다.
그러나 TV조선은 기자회견 시간과 겹쳤던 뉴스 프로그램 도중 기자회견 생중계 일부를 내보냈다. TV조선이 오스카 시상식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어 타 방송사는 시상식을 생중계할 수 없었다. TV조선에 시상식 생중계 권한은 있지만, 윤여정 기자회견 영상 저작권은 없었다.
KBS, MBC 등 방송사들은 TV조선이 고의적으로 기자회견 영상을 사용했다고 본다. 방송사들 취재를 종합하면, 4개사 방송사들이 촬영한 기자회견 영상은 KT와 LG유플러스 국내 통신사를 통해 7개사에 모두 공유되는데 TV조선 측이 KT에 ‘KBS·MBC와 협의가 됐다’며 영상 신호 수신을 요구했고 KT 측도 실제 협의 및 동의가 있었는지 KBS와 MBC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TV조선에 신호 수신을 나눠 준 것. 사안을 잘 아는 공영방송의 한 기자는 “KBS와 MBC는 TV조선과 협의한 적 없다. TV조선이 도둑질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7개사는 사실 확인 후 TV조선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27일 오전 신동욱 TV조선 보도본부장 명의 사과 공문이 방송사들에 발송됐다. 신 본부장은 “TV조선에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미국 현지 기자회견’이 풀사 이외에 수신이 불가한데 풀사의 허락 없이 라이브로 나간 점 너무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과 공문도 신 본부장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 발송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 본부장은 27일 사안을 재차 파악한 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파원 취재는 보도 쪽, 시상식 중계는 편성 쪽 소관인데 우리는 기자회견 화면을 쓰면 안 된다는 공지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만약 우리 요청에 따라 영상이 수신됐다면) 실무자 입장으로선 일단 화면을 받아놓겠다는 생각에서 진행했던 것 같다. 사과문은 재발 방지에 대한 우리 의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사들 항의에 당황한 실무자가 허락 없이 신 본부장 명의 사과문을 발송했다는 취지지만 TV조선이 기자회견 영상 권한이 없는 만큼 명백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실무자를 문책한 신 본부장은 이후 TV조선에서 관련 영상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거듭 강조했다.
지상파와 종편 등 방송사 중계를 담당하는 코리아풀단은 27일 공지를 통해 “4월26일 윤여정 LA인터뷰 라이브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TV조선은 4월27일부터 7월27일 3개월 간 코리아풀 영상을 제공 받을 수 없으며 참여하실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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