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에게 술을 대접할 때 최고로 치는 양주는 발렌타인 위스키입니다. 그중에서도 발렌타인 30년산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급 술입니다.
물론 더 비싸고 다양한 술이 있지만, 유독 한국인들은 발렌타인 30년산을 최고로 칩니다. 대중적인 17년산은 그저 양주를 마셨다고 표현하고, 21년은 선물로 주고 받기 좋고, 30년산은 내가 대접을 받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이 발렌타인 30년산 위스키 가격이 금배지를 살린 판결이 2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김용하 정총령 조은래)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이 넘었다면 당선 무효형이었지만, 90만 원이라 김한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 25일 저녁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 4명과 식사를 했습니다. 이때 김 의원은 나무상자에 든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제공했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에서는 백화점 판매가를 고려해서 발렌타인 30년산의 가격을 105만원으로 책정했고, 김 의원이 선거구민 한 명에게 70만원의 기부물품을 제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김 의원과 함께 있던 참석자가 “김 의원이 사람들에게 ‘이거 비싼 건데 마셔보라’고 말했다”며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면세가로 유통되는 경우가 있음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를 결코 경미한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심은 “양주 가격은 거래 형태에 따라 차이가 나며 김 의원이 백화점에서 구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발렌타인 30년산을 일반 주류 판매점에서 파는 50만원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김 의원이 제공한 기부물품의 가액은 약 33만원으로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 의원은 1심에서부터 “먹다 남은 양주였는데 검찰이 값을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먹다 남은 양주가 아니라 온전한 양주 1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의원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은 지역 유권자이자 지역사회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절반 이상 마신 상태의 양주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김 의원이 양주를 나무상자 케이스에 넣어 가져 갔는데 절반 이상 마신 양주를 나무상자에 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의원은 검찰 조사 당시 범행을 부인하다가 원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해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발렌타인 30년산 위스키의 가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이 일반 유권자들은 쉽게 마실 수 없는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지역 유지에게 대접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은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이 아니라 90만원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이라는 기준은 1991년에 책정된 것입니다. 이제 경범죄에서나 나오는 형량입니다.
일반적인 재판에서는 볼 수 없는 벌금 90만원은 금배지를 계속 달게 해 주겠다는 재판부의 꼼수처럼 보입니다.
30년이 넘도록 유지해온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 이제 물가상승률에 맞춰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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