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진행자인 손석희씨에게 묻는다
“앵커 브리핑” “팩트 체크” “팩트 정리” “비하인 더 뉴스” ”캐치 올 규제” “앤딩”...
이번 7일자 <뉴스룸>이 내보낸 방송에서 주로 사용된 방송용어들이다.
대체 어느나라 TV방송인가. NBC, CNN, FOX, ABC ? 아니다. 이 말들은 대한민국의 가장 인기있는 TV뉴스에서 거의 매일 시청자들에게 듣기를 강요하는 고정순서 용어들이다. 듣다보면 어이가 없다. 미국에 사는 동포입장에서 들어도 거북할 정도이다. 이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 방송인지 알수가 없다. 미국서 보면 낯이 간지러워 봐 줄수가 없을 정도이다.
요즘 시청률 1위라는 JTBC <뉴스룸>에 나오는 저런 어휘들을 보면 대체 이 나라가 얼마나 변질했길래, 대표뉴스 방송에서조차 저러고 있나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온 나라 전체가 영어에 미쳤다고 하지만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할 언론이 이 정도로 무분별하게 영어를 써대니 이젠 아예 우리말을 포기한 것일까하는 의문마저 들게한다. 한국사회는 이제 아예 자의식이 없는 나라가 된 것일까. 나랏말은 아예 포기하려 작정한 것은 아닐까.
JTBC방송의 <뉴스룸>은 꽤 잘나간다는 일류진행자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대한민국의 간판 뉴스이다. 그는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력을 겸비해 촛불항쟁등에 기여한 유능한 언론인으로 각광받는 인물이다. 그는 조중동같은 수구매국언론들이 앵무새처럼 매문지의 길을 가는것과는 대조적으로 언론의 정도를 지키기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이는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그가 출연하는 방송의 용어들은 그런 품격과 별로 일치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천박하고 이중적 가치체계이다. 시청자들보고 우리말은 저급하니 가급적이면 피하라는것인지, 매우 비교육적이다.
이런 방송을 매일 보고 자라는 세대들이나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머리에 가지게될까. 과연 올바른 민족관과 자기주체의식을 가지게 될수 있을까. 남을 비판하기전에 스스로 가진 문제점을 볼수는 없는 것일까.
방송의 내용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손석희의 JTBC <뉴스룸>은 그것 자체로 문제작이다. 왜? 한마디로 시대정신이 없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이기지만 전쟁에서 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권도 없고 자주권도 없는 땅에서 언론의 역할은 자기주권을 지키는 것이 첫번째 사명이다. 제 아무리 그럴듯하게 사회부패를 파헤치고 정의를 외쳐봐야 언론이 고수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망각하면 그것은 이미 큰 틀에서 반사회적인 행태가 된다.
손석희씨의 방송은 중요한 모든 길목에서마다 굳이 영어를 도입시킨다. 십수년전 그가 진행한 MBC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몇번 출연했을때만해도 그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
이제는 웬만해서는 '국어사용' 따위에는 신경쓰지조차 않는 분위기이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영어를 쓰면서 온 나라가 언어난장판이 되고있는데도 책임있는 언론인이라는 이들은 보란듯이 외래어를 동원해 자신의 어학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미국내에서 이런 용어들은 영어축에도 포함되질 못하는 초보중의 초보급 어휘들이다.
그것도 발음조차 완전 엉터리이다. 여성진행자는 듣기도 거북하게 방송시작부터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를 ~~”이라고 우악스럽게 목청을 돋군다. 아니나 다를까 손석희 진행자도 “화!이트리스트!”라고 변두리 영어솜씨로 크게 맞장구를 친다. 이어 나타난 기자들까지 합해 모두 5~6명이 한결같이 "화!이트! 리스트!"하며 엉터리 발음을 내뱉아 놓는다.
영어에 <화!이트 리스트!>란 발음은 없다. 'White List'은 우리말로 <와잇 리슽>으로 발음된다. 영어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엉터리 발음이 얼마나 듣기거북한 것임을 그들은 아예 알지 못하는 것같다. 그야말로 서울사람들이 경상도 어디 사투리를 듣는것 이상으로 촌스럽고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자신들이 영어를 꽤나 아는 체 대중들을 오도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들은 알지 못하는것 같다. 자신들의 이런 행동이 영어권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촌스러운 수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로 딱한 일이다.
왜 굳이 저런 엉터리 영어라도 써야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천박한 자기열등감의 표현일 것이다. 한국인들의 서구와 서구것에 대한 체질화된 열등의식과 사대주의의 정도는 오늘날 너무나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그렇게하면 속이 시원한 것인가. 영어 몇 마디 쓰는 것이 그리 자랑스럽기라도 하다는 것일까.
JTBC, 아니 이 나라 절대다수 언론들이 언제부터 영어를 그토록 숭상하고 외국어를 신주단지모시듯 하고 있는지 알수없다. 그렇게 언어주권을 포기하면서 왜 힘들여 일제불매 친일타파라는 외세배격을 외친다는 말인지 알수가 없다. 애국이라는 것은 결코 멀리있는 것이 아니고 공허한 구호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언론이 이 모양이니 나라가 아무리 기둥째 썩어가도 시청자들이 어찌 알수가 있고, 국가가 주권을 상실해도 어찌 알수가 있다는 말인가.
손석희씨가 의도적이든 무심코이든 쓰는 <팩트 체크>(Fact Check)라는 이 콩글리쉬는 어느새 사회속으로 파고들어 온 나라 전체를 ‘팩트 체크’의 유행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누구나 유행처럼 ‘팩트 체크’해 보자하고, 이제 동네 강아지조차 “팩트 체크”라고 짖으며 다닐 정도이다. 무슨 ‘체크’할 ‘팩트’가 그리도 많은지 매일마다 ‘팩트 체크’이다. 거기에다 뉴스끝나고 나서 흐르는 ‘팝 송서비스'까지... 이 정도면 방송은 그 자체가 친미(=친일)방송이자 반민족 방송이 되는 것이고, 거의 영어중독자 수준이라고 보아야 하는것이 아닌가. 그런 방송이 객관적이되어 이 분단시대 언론의 핵심논제인 한미관계와 분단의 본질같은 것에대해 제대로 보도할수 있겠는가.
언어는 자존심이고 존재가치 그 자체이다. 고양이가 개소리를 내면 그것은 더 이상 고양이가 아니다. 소위 진보적 비판언론인으로 구분되는 손석희씨 자신도 한때 국어사랑 한글사랑을 외쳐본적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세를 이유로인지 스스로 나라의 언어주권을 상실한 현실을 외면하고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뉴스룸> 하나만의 잘못은 아닐것이다.
온 나라가 미쳐서 영어숭배에 젖어들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랑스레 문화와 언어사대주의를 하면서 민족의 자존감과 자의식, 주체의식을 갉아먹고 있다. 이런 나라가 세상에서 얼마나 존중받을 것인가. 차라리 그럴려면 국책으로 <국어포기후 영어전용하기> 운동을 펼치는것이 옳지 않겠는가. 한글은 못난 글이고 표현에 한계가 있으니 이제 영문로 쓰자고말이다.
아무리 손석희씨같은 언론인들이 올바른 언론보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보도는 이것 하나만으로서 가치를 상실할수 있는 치명적인 시대오류이다. 그들의 뉴스가치는 더 큰 시대정신을 담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뉴스영역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시대의 본질을 말하지 못하고 외세가 원하는 민족분단, 대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친미언론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이 문제는 나라의 장래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책임있는 언론인인 손석희씨는 그것을 잘 알것이다. 과연 언론인 손석희씨는 이를 바꿀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가 할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에대한 책임있는 언론인으로서 손석희씨의 분발을 지켜볼 것이다.
박대명
프레스아리랑 참조기사: 화려해 보이지만 미친나라 /김동수교수(미국거주, 프레스아리랑 자문위원) http://pressarirang.org/656
추가)
상황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만약 미국의 TV뉴스들에서 진행자가 뜬금없이 한국어로 “다음은 ‘진행자 설명’(앵커브핑)이 있겠습니다." “다음은 ‘사실 검증’(팩트 체크)있겠습니다 . “이면 소식(비하인 더 뉴스) 하나 전해 드리겠습니다” “끝내기 (앤딩) 발언하겠습니다”라고 엉터리 발음으로 진행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바라볼 것인가? 과연 그들을 존중해 줄 것인가. 자기 위신은 자기 스스로가 챙겨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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