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 2019.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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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빛 공해, 길고양이…매미는 올여름 더위도 이겨냈다
» 참매미는 맴맴∼ 하는 울음소리와 나무의 비교적 낮은 곳에 앉아 우리에게 친숙하다. 기후가 더워지면서 말매미에 밀리고 있다.
이른 아침은 제법 서늘하다. 새벽부터 방충망에 붙어 잠을 깨우던 참매미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해가 떠올라야 참매미가 합창하고, 한낮엔 말매미의 파도 치기 울음소리가 여전히 요란하다. 길바닥에 죽어 떨어진 매미와 쓰름매미의 울음에서 여름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해 만큼은 아니었지만 올해 여름도 무척 더웠다. 매미는 더워진 여름을 가장 반기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밤낮으로 울어댄다.
전에는 매미가 밤에 울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데다, 길가와 공원의 가로등, 광고 간판, 아파트 불빛 등 빛 공해 때문에 매미가 잠을 잊었는지 모른다.
» 공원의 밤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
» 녹색 계열의 참매미.
» 매미채를 들고 가는 아이.
어릴 적 기억에 매미는 밤에 울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수도권 지역이 밝아지며 밤에 매미가 울어대는 횟수가 늘어났다. 개발과 함께 빛 공해와 도시 열섬 현상이 심해진 탓이다.
» 참매미 수컷. 배 위쪽에 울음판이 크게 도드라져 보인다.
» 참매미 암컷. 배 위쪽에 울음판이 있지만 매우 작다.
변주를 포함한 울음소리가 독특한 애매미는 주로 낮에 울지만,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도 운다. 쓰름∼쓰름∼ 소리가 우렁찬 쓰름매미는 저녁 무렵 많이 울어댄다. 수컷 매미는 번식을 위하여 암컷을 불러들이기 위해 운다.
수컷은 배 아래 쪽 윗부분에 특수한 발성 기관이 있어 소리를 내는데, 매미 종류마다 발성 기관의 구조와 소리가 다르다. 암컷은 발성 기관이 없어 소리를 내지 않는다. 매미는 등 쪽 좌우에 청각기관이 있어 소리가 들리면 진동으로 감지한다.
» 애벌레가 매미로 바뀌는 탈피는 매우 느리고 취약한 과정이다. 매미는 본능적으로 천적들의 눈을 피해 캄캄한 밤 탈피를 시작한다.
» 직박구리가 매미를 사냥했다. 새는 매미의 주요한 천적이다.
매미는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되는 한살이가 특이하다.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탈피하여 어른벌레가 되는 불완전 변태를 한다. 성충이 된 뒤에도 나무줄기에서 수액을 빨아먹는다. 무려 7년에 달하는 유충 때의 수명에 비해 성충의 수명은 매우 짧아 한 달 남짓 된다. 천적으로는 새 말고도 사마귀, 거미 말벌, 다람쥐 등이 있다.
» 매미의 탈피 과정을 다중 노출로 찍은 사진.
» 갓 탈피한 매미. 이제 몸이 마르기만 하면 된다.
» 고양이가 탈피를 마친 매미를 사냥하고 있다.
몇 년간 매미의 우화 장면을 관찰하고 촬영해 봤지만, 빛이 밝은 곳에서는 허물을 벗지 않았다. 매미는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 몸을 어두운 곳에 숨겨 은밀히 움직이며 허물을 벗는다. 빛은 매미의 탈피 과정도 방해한다. 빛은 무방비 상태의 매미에게 치명적이다.
애벌레는 만일 위협을 느끼면 움직임을 멈추고 기다리며 탈피시간을 늦춘다. 새가 잠든 밤에는 고양이와 족제비가 천적이다.
» 다리를 뻗고 몸을 곧추세우면 날아갈 낌새다.
» 참매미는 항상 몸을 뒤로 내던져 뚝 떨어진 뒤 날개를 쳐 날아간다. 매미 아래에서 위로 매미채를 휘둘러야 잘 잡히는 이유다.
» 이어 자세를 바로잡아 날아간다.
» 매미가 나는 것은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참매미는 7월~9월에 출현하는데, 한여름인 7월 하순~8월에 가장 개체수가 많다. 수컷 참매미는 '맴맴' 혹은 '밈밈' 소리를 연속적으로 낸 뒤 마지막에 '밈'하고 높게 한번 음을 내면서 몸 전체를 뒤로 빼고 일직선 자세를 취하고 꼬리를 아래로 꼿꼿이 뻗는다. 그러고 나서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매미 소리는 참매미의 울음소리다. 도시공원과 시골 구분 없이 매우 흔하게 서식한다. 계곡 주변의 숲에 가장 많다.
» 짝짓기하는 참매미.
말매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미로, 몸길이는 44㎜,, 날개까지 길이는 65㎜가량이다. 몸은 광택이 나는 검은색에 새로 나온 개체는 금빛 가루가 덮여 있으며, 배와 다리에는 주황색 무늬가 있다. 낮은 지대의 벌판에 있는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등에서 살며 성충은 6~10월에 활동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며, 중국에도 분포한다.
» 말매미
가로수에서 무리를 지어 울며, 밤에도 불빛이 있으면 합창한다. 울음소리는 쇠를 절단기에 넣고 자르듯 ‘짜르르르∼’ 하고 매우 시끄럽다. 주로 높은 가지에 앉아 한 마리가 울면 여러 마리가 경쟁적으로 동시에 소리를 내고 주변으로 몰려든다. 말매미는 주로 7월 중순~8월 하순에 주로 울어댄다.
» 쓰름매미
쓰름매미의 몸 빛깔은 짙은 회색이며 녹색 무늬가 나 있다. 몸에는 흰 가루가 덮여 있으며 배 끝에 흰색 무늬가 있다. 암컷은 긴 산란관이 있다. '쓰름∼쓰름' 하는 소리로 울며, 한여름에는 높은 가지에 앉아 운다. 주로 7월 하순~8월 하순께 나타난다. 보통 쓰르라미라고도 부른다.
쓰름매미가 울면 찬바람이 난다고 하였다. 지금도 쓰름매미가 울면 찬바람이 난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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