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데워져 온도 9도 높아…흰 날개 끝 검은 무늬도 양력 높여
» 비행 전문가인 불러스 앨버트로스의 날개 아랫면(왼쪽)은 희고 햇볕을 받는 윗면은 검다. 이런 배색이 날개 위에 더운 공기층을 형성해 비행을 돕는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멀리 나는 큰 새의 날개는 일반적으로 날개 윗면이 검거나, 적어도 가장자리는 검다. 날개의 검은색과 비행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날개를 편 폭이 3.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새에 속하는 앨버트로스는 한 번 날아오르면 1만6000㎞를 나는 비행 전문가이다. 더운 상승기류를 타고 상승한 뒤 글라이더처럼 활공하면서 거의 날개를 펄럭이지 않는 이 새의 날개 빛깔은 전형적으로 윗면이 검은색, 아랫면은 흰색이다.
무스타파 하사낼리언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기계공학자 등은 앨버트로스의 뛰어난 비행능력의 비밀을 날개 색깔에서 찾았다. 검은 날개 윗면은 햇볕을 받으면 쉽게 더워진다는 데 착안했다.
연구자들은 2017년 ‘열 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햇볕을 받은 날개 위 검은 깃털과 아래 흰 깃털 사이의 온도 차가 10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데워진 검은 깃털이 공기와 만나는 경계층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공기 밀도가 감소해 표면의 저항이 7.8% 줄었다.
비행기나 새 모두 큰 날개로 뜨는 힘(양력)을 얻고 유선형 몸매로 공기저항을 줄인다. 색깔만으로 이 정도의 저항을 줄인다면 획기적이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드론의 비행 효율을 높이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장거리 비행의 명수인 물수리도 날개 윗면은 어둡고 아래는 밝은 깃털로 덮여있다. 물수리 날개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짙은 깃털의 가열 효과가 드러났다. 연합뉴스
이 연구는 날개의 형태를 평평한 판으로 가정하는 등 모델링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였다. 실제 날개를 써서 실험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
스바나 호갤라 벨기에 헨트대 연구자 등은 박제로 만든 새 날개를 풍동에 넣고 실제 비행 속도인 초속 6∼18m 속도로 바람을 넣으면서 태양 대신 적외선 전구로 열을 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 쓴 새는 갈매기, 부비새, 물수리 등 상승기류를 타며 비행하는 종류였다.
그 결과 앞서 이론연구가 제시한 것처럼 날개 위의 검거나 짙은 깃털은 날개 아랫면의 희거나 밝은 깃털보다 햇볕을 잘 받아 쉽게 더워졌다. 날개 앞뒤의 온도 차는 9도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날개 색깔이 새 날개의 가열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제 비행 조건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 몸은 전체적으로 희지만 날개 끝이 검은 유형도 양력을 발생해 비행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새의 비행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같은 흰 날개라도 끄트머리 깃털이 검다면 온도 차가 발생하고, 이것이 비행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온몸이 희고 날개 끝만 검은 무늬 유형은 황새, 두루미, 펠리컨, 갈매기 등에서 널리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새의 날개에서는 날개 끝이 먼저 데워져 공기가 상승하면 그 자리로 날개 나머지 부분에서 공기가 이동하기 때문에 날개 위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결국 양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날개 끝이 검은 이유는 마찰로 마모되기 쉬운 이 부분에, 조직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는 검은 멜라닌 색소가 분비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로 검은 날개 끝은 깃털 보호와 함께 비행능력도 높여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인터페이스’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galla S, D’Alba L, Verdoodt A, Shawkey MD. 2019 Hot wings: thermal impacts of wing coloration on surface temperature during bird flight. J. R. Soc. Interface 16: 20190032. http://dx.doi.org/10.1098/rsif.2019.0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