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와 주한미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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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조선)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까지 한 당일이며, 북한(조선)이 남북고위급회담 중단의 이유로 제시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 맥스선더가 끝나기 하루 전 날,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회담 성공 가능성을 거듭 밝힌 다음날인 24일 전격적으로 6월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공개서한을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에게 보냈다.
북은 지난 9일 붙잡혀 있던 미국인 3명(김동철·김학송·김상덕(토니 김))을 석방한데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까지 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지만 트럼프의 돌발적 행동으로 허를 찔린 형국이어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게 되고 그 결과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착 가능성이 당분간 희박해졌다(연합뉴스 2018년 5월25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지 7시간여 만인 25일 북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해 주목된다(뉴스1 2018년 5월25일).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이유를 북한(조선) 탓으로 돌리면서 향후 북의 추가 양보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통해 북에게 공을 넘겼는데 이는 트럼프가 취임이후 미국이 이란핵합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을 통해 보여준 미국 우선주의라는 국제무법자적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북미간 대화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이번 행동은 외교문제에서 상반된 발언을 남발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몰두하고, 러시아 스캔들, 성추문 등에 대해 미국 중산층을 분노케 하는 태도를 취해왔던 ‘부동산 재벌 대통령’의 부정적 자질 하나가 더 추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 난관 봉착한 평화정착 노력
북미회담이 추진된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북의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 때문에 미국 사회가 공포 섞인 동요를 하면서 미국 제도정치권을 긴장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북의 비핵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트럼프 자신이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과 99%의 회담 성공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북미회담이 전격 취소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트위터가 아닌 공개서한이라는 형식과 절제된 언어를 사용한 것은 북의 추가 양보를 압박해 향후 더 큰 과실을 따겠다는 노련한 ‘장사꾼’의 속셈을 드러낸 측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한반도 운전자론’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판문점 선언의 비중이 약화되는 등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이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 동안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전략의 윤곽이 드러난 측면도 있다. 우선 트럼프는 전쟁위기 상태 속에서의 한반도에서 취하는 이익보다 한반도 평화정착 속에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더 클 가능성에 주목해 평화협상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손익계산에 따라 동북아 정책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다.
두 번째 주한미군 문제다. 이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북중 2차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2차 방북과 미국인 수감자 동반귀국 등이 취해진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할 경우 지난 수십 년 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거부했던 미국이 협상에 절대 나서지 않으리란 전망 아래 취해진 것으로 풀이 된다. 이는 주한미군 문제가 향후 한반도 평화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점검할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의 대북 특사단 파견으로 본격화된 ‘한반도 비핵화’ 프로젝트가 진행된 과정을 면밀히 살피면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미 활동공간이 매우 좁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이고 한미동맹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철저히 현재의 한미군사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그 틀이 짜인 것으로 중국 언론은 문 대통령의 대미 예속상태를 공공연히 비판한 바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최근 연이어 행한 주한미군에 대한 학자적 발언에 대한 청와대나 야당 등의 과민반응은 주한미군으로 상징되는 한미동맹관계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고 있는 한국 사회의 병적인 고정관념이 어느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주한미군으로 대변되는 한미동맹관계가 유지되는 한 남북한의 자주적인 평화통일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변칙적인 대북 정책이 취해진 것도 주한미군이라는 요인에 근거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한미동맹이 미국의 그런 행동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미국의 비합리적인 대북정책이 남발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5027, 5026, 5028, 5029, 5030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주한미군의 존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트럼프 등의 북한(조선)에 대한 무력공격 위협이 항시적으로 취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대지각변동이 발생할 조짐이 보였던 상황에서 거듭 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 한미동맹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주한미군의 위상이 변한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등의 정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와 함께 동북아 역내 안정을 위해 계속 주둔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언급되면서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이 미국의 ‘권리’로 규정된 것에 대한 전면 수정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적 필요성 등이 커지는 것에 대한 한국의 입장 정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가보안법과 한미군사동맹 ‘정상화’ 시급한 이유
둘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이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포함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면서 북이 반발하고 남북 대화 중단을 선언한 것처럼, 한반도에서 군사작전 필요성 등에 대한 판단시 한미 두 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구속을 받게 되는 게 그 원인의 하나로 보여 시정이 불가피하다. 북의 조선중앙통신이 2018년 5월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도발로 규정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히자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한연합군사훈련의 목적은 한국을 방어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며 북의 주장을 일축했다(미국의소리 2018년 5월17일).
남북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조되지만 두 가지 목표 추진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한국의 대북 군사훈련 등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수한 경우 한미 간의 입장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상화로 가능하다.
셋째, 한국이 세계 최대의 무기수입국인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상징되는 한미동맹이 자칫 한국의 효율적 자위력 강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한국이 연간 수입하는 4조원의 미국 무기도 주한미군의 전략을 보완하는 기능에 그칠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되고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한국이 한반도의 운전자 역할을 하려면 군사부문 등에서 상당한 정도의 자주적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관련 당사국이 진정한 자주적 역량을 발휘해 소통, 협력, 합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결국 남북 교류협력,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가보안법,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정상화라고 중립적으로 표현한 건 이들 중대 사안에 대한 견해가 분야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사안은 한국의 입법 및 행정적 결정 사항에 속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확보한 기득권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평화통일을 위해선 이 두 가지 걸림돌이 폐지 또는 개정 등과 같은 방식으로 정상화돼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한국이 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속성상 그것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워 시민사회나 학계 등이 앞장서야 한다.
국가보안법, 한미상호방위조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총선에서 그런 역사적 책무를 실천할 국민 머슴을 대거 뽑아 국회에 보내는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대장정이 민족사적이고 세계사적인 결실을 맺으려면 남측에 직결된 두 개의 걸림돌이 제거돼야 한다. 북측도 통일 한반도를 위한 목표를 향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21세기 인공지능시대, 4차 혁명 시대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건 어리석다. 인류의 사상 이념 역사나 한반도의 평화적인 민족주의적 특성을 고려할 때 남북이 이념 대결에만 매달리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열린 마음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남북의 평화통일 노력은 여야가 정권을 놓고 합법적으로 경쟁하듯 해야 한다. 인간이란 원천적으로 권력 장악 또는 행사 의지가 DNA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 남북 공동체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는 건 너무 분명하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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