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8.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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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빨까? “단백질 섭취 외에 ‘수분 확보’도 중요”
얼마나? “습도 20% 줄면, 모기 5배 더 덤빈다”
시사점? “모기예보제 등 방제 대책에 반영해야”
» 목마른 모기는 주변에 수분을 섭취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흡혈로 해결하러 든다. 건조 상태에서 흡혈 행동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진 숲모기의 일종. 무하마드 마흐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산란을 앞둔 모기 암컷은 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의 피를 빤다. 그러나 모기의 흡혈 이유에는 산란과 함께 목 축이기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목마른 모기가 흡혈에 나선다면 기상 조건에 따른 모기 방제도 달려져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실험실에서 모기를 연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미국 신시내티대 생물학과 연구자들은 여러 조건에서 모기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건조한 유리병에서 기르던 모기들이 실수로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모기들은 하나같이 아주 공격적이었고 사람에 덤벼들어 물려고 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는 밝혔다.
»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사육하는 모기들. 우연히 이 유리병에서 탈출한 모기들의 놀라운 공격성이 이번 연구의 계기가 됐다. 앤드류 히글리, 신시내티대 제공.
연구자들은 집모기, 숲모기, 얼룩날개모기를 대상으로 목마른 상태가 흡혈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방의 습도가 10% 줄어들면 모기가 숙주에 앉는 비율이 2배로 늘었고, 습도가 15∼20% 줄면 그 비율이 4∼5배로 늘었다”라고 밝혔다. 집모기의 흡혈 시도는 방의 습도가 20∼30% 줄어들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목마른 모기가 목을 축이기 위해 흡혈에 나서기 때문이었다. 보통 실험실 암모기 가운데 5∼10%가 흡혈에 나서는데, 건조 상태에서는 그 비율이 30%로 높아졌다. 그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이 있을 때는 건조한 조건에서도 흡혈에 나서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흔히 모기는 비 온 뒤 고인 물에 알을 낳을 때 사람을 물어 병을 옮기거나 성가시게 군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로 건조한 상태라고 모기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 적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감염률은 건기 동안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또 강수량은 적을수록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은 강수량과 모기 개체 수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를 “강수량이 많으면 모기의 서식지인 고인 물을 쓸어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처럼 건조할 때 수분을 섭취하기 위한 모기 활동이 늘어난다면, 기상 조건 등을 고려해 시행하는 모기 예보제 등 모기 방제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ichard W. Hagan et al, Dehydration prompts increased activity and blood feeding by mosquitoes, Scientific Reports, (2018) 8:6804, DOI:10.1038/s41598-018-24893-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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