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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3일 수요일

"남과 북 공존하는 풍경에 '칼질'...용서할 수 없다"


이진석 작가, '남과 북 공존하는 풍경전' 작품 훼손...'수사의뢰'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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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3  20: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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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석 작가는 23일 최근 '2018 남과 북 공존하는 풍경전'에서 발생한 전시작품 훼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경찰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하고 많은 작품 중에 딱 한 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작품에 흠집을 낸 건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22일 전화기 너머에서 이진석 작가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튿날 오후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로 올라 온 그를 만나 며칠 전 원주 한지테마파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에 대해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원주강원지역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8 남과 북 공존하는 풍경전'에 전시된 이 작가의 작품 한 점(아침마당)이 누군가에 의해 날카로운 칼로 2cm 가량 찢긴 일이 발생했다.
'아침마당'은 KBS 인기 프로그램인 '아침마당'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남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비극과 슬픔을 그린 유일한 통일그림.
  
▲ 날카로운 칼로 그은 것으로 보이는 2cm 훼손 자욱(붉은 원) [사진제공-이진석 작가]
  
▲ 훼손 부위의 확대 사진. [사진제공-이진석 작가]
  
▲ 훼손 전 그림 원본. [사진제공-이진석 작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유사한 작품 훼손을 경험한 바 있는 그는 이번에는 전시회가 끝나자마자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감시용 CCTV가 전시 공간인 한지테마파크 로비가 아닌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어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작가는 "전시를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전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 작품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면서 "더 이상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격분했다.
그는 누군가 관람객들이 미처 알아차리기 어려울만큼 미미하게 손상을 가했으며, 그것도 CCTV가 비추지 않는다는 것까지를 인지하고 벌인 '범행'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과거 피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작가인 자신도 18일이 되어서야 그림이 찢긴 걸 확인하고 SNS에 관련 사실을 알렸는데 한 관람객으로부터 16일 개막식 당일 이미 그림이 찢겨있는 걸 보았지만 본래 그런 줄 알았다는 제보를 받았다.
수난은 지난 2008년 11월 '공존하는 풍경' 첫 전시회가 열린 전시장 바깥 외벽의 대형 포스터가 개막식 당일 저녁 통째로 칼로 오려진 채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그때는 처음 당하는 일이고 원작이 아니라 프린트로 작업한 포스터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사한 훼손이 발생한 작품 '붕어빵' [사진제공-이진석 작가]
  
▲ 붉은 원내에 푸른색 볼펜으로 흐릿하게 그은 X자 낙서가 여러 곳 발견됐다. [사진제공-이진석 작가]
2012년 광화문 지하보도의 광화랑에서는 '붕어빵'이라는 작품에 누군가 푸른색 볼펜으로 흐릿하게 X자 낙서를 그려넣어 작품을 훼손했다.
'붕어빵'이라는 TV프로그램에 군복차림의 박정희와 박근혜 당시 후보가 출연한 가상의 스튜디오 장면 아래로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그려넣었는데 당시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누군가가 유골 위로 흔적을 남긴 것이다.
그 다음 2017년 서대문형무소 외벽에 프린트물로 전시한 류관순 열사 초상은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긁히는 상처를 입었다.
이 작가는 "앞선 모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 전시장이든 그렇지 않은 공간이든 CCTV만 없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서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여성독립운동가인 류관순 열사, 첨예한 갈등을 노정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항일독립운동가인 장준하 선생 등 그림 속 훼손된 인물들도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개인의 소행인지, 배후가 있는 일이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 정신 아닌 사람이 우연찮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면서 "그림과 그림속 인물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누군가가 이런 유형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괴롭히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지난 19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뒤 22일 수사팀이 구성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10년 넘게 '공존하는 풍경'을 꾸준히 작업하고 4년째 통일뉴스 만평을 그리고 있는 이진석 작가는 현재 평화작가연대 소속으로 작가 활동을 하면서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사)평화철도 집행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원주횡성지회 교육국장으로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 '2018 남과 북 공존하는 풍경전' 포스터. [사진제공-이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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