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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9일 일요일

"대통령만 바뀌고 관료적폐 여전 총수경영권만 골몰, 삼성 위기 온다"

17.10.29 20:43l최종 업데이트 17.10.29 20:49l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삼성 총수 일가가 부도덕한 방식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이것을 강화해나가려는 욕심 때문에 합리적 투자를 못 하고 있다고 봐요. 건축(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벽돌공장(삼성전자)은 위기에 빠질 겁니다."

그는 삼성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삼성이 미래 전략산업에 투자했으면 지금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이렇게 뒤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벌 저격수'로 떠오르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총선에서 당당히 서울에서 당선된 후 2년차 국회의원. 그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의혹을 터트리며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박 의원은 유난히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독 비유적인 표현을 좋아했다. 어려운 경제이슈를 보다 쉽게 전달하려고 했을까. 그는 올 들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최고 실적을 올리는 삼성전자를 '벽돌공장'에 비유했고, 삼성 이씨 일가를 둘러싼 증여세 등을 두고는 '파란 불에 길을 건너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특히 이 회장이 2008년에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차명계좌 돈을 찾아간 것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날선 대립을 세우면서, 금융당국을 향해 '무당'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그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 총수 일가가 삼성 지배하는 방법은 부도덕과 '관경유착'"

- '재벌 저격수'라는 호칭이 붙는다. 부담스럽진 않은지.
"재벌개혁을 20년 넘게 부르짖고, 떠들고 해왔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재벌개혁이냐, 구체적으로 뭘 얘기하는 거냐. (예전에는) 재벌의 재산을 몰수하고, 총수들 구속시키고 이런 식으로 둔탁한 생각을 했다면,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결론은 재벌개혁이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우리 경제를 보다 튼튼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박 의원은 이런 관점에서 삼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 총수 일가가 삼성그룹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법이 2가지라고 봤다. 하나는 부도덕한 측면이고, 또 하나는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관경유착'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삼성이) 관료들과의 유착관계에 있는 것"이라며 "이 부분들을 지적하고, 수정하고, 바꿔내면 삼성이 더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삼성전자가 돈을 좀 벌 때 미래전략에 투자하거나, 긍정적인 기술개발을 해낸다거나 긍정적인 인수합병(M&A)을 해놨다거나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귀중한 시간과 약 20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여유 자금을 그냥 자사주 매입에 써버립니다. 이게 전략상으로 맞냐 이거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사망하면 지분구조가 무너지는데, 여기에 금산분리 원칙 등으로 지주회사 체제까지 흔들릴까 두려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사주를 대폭 매입했다는 것. 자사주 사는 데 투입한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박 의원은 아쉬워했다. 

그는 "애플이나 구글 등은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작은 회사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인수합병(M&A)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정부가 이를 유도하고, 삼성도 움직여야 하지만, 삼성은 온통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에만 몰입했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자택수리 비용이 차명계좌에서? 엄청난 것들 확인"

- 이번 국감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실체를 따졌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2008년 특검 발표후 이 회장의 사회환원 등의 약속이 이뤄진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인데."(고개를 끄덕이며) 얼마 전 경찰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이 회장의 자택 수리 과정에서 비용의 출처가 문제 됐다. 여기서 (삼성쪽에서) 이 비용이 '이건희 차명계좌에서 나온 돈'이라고 해명한 거다. 그런데 '차명계좌에서 돈이 빠져?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럼 이때 (세금징수를) 안 했다고?' 해서 참여연대와 함께 문제의식을 갖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것들이 확인됐다. 국민들은 당연히 (이 회장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으니 그에 대한 과징금이나 세금 징수가 집행됐을 줄 알았는데..."

지난 2008년 삼성 특별검사팀은 이 회장의 4조5000억 원 규모의 차명계좌를 밝혀낸 바 있다. 이 회장 이름의 통장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된 비자금 통장을 발견했다는 얘기다. 이에 당시 이 회장은 통장 명의를 본인으로 바꾸고, 관련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는데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고 박 의원은 강조했다. 물론 삼성쪽에선 이 회장으로 자금이 바뀌는 과정에서 관련 세금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이게 차명계좌인데, 이것은 실명전환 할 의무가 없는 계좌라고 금융위원회가 지금도 해석을 그렇게 하고 있다.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고, 사회 상식에도 반하고, 금융실명제 취지에도 반하는 해석이다. 그런 해석을 삼성과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주고, 금융회사에 업무지도를 할 때는 '반드시 이런 계좌 잡아라, 과세해라'라고 안내했던 거 아닌가. 이중 행정지도를 들이민 거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1997년 대법원 보충의견을 근거로 문제없다고 하고, 또 2009년 대법원 판결을 내세웠는데 모두 잘못된 분석이라고 박 의원은 보고 있다. 그는 "어떻게 2009년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알아 2008년에 (유권)해석해줬다는 것인가"라며 "'당신들의 잘못을 정당하기 위해 가져다 붙이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고 말했다. 

- 여전히 금융위는 자신들의 유권해석이 맞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런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야당이면 폭로하는 걸로 끝났을 텐데, 바로 잡는 것까지 남았기 때문에 전투는 계속될 것이다. (금융위가) 국민상식에 맞지 않는 짓을 해왔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 도입 취지에 맞게 다시 해석하라고 할 생각이다. 여당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관계기관과 금융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국세청에선 해당 계좌에 대해 법대로 집행했다는 입장인데.
"금융위는 (법을) 해석하는 기관이고, 집행기관일 뿐이니 사실 국세청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금융위가 유권해석만 제대로 해주면 국세청은 이것에 따라 돈 계산을 해서 싹 거둬갈 것이다."

"국토부 자동차과가 현대차 출장소처럼... 상적폐는 '관료적폐'"

- 작년부터 삼성, 현대차 등 국내 1, 2위 재벌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하고 계신다.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와 현대차의 자동차 품질 등인데, 이들 그룹을 상대해보니까 어떤가.
"삼성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알아서 다른 사람들이 움직인다. 현대차는 직접 와서 덤비고...(웃음) 내부 고발이라는 게 있다. 삼성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가 있었고 현대차는 김광호 전 부장 등이다. 둘 다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면 (고발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김 변호사 때는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김 전 부장 때는 우리가 현대차 관련 여러 문제를 제기하던 차에 그가 찾아와 같이하게 된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과가 현대차 국토부 출장소처럼 보여요. 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거죠. 세타2 엔진 관련 고발이 있어 조사를 시행해요. 얘네들(현대차)이 느닷없이 쫓아와서 '알았어, 자발적 리콜 할게요' 계획서를 냅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조사하던 것 중지시키고,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래, 그렇게 해'라고 하죠. 이 과정 자체가 웃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대차가 (리콜)하겠다고 제출한 대수는 17만 대에요. 원래 국토부 보고서에 따르면 25만 대를 해야 하죠. 기업은 이익에 눈이 멀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안전을 신경 써야 할 국토부가, 또 경제 정의와 시장경제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해야 할 금융위, 공정거래위원회가 눈먼 흉내를 내고 있으니...이런 문제에 있어 적폐 중 상 적폐가 '관료적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 의원은 "대통령만 바뀐 것"이라며 "나머지는 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비합리적 유권해석, 비합리적인 감시태세, 이런 걸 보여줬던 관료들이 그대로 있으니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악착 떠는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계속 할 수밖에 없고, 또 그들을 보호해주고 관리해주는 관료사회에 대한 집요한 관심도 멈춰선 안 된다"고 했다. 

-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와의 주식 맞교환은 어떻게 보는지. 국감에서 사실상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4차산업혁명을 위한 투자라고 한다. 
"어떻게 주식을 맞교환했다고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나.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차라리 5000억 원씩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어떤 것을 만들든지. '주식 대신 맡아주고 의결권 서로 살려서, 서로 원하는 대로 해주자, 너랑 나랑 친하잖니.' 사적으로 좋으면 골프를 쳐야지 주식을 맞교환하면 되나. 이렇게 가면 계속해서 서로 상관관계 없는 회사끼리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 그냥 두면 안 된다."

"케이뱅크 은행업 인가 취소 이야기 심심찮게 나와"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를 들여다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중에 승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 안되면 관련 규제를 법으로 마련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대통령령을 만들든지 해야 한다고 본다. 대주주 이익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 기본적으로 (주주에게) 의결권도 주지 않고 배당권도 주지 않는 이유가 있다. 아니면 대주주가 자사주를 통해 자기 이익을 계속 확대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케이뱅크는 어떻게 보는지. 
"역시 금융위 관료들의 '오만함'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본다. 관련 법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인가부터 해주고 은행을 출범시킨 다음에 '애 낳았으니 어떡할 거냐.' 나중에 은행 인가를 내주는 것도 무리하게 해석하고, 무리하게 적용한 것 아닌가. 일종의 특혜조치를 한 것이 돼버렸다. (케이뱅크의 은행업) 인가 취소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 우리은행, 케이티(KT) 등 주주들이 있는데 인가 취소가 가능할까.
"일단 금융위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봐야 한다. 이야기가 시작단계에 있다."

- 재벌, 검찰 등을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높다. 금융과 관련해선 그런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잘되지 않는다. 
"금융 쪽은 내부 단결이 엄청난 것 같다. 국가이익을 위한 내적 단결이 아니다. 이미 드러나고 있지 않나. 금융위가 압박해 은행권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다 중단됐다. 말도 안 되는 걸 하려고 하니 그랬던 것이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금융실명제법 운영도 이런 식으로 해놓고 큰소리치는 게 어디 있나. 이게 국가이익을 위한 것인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년째 활동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끝까지 파헤칠 것이다. 금융위가 '저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재벌도 '박용진이 초선이니 힘이 넘쳐 그러나 보다,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잘못된 생각임을 알아야 한다. 여당 안에서 문제 삼고, 정부 당국과 이야기하고, 청와대와도 소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꿔나가는 것이 적폐청산'이라는 대통령 말씀대로 해내는 거다. 잘못된 관행을 바꿀 때까지 하는 것이다. 폭로하고, 주목 한번 받고, 박수받는 걸로 정치적 업적을 쌓는 그런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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