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검은코뿔소의 비극적 종말
런던자연사박물관 국제 야생동물 사진가 전 대상작
불법 침입해 물웅덩이서 밀렵, 가까이서 마지막 사격
» 밀렵꾼이 총으로 죽인 뒤 코를 잘라 간 검은코뿔소를 담은 사진이 영국자연사박물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으로 뽑혔다. 브렌트 스터튼, 영국자연사박물관 제공.
흉하게 잘려나간 뿔이 아니라면 거대한 코뿔소는 곧 일어서 사바나로 걸어갈 것 같다. 앞발은 꿇고 뒷발은 세운 상태였고 눈은 반쯤 떴다.
남아프리카 사진기자인 브렌트 스터튼(48)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검은코뿔소의 밀렵현장을 수십 차례 취재했다. 흘루흘루웨 임폴로지 자연보호구역에서 그는 밤새 밀렵해 뿔을 잘라 간 코뿔소 사체를 발견해 촬영했다. 뿔을 노린 밀렵꾼은 5㎞ 떨어진 마을의 주민으로 의심되며, 불법으로 보호구역에 침입해 물웅덩이에 잠복해 있다 접근한 검은코뿔소를 소음기를 단 강력한 사냥용 라이플로 쏜 것으로 추정된다. 부검 결과 코뿔소는 첫 사격을 받고 짧은 거리를 달아난 뒤 무릎을 꿇었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에 마지막 사격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진은 19일 영국자연사박물관이 발표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2017’의 대상작으로 뽑혔다. 심사위원인 로스 키드먼 코크스는 “그처럼 비극적인 장면을 조각상 같은 힘을 지닌 거의 장엄하게 표현한 사진으로서 최고의 상을 받을 만하다.”라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살아있는 검은코뿔소의 모습.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것이다. 야틴 S. 크리슈나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검은코뿔소는 한때 개체수가 많았지만, 밀렵과 서식지 훼손으로 격감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위급 종’으로 지정돼 있다. 야생에서는 약 3000마리가 남아 있다. 밀렵 된 코뿔소 뿔은 남아프리카에서 중간 상인에 의해 모잠비크를 거쳐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고가의 약재로 팔린다. 전문가들은 코뿔소 뿔이 손톱과 같은 성분으로 특별한 약효가 없다고 본다.
» 젊은 서부고릴라의 평화로운 모습을 담은 사진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으로 뽑혔다. 다니엘 넬슨, 영국자연사박물관 제공.
이번 공모전에서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부문의 대상으로는 코뿔소와는 대조적으로 평화적인 고릴라 사진이 선정됐다. 네덜란드 사진가 다니엘 넬슨(18)은 콩고공화국 오드잘라 국립공원에서 빵나무 열매를 쥐고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서부고릴라를 담았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고릴라도 검은코뿔소처럼 밀렵, 질병, 서식지 파괴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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