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면승소와 최악의 부당판결: 판단이 갈라진 조선학교 '무상화'재판
일본정부가 교육의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창설한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일본 전역의 조선고급학교(10교) 학생만 제외한 것이 2013년2월. 그로부터 4년 반의 세월이 흘렀다.
이 부당한 차별조치에 항의해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규슈, 도쿄의 조선고급학교 학생 또는 학교법인이 일본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일으켰다. 길고 힘든 재판투쟁 끝에, 올해 들어 히로시마, 오사카,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각기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 중 오사카의 판결(7월 28일)에서는 원고가 전면 승소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히로시마(7월 19일)와 도쿄(9월 13일)에서는 원고 패소라는 부당판결이 선고되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나는 일제 식민지시기를 중심으로 한 한국근현대사 연구자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지배 정책의 범죄성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다. 또 재일조선인에게 대한 일본정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억압의 역사에 대해서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각지의 재판 진행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일본국가가 바로 식민지주의적 가치판단의 기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을 부정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의 인식이 부족했음을 통감하고 있다. 나는 민족차별 정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사법부가 민족교육의 의의를 처음으로 인정한 오사카지방재판소의 판결 의의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무상화제도 적용을 막은 '불령선인(不逞鮮人)'관
각지의 고교무상화 재판에서 피고인 일본국가가 주장하는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북한,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다고 의혹이 있는 조선학교에 취학지원금을 지급하면 지원금이 '북한, 조선총련'에 유용될 의혹이 있으므로 조선고급학교를 지원금 지급 대상 학교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히로시마와 도쿄의 판결은 둘 다 이 논리를 추인해 원고패소의 부당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국가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정권은 발족 직후 우선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조선고급학교의 지정을 염두에 둔 근거규정을 삭제하는 문부과학성령을 개악했다. 그 이유가 정치적 외교적 판단에 의한 것임은 너무나 명확하다. 예를 들면, 2012년 12월 28일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대신(당시)이 기자회견에서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납치문제의 진전이 없는 점, 조선총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교육 내용, 인사, 재정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 점 등으로, 현시점에서 지정에는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어 불지정의 방향으로 수속을 진행한다"고 말한 것 등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부당한 지배'를 들고 나온 것은 정치적 외교적 이유에 의한 근거규정 삭제 조치가 교육의 기회 균등을 추구한 무상화 제도의 목적에 반하는 것임을 정부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에, 나중에 덧붙여 억지로 꾸며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심리 과정에서 일본국가 측은 근거규정의 삭제가 쟁점화되는 것을 피하고자 대부분 소문에 지나지 않는 산케이신문의 보도나 공안조사청의 치안관리 정책 의의를 강조하는 보고서 등의 기술에 근거해, 조선학교의 교육이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 아래 실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안조사청 보고서에는 조선학교의 교직원과 학생, 일본인 지원자들이 고교무상화 적용을 호소하는 활동조차 조선총련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히로시마 및 도쿄 지방재판소는 이러한 공안기관의 편견적인 '분석'이 "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며…… 일정한 조사, 분석 능력을 대비한 조직"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해 증거로 채용했다.
이렇게 고교무상화제도 부적용이라는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을 정당화한 것은 그뿌리를 파고들면 실은 국가에 의한 치안관리의 사상이었다. 원래 이 재판은 교육행정의 본연의 자세를 둘러싼 것이었을 터인데, 일본국가 측이 재일조선인에 대한 치안대책이라는 논점으로 몰고가는 전략을 취했다. 결국 일본의 공안기관에 식민지시기부터 뿌리 깊게 자리잡은 '불령선인'관에 기초한 차별의식이, 조선고급학교에 대한 무상화 적용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짜고 친' 국책 판결
물론 가령 '부당한 지배'이 논점이 되었다 하더라도, 조선학교가 취학지원금을 부정 수급할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지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 히로시마와 도쿄의 지방재판소는 일본국가 측의 의도에 부응한 판결을 내렸다.
특히 도쿄의 원고 변호인단은 조선고급학교가 무상화제도에서 배제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또 증인심문에서는 문부과학성의 당시 담당자에게 철저히 따져, 조선고급학교 지정의 근거규정을 삭제하고 불지정으로 정한 진짜 이유가 정치적 외교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논증했다. 조선고급학교에 대한 불지정이 위법임을 확실한 증거로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지배'론에 가담한 도쿄지방재판소는 치안정책적 관점에서 문부과학대신의 판단을 적법으로 인정하고, 정치적 외교적 판단에 의한 근거규정 삭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내쳤다. 원고 변호인단의 주된 주장을 무시하고 전혀 응답하지 않는 모욕적이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짜고 친' 판결이었던 것이다. 임기가 아직 남아있던 전 담당 재판관을 결심 직전에 교대시킨 이례적인 조치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한편, 도쿄 지방재판소의 경우는 문부과학대신의 판단을 "불합리한 것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며"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히로시마 지방재판소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조선학원이 "취학지원금을 부풀려 대리 수령"할 경우 "부당한 공작 등에 의해" "그러한 사태가 표면화되지 못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피고 일본국가의 주장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까지 단언했다. 즉, 히로시마의 판결은 사실상 '조선인은 신용할 수 없기에 취학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판결이 있던 날 저녁에 열린 판결보고집회에서 아다치 슈이치(足立修一) 원고변호인 단장이 "조선학교 아이들에 대한 차별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헤이트(혐오) 판결"이라고 엄중히 지탄한 것도 당연하다 (히로시마 "헤이트 판결": 역전 승리를 맹세한 재출발의 날' <월간 이어> 제22권 제9호, 2017년 9월, 7쪽).
오사카 판결의 역사적 의의
한편,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일본국가에 대해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 대한 취학지원금 지급에 관한 불지정 처분을 취소할 것, 이 학교를 취학지원금 지급 대상 학교로 지정할 것을 명하는 원고 전면승소의 판결을 내렸다. 쟁점이 된 조선고급학교 지정에 관한 근거규정 삭제에 대해서는 시모무라 문부과학대신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이며, 또 오사카조선고급학교는 적정한 학교 운영을 요구한 '규정' 제13조에 대해서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부당한 지배'에 관한 일본국가 쪽의 주장을 물리치고 히로시마·도쿄 판결과는 정반대인, 역사에 기록될 만한 획기적인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판결에서는 시모무라 문부과학대신이 "교육의 기회균등의 확보와 관계없는 외교적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근거규정을 삭제한 것은 고교무상화법에 정해진 위임의 취지를 일탈한 것이라고 명확히 인정했다. 또한 '규정' 제13조 적합성 판단, 특히 '부당한 지배'에 관한 판단에 대해 문부과학대신의 재량권은 인정받을 수 없고, 이 쟁점에 관한 일본국가의 주장의 대부분이 "합리적 근거에 기초하는 것으로서의 주장도 입증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본건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판결은 조선학교와 조선총련과의 관계, 재일조선인에서 민족교육의 의의 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조선총련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우리나라(일본)에서 재일조선인의 자주적 민족교육이 수많은 곤란을 겪는 가운데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 실시를 하나의 목적으로 결성되어 조선학교의 건설과 인허가 수속 등을 진행해 왔으며, 조선학교는 조선총련의 협력 아래 자주적 민족교육시설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기에 …… 이같은 역사적 사정 등에 비춰보면, 조선총련이 조선학교의 교육활동 또는 학교운영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한들 양측의 관계가 우리나라(일본)에서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의 유지 발전을 목적으로 한 협력관계일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양측의 관계가 적정하지 못하다고 바로 추인할 수는 없다. 또한 조선고급학교는 재일조선인 자녀에게 조선인으로서 민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인 외국인학교인 바, …… 모국어와 모국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한 교육은 민족교육에 있어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민족적 자각 및 민족적 자존심을 양성하는 데 기본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고급학교가 조선어로 수업을 실시하고, 북조선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회적, 지리적 사정을 가르침과 동시에 북조선을 건국하고 현재까지 통치해 온 북조선의 지도자, 국가이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조선고급학교의 앞의 교육목적 그 자체에는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에, 조선고급학교가 북조선이나 조선총련의 부당한 지배로 인해 자주성을 잃고 앞서 언급한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바로 인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오사카 지방재판소 판결은 일본 사법이 처음으로 조선학교의 민족교육 의의를 정면에서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재판투쟁
히로시마와 도쿄의 판결은 행정부의 조선학교 차별정책을 사법부가 자신의 권위와 신뢰성을 해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잡한 논리로 추인한 것이었다. 우리가 이러한 부당판결을 용인한다면, 일본국가는 자의적으로 '반일' 딱지를 붙인 개인과 집단에 대해 마음놓고 차별 정책을 취할 것이다. 만약 제소를 당하더라도 사법부가 정당화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조선고급학교에 대한 무상화제도 부적용은 이미 민족차별이라는 틀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사법 독립이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다. 부당판결을 내린 재판관은 마땅히 수치스러운 국책 판결의 장본인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사카에서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진 뒤라서 국가권력의 중심지인 수도 도쿄 지방재판소의 판결 내용은 한층 비정상적으로 비쳐졌다. 배외주의를 선동해 차별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일본국가의 의도는 이미 명백하다. 무상화 재판의 행방에 대한 일본사회의 관심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국지인 아사히신문 이외에 도쿄신문, 가나가와신문, 시나노일일신문, 교토신문 등의 지방지도 도쿄 판결의 부당성을 엄중히 비판하는 사설, 해설기사 등을 게재했다.
히로시마에서는 8월1일에, 도쿄에서는 9월25일에 원고가 항소해 조선학교 관계자와 지원자들은 불굴한 투지로 역전 승소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오사카 판결에 대해서는 8월 10일 일본국가가 항소해 국가측이 총력을 다해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아이치와 규슈에서 판결이 선고될 전망이다.
투쟁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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