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기문 아무리 부인해도 ‘박연차 리스트’에 적힌 건 팩트”
등록 :2017-01-18 06:0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겨레 자료사진
전·현직 검찰관계자들 밝혀
“2009년 당시 박연차 변호인이던
박영수 특검이 직접 중수부에 제출”
“2005년 여비서 다이어리에도
반기문 이름 두번 적힌것 확인”
“2009년 당시 박연차 변호인이던
박영수 특검이 직접 중수부에 제출”
“2005년 여비서 다이어리에도
반기문 이름 두번 적힌것 확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복수의 전·현직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반 전 총장이 뭐라고 하든 박연차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인사들을 정리해 2009년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사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박연차 리스트는 박 전 회장이 임의로 정리한 명단인데, 지금 특별검사로 있는 박영수 변호사가 당시 박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서 직접 대검 중수부에 제출했었다”며 “이와는 별도로 박 전 회장의 여비서 이현○씨가 회장의 일정과 동선, 지시사항 등을 정리해놓은 다이어리에도 2005년 무렵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두 번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2005년이면 반 전 총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은 애초 중수부 수사 선상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 박영수 변호사가 들고 온 명단에 반 전 총장이 들어 있고 2009년 당시엔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었으므로 고심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서하는 바람에 결국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가 만난 전·현직 검찰 관계자 중 일부는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한테서 직접 이런 사실을 들었다며 “이 전 부장한테서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자신들 말고도) 많이 있다”고 했다.
이 명단에는 반 전 총장 이외에 나중에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야당 중진 ㅇ 전 의원의 이름도 같이 적혀 있었지만, 그도 검찰 조사는 받지 않았다. 검찰은 2009년 당시 이 명단과 비서 이씨의 다이어리 등을 토대로 모두 21명의 전·현직 정치인을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또 리스트의 존재와 관련해 “당시 중수부에 제출된 ‘박연차 리스트’는 검찰이 임의로 없앨 경우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 반드시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명예훼손으로 의혹 제기 언론사를 고소하면 수사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해당 문서의 공개나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2009년 초 대검 중수부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 등이 적힌 ‘박연차 리스트’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박 전 회장이 2008년 12월10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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