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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4일 토요일

일 자민당 새 총재에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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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0.04 21:05

  • 수정 2025.10.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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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지명 선출되면

자민당 첫 여성총재,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총재선거판을 좌우한 여전한 자민당 파벌정치

최근 거세진 극우바람과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

아베 신조의 ‘적자’ 다카이치의 위험한 역사관

‘사상 최악’ 아베류의 한일관계 피해갈까?

4일 일본 자민당(LDP)의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2차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10.4.AP 연합뉴스

4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극우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제29대 총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당선자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야당과의 연립확대 토대 위에 차기 총리로 지명 선출돼, 자민당 첫 여성 총재이자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카이치 후보는 이날 자민당 국회의원과 당원·당우가 각각 295명씩 투표자로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183표(국회의원 64, 당원·당우 119)를 얻어, 2위인 고이즈미 신지(44)로 후보의 164표(국회의원 80, 당원·당우 84)보다 19표를 더 얻었으며, 2차 결선투표에서도 예상을 꺾고 표차를 더 벌였다.

1차 투표 1, 2위를 두고 국회의원과 47개 도도부현 지방연합회가 승자를 가린 2차 결선투표에서는 다카이치가 185표(국회의원 149, 도도부현 지방연합회 36)를 얻어, 156표(국회의원 145, 지방 11)에 그친 고이즈미 후보를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국회의원 지지율이 더 높았던 고이즈미 후보가 2차 결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들이 많았으나,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64)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 표(80)를 얻었던 고이즈미는 2차 결선투표에서는 145표 대 149표로 역전당했고, 47개 도도부현 연합회 표에서도 11표 대 36표로 뒤졌다.

여러 사전조사에서 당원·당우 표에서는 다카이치가 우세를 보여왔으나 국회의원 지지율에서 늘 크게 앞섰던 고이즈미가 국회의원표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1차 투표 때 3, 4, 5위를 차지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134표/ 국회의원 72, 당원·당우 62)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59표/ 44, 11),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49표/ 34, 15)에 표를 던졌던 국회의원들 중 다수가 다카이치 지지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새로 선출된 일본 자민당(LDP)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축하박수에 일어서서 화답하고 있다. 2025.10.4. 교도 로이터 연합뉴스

총재선거판을 좌우한 여전한 파벌정치

이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통일교와의 유착 등으로 중·참의원 선거 등에서 연패하는 위기상황에 몰리자 ‘당 해체 차원의 과감한 개혁’을 내세웠던 자민당이 여전히 ‘파벌정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아베 신조 정권 때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된 뒤 위기에 몰린 자민당은 파벌 해체를 선언(아소 다로 파벌만 유지)하고 실제로 파벌 형식을 지웠으나, 이번 총재선거 결과를 보면 파벌, 특히 파벌 영수들끼리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이합집산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현존 파벌 회장으로 이번 총재선거의 ‘킹 메이커’ 소리를 들었던 아소 다로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파, 모데키 도시미쓰 파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다카이치 지지 쪽으로 담합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이즈미로서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하야시 관방장관 및 기시다 파 국회의원들 일부, 그리고 소수파인 이시바 총리 쪽의 지지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최근의 극우바람과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

게다가 지난 7월 참의원선거에서 극우 참정당과 우파 국민민주당의 약진에서 드러났듯이 최근 더 뚜렷해지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 극우세력의 급속한 세력확장도 다카이치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 선거전의 핫 이슈가 물가 급등(인플레)와 실질소득 감소 등 생활고와 외국인 노동자 및 관광객들 급증에 대한 거부감, 과거사에 대한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 재강화 추세 등이 그와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의 막무가내식 관세전쟁도 이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되지 않았을까. 5500억 달러의 대미 직접투자 협상 결과에 대한 일본 내의 불만은 3500억 달러 투자 압박에 대한 한국의 그것보다 덜하지 않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대미 재협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목소리를 낸 후보가 다카이치였다. 그런 주장이 더 잘 먹히는 쪽으로 일본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베 신조의 ‘적자’ 다카이치의 위험한 역사관

1961년 교토 인근 나라 현 태생인 중의원 10선 의원 다카이치는 총재선거 때 “마차 끄는 말처럼 일하자”며 “나 자신도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이란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자”고 외쳤다. 전형적인 우익 부국강병론자의 구호를 연상케 하는 다카이치의 그런 주장은 그의 극우적 역사관, 가치관과도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일본 (평화)헌법 개정론자인 그는 군대 보유와 ‘전쟁 포기’를 명기한 헌법 제9조 1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자위대’란 명칭은 ‘국방군’으로 바꿔 명기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한결같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론자다.

2006년 아베 신조 1기 정권 때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 및 북방영토 대책, 과학기술정책,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담당)으로 처음 입각한 다카이치는 그해 8월 일본 종전일(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유일한 각료(대신=장관)였으며, 이후 초지일관하고 있다. 방위비(국방비)를 더 늘리고 적기지 공격능력, 사이버 안보를 더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아베 신조에서 기시다 후미오로 이어진 일본 우익 내지 극우적 전략 또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카이치는 일제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을 일방적으로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아베 신조의 주장 그대로다.

일장기를 훼손하는 자를 처벌하자는 ‘국기 손괴죄’도 신설하자는 그는 여성 ‘천황’ 계승과 부부 별성제에 반대하는 가부장적 가치관의 소유자이면서 10%선에 머물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늘리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마거릿 대처류의 모순적 여권신장론자이기도 하다.

‘사상 최악’ 아베류의 한일관계 피해갈까?

일본 현실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만든 극우 아베 신조의 ’적자‘, ’제2의 아베‘라는 말을 듣는 다카이치 정권의 대외정책은 아베 정권 때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아베 정권 때의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었다.

일본으로서도 그 사상 최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게 된 최근의 나라 안팎 상황변화가, 다카이치 정권 이후 한일관계를 아베 정권 때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끌가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볼 수 있게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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