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코파일럿)으로 만든 뉴스 분석 인공지능 사진.
▲ 생성형 AI(코파일럿)으로 만든 뉴스 분석 인공지능 사진.

톨빗(TollBit)은 웹사이트나 언론사와 같은 콘텐츠 제공자들이 AI 기반 봇(bot), 스크레이퍼(scraper), 자동화된 에이전트를 통해 자신의 콘텐츠가 사용될 때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콘텐츠 제공자의 사이트에 유입되는 트래픽을 분석하여 인간 사용자와 봇 및 자동화 에이전트를 구분하고, 봇의 활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또한 콘텐츠 제공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요금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콘텐츠 소유자와 AI 개발자 간에 '공정한 이용 대가 지급 구조'를 구축하려는 기술적 시도로 볼 수 있다.

톨빗은 이러한 목적에 따라 주기적으로 AI 봇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톨빗이 모니터링하는 전체 웹사이트에서 인간 방문자 수는 9.4% 감소한 반면, AI 봇의 방문 점유율은 4배가량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초에는 방문자 200명 중 1명이 AI 봇이었지만, 현재는 50명 중 1명꼴로 AI 봇이 방문하고 있다.

▲ 톨빗(TollBit) 홈페이지 갈무리
▲ 톨빗(TollBit) 홈페이지 갈무리

AI 봇 방문 수 증가와 더불어, 이러한 AI 봇의 트래픽이 언론사의 사이트 분석 시스템에서 정확하게 식별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만든 브라우저 코밋(Comet)을 예로 들 수 있다. 코밋은 자율적으로 뉴스를 수집하여 그날의 주요 뉴스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아래 사진은 코밋 브라우저에서 추천한 방식대로 추석 당일인 10월6일 대한민국의 주요 뉴스를 요약한 결과다. 총 46개의 출처가 표시되어 있는데, 톨빗의 분석에 따르면 퍼플렉시티 봇이 뉴스를 요약하기 위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한 기록은 AI 봇이 아닌 일반적인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인간 방문자로 기록된다. 퍼플렉시티 봇은 표준 크롬 사용자 에이전트(User Agent)를 사용하고 인간의 주거용 IP 주소를 활용하여 스스로를 AI 도구로 식별되지 않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AI가 생성한 요약을 보게 되지만, 일반적인 언론사의 분석 시스템은 이를 정상적인 인간 방문으로 집계하게 된다. 게다가 이는 퍼플렉시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 10월6일 오후 4시, 코밋(Comet)이 요약해준 뉴스 기사
▲ 10월6일 오후 4시, 코밋(Comet)이 요약해준 뉴스 기사

이러한 왜곡은 언론사의 광고 기반 수익 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광고주들은 실제 인간 이용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광고비를 지불하는데, AI 에이전트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요약을 생성하면 실제 이용자가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른바 '제로 클릭(Zero-click)' 현상이다.

AI 에이전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전통적인 광고, 마케팅, 콘텐츠 소비 모델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광고주들은 이제 인간이 아닌 AI 봇을 대상으로 광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언론사 웹사이트의 광고 가치 평가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전통적으로 언론사는 '노출 수'나 '클릭 수'로 광고비를 받아왔는데, 이러한 지표의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언론사들은 자사 트래픽 중 실제 인간과 AI 봇을 구분할 수 있는 정교한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사를 요약할 때 반드시 원본 출처를 명시하며, 그 노출과 사용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처를 밝히는 AI 봇은 허용하되 인간으로 위장하는 AI는 차단하는 방식으로 '로봇 배제 표준(robots.txt)'을 재정비해야 하지만, 톨빗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분기 AI 봇 방문의 13.3%가 로봇 배제 표준을 우회했다. AI 기업들도 정당하게 신원을 밝히고 대가를 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AI 에이전트들이 앞으로 더 다양하게 활용되면 이용자들에게 언론사의 뉴스가 직접 노출될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나마 언론사의 수익원이던 광고 노출 및 클릭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면서, 공익적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동시에 영리기업으로서 존립해야 하는 언론사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기술 기업과 언론사 간의 계약이나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AI 기술이 언론 환경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저널리즘의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사회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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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AI 활용을 거부할 권리
우선 AI 기업들이 언론사 콘텐츠를 활용할 때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중소 및 지역 언론의 특수성을 고려한 차등적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적 저널리즘 지원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며, 양질의 저널리즘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 문화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언론 환경의 보존은 언론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건강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AI 기술의 발전이 소수 대형 매체로의 집중을 심화시키고 다양성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퇴보가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과 저널리즘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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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