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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기자수첩] 중국 혐오 부추기는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5-10-13 16:19:04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29일 인천 중구 인천관광공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5.09.29. ⓒ뉴시스


    지난 9월 29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천시를 방문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시의 주요 현안사업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지역 민심을 다진 것이다. 인천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공항이 있는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때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상징적인 곳이다. 그런 만큼 관광 산업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천시를 방문해 찾은 곳도 바로 인천관광공사였다.

    이곳에서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유 시장은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며 관광객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력 후보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탄핵 여파로 내년 지방선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국민의힘 입장에선 인천시 사수를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초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국민의힘 인사들이다. 이날 유 시장의 사업 설명이 끝나자, 박종진 국민의힘 인천시당 위원장이 장 대표를 붙잡았다. 그러면서 입에서 내뱉은 건 타국에 대한 혐오 발언이었다. "아주 심각합니다. (중국인) 무비자 문제가 심각합니다. 월미도고 뭐고 중국이 전부 다 장악해버렸어요. 이게 장기화되면...홍콩이 그래서 멸망한 거예요."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발언은 뜬금없는 것을 넘어 절망스러웠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도부도 호응했다. 장 대표는 "그런데 왜 아까 그 말씀을 안 하셨냐. 그 말씀 하라고 마이크 드렸는데"라고 맞장구를 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더 적극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날은 이른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작된 날이었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연일 안보 우려와 불법 체류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검토된 정책인데, 정권 교체 이후 국민의힘이 돌연 '반중', '혐중' 프레임을 들고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국민의힘이 간과한 것이 있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는 유 시장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 들어오는 것에 반대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의 시작은 내수활성화, 경제회복에 많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관광객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장사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 시장은 박 위원장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가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면, '이대로 가다간 지방선거 망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은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나온 국민의힘의 대표 정책이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민주당이 지방선거 때 중국어로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가 뭘까. 외국 국적이라도 영주권을 얻고 3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거주 안 해도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와 있는 만 18살 이상 외국인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지방의회의원 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은 인접국가이기 때문에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중 중국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이를 빌미로 중국을 겨냥해 혐오를 부추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통상적으로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이 그대로 통과될 리 만무하다.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이대로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서울 구로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중국어로 적힌 현수막을 내걸거나, 중국 출신 주민에게 중국어로 투표를 독려한 바 있다. 그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보면, 중국 출신 주민을 만나자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를 했고 주민을 향해 "짜요(힘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다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스스로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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