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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7일 화요일

"우린 나포될 겁니다" 팔레스타인 목전 배 위, 보름달 만난 한국인의 호소

 [인터뷰] 구호선단 항해 11일째, 유일 한국인 활동가 해초 "수치심 없는 이스라엘, 식민지 겪은 한국인이라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왼쪽)과 그가 지난 4일 개척자들에 전달한 사진(오른쪽). ⓒ 해초 제공, 개척자들 인스타그램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향해를 하고 있습니다. 식민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해초(27, 김아현)가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한 말이다.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인 그는 지난달 27일 자유함대연합(FFC) 소속의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 선단에 합류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출발, 11일째 항해하고 있다.

선단은 현재 이스라엘군의 나포 위험구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초가 승선한 배 '알라 알 나자르'는 7일 오전 7시 38분(한국 시간) 기준 가자지구까지 약 420km를 남겨두고 있으며, 오는 8일이면 팔레스타인 인근 해역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해초는 지난 2일 질문지를 보낸 <오마이뉴스>에 6·7일 이틀에 걸쳐 답변과 사진·영상을 보내왔다. 그는 "나포 위험구간에 들어서기 전에 소식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것을 대비해 출항 이전과 항해 중에도 트레이닝 중이지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나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팔레스타인에 드리운 봉쇄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민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고 있고 우리 또한 이곳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항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으로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국 기업과 이스라엘의 공모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다른 한국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초가 보내온 답변 전문을 아래 정리했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책임감 느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서쪽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5. 9. 15. ⓒ 연합뉴스/Hasan Alzaanin/TAS

- 가자지구로 향하는 과정에 나포되거나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것을 대비해 며칠간 트레이닝을 진행한 후 출항했다. 또한 항해하면서도 어떤 상황이 닥칠지에 계속 공유하고 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상황에 처할지 예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누구도 (그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만행을 아무런 수치심 없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태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항해를 하고 있다."

- 가자지구에 도착한다면, 그 순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은 팔레스타인에 드리운 봉쇄를 계속해서 두드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일어나고 있다."

-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어젯밤(5일) 달을 보면서 추석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았다. 이곳에 혼자 한국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선단에는 여러 나라와 민족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국가라는 정체성보다는 자신이 어떤 역사에 속해 있는지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국 기업인 한화와 이스라엘의 공모에 대해 비판의식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에서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팔레스타인까지 가는 길은 멀다. 그런데 (이렇게 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일에 한국이 가담하고 있다. 이 사실이 부끄럽다."

"한 배에 탄 동료들, 서로의 노래 듣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사진 맨 왼쪽이 해초. ⓒ 해초 제공

-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는 어떤가. 선단 내 활동가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가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탑승한 배에는 총 4명이 타고 있다. 한국인이 1명, 프랑스인이 3명이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모두 비슷한 또래라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한 배에 타고, 함께 감옥에 가고 또 돌연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매번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운명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거 같다. 활동가들은 서로의 노래를 나눠 듣고 있다. 한 활동가는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왔는데 그곳의 역사가 내가 활동했던 제주도와 비슷하다. 우리 모두 핍박받은 역사를 가진 곳에서 왔다는 동지애를 느끼며 브르타뉴의 전통음악을 함께 듣고 있다."

- 왜 한국인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한국인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과 한국이 어떤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식민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여러 지역에서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집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에서 목소리 내는 시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세히 설명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한국 시민사회 51차 긴급행동'이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렸다. ⓒ 유지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우린 나포될 겁니다" 팔레스타인 목전 배 위, 보름달 만난 한국인의 호소 이진민,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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