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에디터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도발을 피하는 신중하고 세심한 균형 잡기를 보여준다."
베트남 호찌민시립 교육대 국제학부의 카오 응우옌 칸 후옌 박사는 '한국의 APEC 정상회담. 이재명 '실용' 외교를 위한 시험대'란 29일 자 <더디플로매트> 기고에서 지난 5개월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 행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베트남 국제학자가 본 이재명 '실용 외교'
"미·일과 협력, 대중 도발 회피…균형 잡기"
칸 후옌 박사는 "취임 이후 이재명의 '신중한 외교'는 명백했다. 그의 첫 해외 순방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다"며 "더구나, 도쿄(8월 23일), 워싱턴(8월 25일)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도,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특사단을 베이징에 파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사하게, 이재명 자신은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불참했지만, 그의 자리에 우원식 현 국회의장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으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도 중국을 '배려'한 대목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비슷한 '중견국'으로서 미·중 간 자주적 균형 외교를 펴는 베트남의 국제 전문가가 이재명 외교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칸 후옌 박사는 윤석열 정권의 친미, 반중 외교를 소환해 "전임 정부가 두 강대국 관계에서 균형 잡기에 실패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겐 값비싼 교훈으로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실용적 유연성' 독트린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중 관계를 안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동시에 '참석'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 경주 정상회담에 참석한다면, 한국은 균형 전략을 가동하고 가장 중요한 두 파트너와의 양자 관계를 개선할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미 외교, 노무현·문재인과 달라"
"한국민 구금 사태, 반미 감정 기름 부어"
대미 외교에서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차이'도 부각했다. 그는 "노무현이나 문재인 같은 이전의 진보 지도자들과 달리, 이재명은 '상대적 자율성'의 입장에서 워싱턴에 접근하거나 의존도를 줄이고, 양자 관계에 긴장시켰던 정책들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대신, 그는 미국 관세 압력에도 대화를 우선하는, 더 부드럽고 유연한 접근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칸 후옌은 8.25 한미 정상회담을 이재명 정부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등 관세 협상 후속 협의에서 도전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미 관계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합의는 잠복한 위험에 비유되며, 통화 스와프 약정과 신중한 정책 조율이 없으면 한국은 재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9월 초에 미국의 불법 노동 단속 중 한국민 300명의 구금은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에 기름을 부었고, 양자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논평했다.
시진핑 APEC 참석, 한중 관계 해빙 신호
"윤석열 때 서울의 친미 편향으로 악화"
시진핑의 APEC 참석에도 주목했다. 이를 두고 칸 후옌은 "윤석열 대통령 때 서울의 친미 편향으로 악화된 한중 관계의 '해빙'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심지어 작년 12월 자신의 계엄령 선포를 정당화하고자 중국의 정치 개입을 비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베이징은 물론, 지난 4월 윤석열을 탄핵한 한국의 헌법재판소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고 썼다.
칸 후옌은 또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와 시진핑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면 관세, 무역 분쟁, 공급망 회복 등의 주요 협상 분야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나 APEC 기간 중 북미 협상 또는 남북 대화 재개의 실현 가능성은 현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 의지와 대남 적대적 태도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봤다.
다만 김정은이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칸 후옌은 "워싱턴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 두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발언이 트럼프가 APEC에서 시진핑과의 회담 사실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칸 후옌은 "이는 평양이 중·미 역학 관계를 계속 면밀하게 모니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번에 아니어도 내년 초 트럼프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점쳤다.
러시아 푸틴 APEC 초청 자체에 의미 부여
"다자 외교에 대한 이재명 정부 의지 과시"
칸 후옌 박사는 또한 한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APEC에 초청했다는 러시아 타스 통신의 보도를 거론한 뒤 "만약 올해 정상회의에 미국과 중국, 그리고 혹시 러시아까지 온다면, 이재명 정부의 주목할 만한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고, '동서양의 가교'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난 몇 년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 이후 아시아에서 선도적 위치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의 참여는 불확실하지만, 서울의 초청은 이재명 정부의 다자 외교에 대한 의지를 과시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감안할 때, 대러 관계 강화는 남북대화를 촉진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유연한 외교 전략을 가동할 또 다른 경로를 서울에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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