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5년 10월 1일 수요일

[공개사유] 재판의 독립성이 국민의 주권 위에 있을 수 있을까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과 다른 증인들이 불출석했

12.3 내란이 가져온 해악과 혼란을 빠짐없이 열거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지금 국가 체제 자체를 가장 흔들리게 만들고 있는 것을 하나만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아무 고민 없이 ‘사법 불신’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사법 불신은 법원 스스로가 자처했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반성적 태도가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담한 심경이 든 지 오래다. 내란과 같은 상황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이 되어야 했던 사법부는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모두 익히 알고 있듯이 지난 5월 1일 불과 대선을 1달 앞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자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다. 말 그대로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그간 판례 경향을 뒤집은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 자체도 놀라웠지만,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판결에 이르는 절차의 속도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순식간에 판결을 내렸는데 사건 접수 기준으로는 34일 만에, 재판부 사건 배부 기준으로는 9일 만에 판결이 이뤄진 것이다. 당연히 이재명 대통령의 상고심은 법원 역사상 이례적으로 속전속결로 판결해버린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피고가 누구든 절차에 의문이 들기 마련인데 하물며 피고가 유력한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유무죄 판결 여부와 관계 없이 판결에 걸린 시간과 판결의 시점 만으로도 어느 한쪽으로부터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처럼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과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고 이는 지귀연 판사가 자신만의 괴상한 논리로 윤석열을 구속취소했던 사건과 함께 한국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의 사법 불신으로 몰아넣었다.

지금 정보공개센터는 이처럼 사법 불신의 발단이 된 이재명 상고심과 관련해서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행정심판을 진행 중이다. 행정심판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대법원 재판부가 심리와 합의를 할 때 재판연구관 보고서가 제공되는데, 이 보고서가 대법관들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정보공개센터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재판연구관 보고서가 언제 작성되었는지, 언제 대법관들에게 배부되었는지, 그 분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법원행정처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 정보들이 공개되면 재판부가 적절한 시간을 두고 숙고해 합의를 진행했는지 여부를 국민들이 보다 면밀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내용의 법원조직법 제65조를 근거로 ‘재판연구관 보고서에 대한 이런 기초정보들이 공개되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게 되어 '재판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법원행정처가 법원조직법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적용하고 있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재판에 대한 알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로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자료사진 ⓒ뉴스1


그런데 법원이 국민의 알권리의 제한을 주장하며 강변하는 이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말이 마음을 답답하게 짓누른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법원은 판결에 신뢰가 가기 힘들 정도로 합의에 이르는 절차가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져 국민들로 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인데, 이런 비판을 불필요한 논란으로 치부하고 재판과 관련된 단순한 행정정보마저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원이 국민과 여론의 비판 자체를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법원의 인식은 다분히 권위주의적이며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말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적용하는 차원에 머문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법원이 주장하고 있는 재판의 독립성은 국민주권이라는 헌법적 가치, 국민의 감시와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재판의 독립성의 본질은 국민주권과 국민의 감시와 참여를 성립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국민주권과 국민의 감시와 참여와 같은 가치 보다 중요하거나 그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즉 진실한 의미의 재판의 독립성이라는 것은 부당한 권력의 압력과 영향으로부터 법관들과 사법부 구성원들이 견고한 양심과 윤리로써 지키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관심이 지대한 재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국민의 감시로부터 감춘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설령 이런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들의 의견이나 비판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되려 장기간 해결되지 않는 의혹과 책임 문제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장기화할 뿐이다.


“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 응원하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