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16 16:48
탐험대원 '라비'의 언어탐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한의학연구원’,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산업단’, ‘안양시장애인인권센터’. 우리가 평소에도 흔히 보곤 하는 기관의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 중 몇 개나 막힘없이 바로 읽을 수 있었는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 나가다 멈칫하게 되거나,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나서야 정확히 이해하게 된 이름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말은 분명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 써야 한다고 배웠는데 주변의 기관명을 들여다보면 줄줄 붙여 쓴 경우가 훨씬 많다. 자연스럽게 지나치던 이름들을 곱씹다 문득 궁금해졌다. 단어를 모조리 붙여서 쓰는 기관명은 올바른 표기일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일까, 한국 조세 재정 연구원일까?
정답은 '둘 모두 허용된다’이다. 한글 맞춤법 제5항 제4절은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에 대한 것으로, 해당 절의 제 49항에 따르면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여기에서 ‘단위’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성 요소의 묶음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예시로 들어 보자. 이를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으로 띄어 쓰면 각각의 단어가 지닌 뜻은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그것이 하나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직관상 자연스러운 띄어쓰기를 보여주기 위해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고유 명사는 하나의 단위로 파악하고 붙여 쓸 수 있는 것이다. 즉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은 원칙 표기이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허용되는 표기이다.
한글 맞춤법 제49항은 고유 명사를 대하는 우리의 직관에 근거한다. 우리는 하나의 고유한 대상을 한 개의 단위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보다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후자는 하나의 단위로 묶여 있어 그것을 구성하는 단어 네 개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단위는 직관적으로 자연스러운 띄어쓰기를 위해 설정되었으므로 국어의 의미 해석에 어긋나는 띄어쓰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려 대학교 사범 대학’이 원칙일 때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은 허용되지만 ‘고려대 학교사범대학’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 부설, 부속, 직속, 산하 등은 고유 명사에 속하지 않으므로 앞뒤의 말과 띄어 써야 한다. 단, ‘교육 기관 등에 딸린 학교나 병원 등은 하나의 단위로 다루어 붙여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부속학교’나 ‘부속병원’과 같이 예외적으로 붙여 쓸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기관명 하나에도 한국어 어문 규범이 숨어 있다. 혹시 필자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 있다면, 이 기사를 통해 궁금증이 해결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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