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북 전원회의 보도와 핵무력 강화 노선
- 김치관 기자
- 입력 2023.01.01 23:50
- 수정 2023.01.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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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해 첫 날, 올해 신년사에 해당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적시한데다 ‘전술핵 무기’ 증강을 공언하고, 실제로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시험과 배치를 입증해 보여 올해 군사적 긴장은 어느 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인 올해를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내세웠고, ‘당건설 5대노선’을 정식화 하는 등 김정은 총비서의 유일사상체제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남조선괴뢰 명백한 적’ 규정,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천명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사흘간 ‘보고’를 통해 현 정세를 분석하고 올해 북한의 진로를 제시했다. 통상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대외관계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핵무력 정책과 대남‧대외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강대강’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비서는 2022년을 평가하면서 “공화국 핵무력정책을 공식법화하여 만년대계의 안전담보를 구축”했다고 지난해 9월 ‘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 채택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구축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또한 올해 사업계획을 제시하면서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바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듯 북한도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남측 보다는 미국 견제용이라고 강조해온 핵무기에 대해서도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증강을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8일 사거리 15,000km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을 사정권에 두게 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해 11월 24일자 담화에서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나아가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제2경제위원회에서는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방사포의 성능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고, “2023년 1월 1일 새벽 조선인민군 서부지구의 어느한 장거리포병구분대에서는 인도된 초대형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조선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보도했고, 우리 합동참모본부(합참)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술핵을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의 양산 및 실전배치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사거리가 멀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점타격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핵억지의 3대 조건인 3C(Communication 의사전달, Capability 능력, Credibility 신뢰성)를 확실히 천명했고, 이제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에 따라 ‘핵 교리’도 바뀌었다. [노동신문]은 “보고는 핵무력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성렬 전 오사카총영사는 “북한이 표명한 것은 ‘우리를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확증 보복’을 넘어 참수작전 시도와 같이 상대방이 북에 타격을 시도할 경우에도 ‘핵을 먼저 쓸 수도 있다’는 ‘비대칭 확전’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은 물론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받더라도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는 ‘비대칭 확전’으로까지 적극화 된 것이다.
신냉전 구도의 틈 활용,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응고’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해 ‘응고’시키고자 하는 것은 현재 조성된 정세와도 관계가 깊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험들이 가득했던 2022년”,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 “8차당대회 이후 우리 당의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진통”이라고 지난해 정세를 언급했다.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의 3각공조실현을 본격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신냉전 정세 속에서 일치된 대북 제재를 가하기 어렵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할 적기”라며 “바이든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기대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끝까지 가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단계에서 추진하고있는 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기간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내내 떠돌며 한미일 군사협력 명분으로 활용된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도 이같은 국제정세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강경대치 국면을 이어갈 경우 군사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 봄 예고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 남북은 첨예한 힘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 ‘확전 불사’를 외치기도 했다.
조성렬 전 총영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자 미국도 빌미를 주지 않으려 우크라이나 정부를 단속시키는 등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며 “확전을 마다않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기 벅찬데다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될 경우 미국이 현단계에서 더 중시하고 있는 대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국이 윤석열 정부의 브레이크가 되어 주지 않으면 남북간 군사적 불상사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는 상태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비보강 계획과 당건설 5대 노선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완수를 위한 더 높은 목표와 방대한 과업이 나서고있는 2023년을 국가경제발전의 큰걸음을 내짚는 해, 생산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생활개선에서 관건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하고 전반적부문과 단위들의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8차 당대회에서 정비보강을 제시했고,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까지 3년이 걸린 셈”이라며 “각 분야별 본보기 단위들을 만들고 ‘사회주의 ’태’가 더 나는 경제관리 체제로, 경쟁력 있는 부분들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8차 당대회 이후 시‧군과 농촌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온 북한이 이번에는 “도당위원회와 도당책임비서들의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도’ 단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가 지방경제까지 충분히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군 단위들이 자체 원료로 소비품 등을 생산, 자립적 경제발전을 도모토록 하는 ‘지방공업 현대화’에서 본보기 사례를 창출했다는 연말 결산이 나왔듯이, 그보다 더 광역단위인 도 단위 역시 같은 방향을 견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건설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식량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의 자력갱생 노력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등 ‘비빌 언덕’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김 총비서의 보고는 올해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설정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3년차를 맞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함께 새로운 3,700세대 거리를 하나더 형성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뤄진 ‘조직 문제’에서도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 박태덕 황남도당 책임비서, 백성국 강원도당 책임비서가 임명됐다.
그동안 당 비서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겸임했던 군의 대표주자 박정천이 해임되고 리영길이 이어받았다. 박정천의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군의 성과가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직 문제는 대체로 소폭의 자리바꿈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이며, 김수길, 박태덕, 리영길, 태형철, 오일정 등 기존 에이스들이 핵심 포스트에 재등판 했고, 통일부가 제공하는 북한인물 정보에도 나오지 않는 김상건 중앙검사위 부위원장 겸 당 부장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별도의 의정(의제)으로 ‘새시대 당건설의 5대 노선에 대하여’가 채택돼, 당건설에 관한 이론체계를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률건설, 작풍건설로 새롭게 구성한 점도 주목된다.
[로동신문]은 지난해 12월 연말 결산 정론에서 5대 당건설 방향을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사상”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가장 혁명적이고 과학적인 사상과 로선으로 조국과 인민이 나아갈 앞길을 환히 밝혀주시는 위대한 수령이시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집권 10년 차를 넘긴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이론 분야에서의 성과를 부각시켜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이어 ‘김정은주의’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평가되며, 이는 결국 ‘수령’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조국해방전쟁승리(7.27 정전협정) 70돐과 공화국창건(9.9) 75돐을 기념하게 되는 2023년”은 정주년, 이른바 꺾어지는 해 행사가 기다리고 있고, 국방력 시위 등을 통해 최근 시대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도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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