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행적인 윤 대통령의 당 대표 선거 개입
애초에 나 전 의원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대통령실이 정면으로 비판한 것부터 통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다. 뭐가 됐든 위원회 내부에서 정리되는 게 상식적인 정책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실 수석까지 나서서 공개 저격하는 모양이 연출됐다. 하필 그 시점이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선다는 당원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받을 때였다.
논란이 커지자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라고 이유를 밝히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막상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 직후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하다가 뒤늦게 사의 표명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고 나서도 지난 12일에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크다.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하루 뒤에 사의 표명도 없었던 기후환경대사직까지 묶어서 해임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은 이미 사의 표명이 있었던 만큼 사표를 수리하면 그만이었다. 굳이 징계의 의미를 담아 해임할 것이라면 하루 전까지 애정이 여전하다는 대통령실 발 보도는 무엇인지, 그 하루 사이에 밖에서는 모르는 대단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대통령도 여당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당은 당이 알아서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말로 밝혀 왔던 입장을 이제 와서 뒤집는다 한들 그것이 그리 큰 잘못도 아니다. 차라리 여당 당권 경쟁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최소한 떳떳해 보이기라도 할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윤핵관’이라 분류되는 의원들의 반응도 이해 불가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이들은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이라거나 ‘친윤을 가장한 반윤 우두머리’ 등으로 표현하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 벌어지는 이런 편 가르기는 볼썽사납고 퇴행적이다.
당권 경쟁에 나섰던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던 직에서 밀려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거나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윤 대통령의 심기뿐이다. 굳이 사표 수리가 아니고 해임한 이유도 대통령의 불쾌감 표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집권 여당의 첫 당대표 경선이 ‘윤심’ 논란 말고는 아무런 논의도 찾아볼 수 없게 흐르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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