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 발행 2023-01-29 16:46:19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올랐는데, 38.7%(14.2원/MJ → 19.7원/MJ) 올랐다. 전기요금은 1월 1일부터 킬로와트시당 11.4원이 오른다. 정부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고, 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원인은 국제에너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상승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 수입 단가는 4월 톤당 700달러대에서 9월 톤 당 1,470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10월 이후에는 1,200달러 대로 떨어졌다. 가격의 등락은 있겠지만 천연가스를 포함해 에너지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인다. 난방비만 아니라 에너지 요금 전체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을 표방하고도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급상승하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해 전 정권 탓만 하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에는 “4월 전기세 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했었다. 지금은 책임 공방할 때가 아니라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난방비와 전기요금 상승의 실체는 에너지 위기이다.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난방비’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 에너지 비상사태’에 준하는 대책 수립으로 확장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대책을 에너지전환,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해결 차원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왜냐면 국제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고, 지구평균기온 1.5℃ 이하 안정화를 위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시민들이 이런 변화를 견디려면 정부의 전환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기 가격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탈탄소 에너지전환을 동시에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미국인들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담고 있다. 이를 청정에너지 분야의 산업지원과 고용 창출까지도 연결했다.
미국 백악관의 ‘모두를 위한 청정에너지’ 사이트(https://www.whitehouse.gov/cleanenergy/)에 들어가 보면 시민들이 에너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설치부터, 주택 단열 개선, 에어컨과 전기차 구매까지 어떤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가정은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나 배터리 설치할 때 30% 세액공제를 받고, 창호 교체나 단열 개선 사업에 가구당 1,200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 히트펌프 설치에 대해서는 2,000달러를 지원한다. 모든 가구는 주택의 에너지 진단 비용 150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단열 개선을 위해 일반 가구는 4,000달러, 저소득층은 최대 8,000달러(1,000만 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클릭만 하면 바로 지원기관과 연결된다. 지원 규모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왜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라고 강조했는지 이해가 절로 된다.
그런가 하면, EU 위원회는 에너지 비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6일 EU 회원국에 대한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조치를 발효했다. 긴급 조치는 한시적이지만 강제성 있는 조치로 에너지 생산업체와 정유 업체에서 발생한 횡재 수입에 대해 연대 기부금 명목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긴급 조치를 통해 1,400억유로(200조 원)의 횡재 수익을 회수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거둔 횡재세는 취약 계층 에너지 비용 지원, 기업 유동성 지원,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REPower EU 재원으로 사용된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도 필요하고
횡재세 논의도 확장할 필요가 있지만
에너지 비용 상승 대책은 무엇보다
총에너지 소비량 저감과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져야
미국과 EU에서 보듯이 급격한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대책은 총에너지 소비량 저감과 에너지전환과 연결되어야 하고, 정부는 시민들이 에너지 비용 절감과 기후위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방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인상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가스요금 할인 확대 폭을 넓혀 난방비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횡재세를 거둬 ‘에너지·고물가 지원금’ 지급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도 에너지 가격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긴급 지원은 기본적인 해법이고, 횡제세 논의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낮다. 특히 에너지 가격에 있어서는 국제사회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이나 수급 위기가 시민들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정부가 방어막이 되어줬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기재부는 유류세를 인하했다. 연료비가 올라 전기요금과 난방비 상승요인이 발생해도 한전이 적자로, 가스공사가 적자로 감당했다. 공기업의 적자가 무조건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방식은 단기간 가격 변동은 넘길 수 있지만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버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수요 관리나 효율 개선의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며, 에너지 위기에 둔감하게 만든다. 또 다른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과도한 한전채 발행이 채권시장에 충격을 준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가 부딪힌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위기 상황이라면 시민들도 더 깊이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게 된다. 겨울철 난방비와 여름 냉방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용량도 있지만 집의 상태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 주택의 단열 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대책이 만들어보자.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도 줄이고 온실가스도 줄이는 크게는 그린리모델링부터, 창호 교체, 단열페인트와 열 차단 시트 등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정부든 지자체든 마련하면 좋겠다.
전기요금은 가정용 베란다 태양광이나 자가용 태양광을 직접 설치하거나 지자체에 보급하는 것도 고민해보자. 서울에 보급된 베란다 태양광이 12만 가구 정도 된다. 초기엔 보조금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시민들이 적었는데, 2018년에 불볕더위로 여름철 누진 전기요금 걱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태양광발전기가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자 그 해에만 4만 가구가 미니태양광을 달았다. 이러한 정책은 산업과 일자리와도 연결된다.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소비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는 고갈자원인데다가 앞으로도 값싼 에너지 시대가 오긴 어렵다.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대안을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의 관점에서 설계해보자. 특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가격 변동성이 낮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립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더불어 농촌과 도시의 에너지 비용 격차나, 국회에서 몇 번 토론은 진행되었지만 늘 흐지부지되었던 에너지 복지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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