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권교체기, 섣부른 예단보다 치밀한 상황 관리가 우선”
그는 ‘복심’이라는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평소에도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굉장히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면서도, 지난해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나 문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검찰개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에 대해선 분명하고도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윤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는 우리 민족에게 절대적 과제”라며 “사회·정치·경제·문화·군사 모든 면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도 그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공식 출범하기 전인 만큼 섣부른 예단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법무부와 갈등을 빚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의 가장 큰 임무가 검찰개혁”이라며 “그 뜻을 윤 총장이 잘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방역이란 호평 속에서도 공공의료 체계 강화가 이뤄지지 못한 한계를 드러낸 데 대해서는 “정치권이 원칙을 잃었다는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임기 말에 정국 두고 오히려 고민 더 깊어졌다”
- 어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어려운 현안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이 진솔하고 담담하게 본인의 마음을 국민들에게 열고 소통하신 것 같다.”
- 일각에선 이전보다 문 대통령의 힘이 빠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말 정국을 ‘관리형’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진솔한 심정을 국민의 언어로써 하나하나 표현하는 걸 보고, 정말 깊게 생각했다는 게 많이 느껴졌다.”
- 최근 떠오른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을 것 같다. 어제 대통령이 이를 둘러싼 민주당 내 혼란을 정리한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당 지도부가 회의를 통해 당의 입장을 정하지 않았나. 그 내용과 어제 대통령이 하신 말씀의 내용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가진 고유의 권한이 사면권이다. 다만 이 사면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권한이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그럴 때만이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만약에 그게 안 된다면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걸 말씀하신 것이다.”
- 감사원의 ‘정치감사’ 논란이나 법무부와 갈등을 빚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어떻게 보셨나.
“대한민국, 그러니까 문 대통령이 임명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것(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답변)도 저는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뜻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의 가장 큰 임무가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문 대통령이) 이야기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윤 의원도 문 대통령과 같은 생각인가?
“사면 관련해선 (그렇다).”
- 다른 사안도 그런가?
“네, 굳이 뭐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문재인 정부 평화 정책 성과 뚜렷, 일시적인 어려움 겪는 중”
“미국 정권교체기, 섣부른 예단보다 치밀한 상황 관리가 우선”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막판으로 접어드는데 8차 당대회를 하는 북이나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미국이나 빠르게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아울러서 한반도 정책 전략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켜보려고 하지 않겠나. 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 측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반도 전략을 리뷰해야 할 것이고, 주요 구성원들을 인선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다. 그러다 보니 양측이 조심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 상황은 그렇게 본다.”
- 이러다가 자칫하면 현 정부의 남북관계 성과가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다음 정부의 과제로 남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동의할 수 없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대한반도 평화 정책의 성과가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기억하겠지만 2017년은 전쟁의 위기에 대한민국이 빠져있을 때 아닌가.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증언에 따르면 당시에 미군의 대한민국 철수계획이 논의됐다고 한다. 그런 상황과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와 36개월 지난 지금을 비교해보면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는 없어지지 않았나. 과거 전임 정부에서 있었던 (군사적) 충돌도 없다.”
- 대통령이 말했던 ‘되돌릴 수 없는 평화’로 더 나아갈 수는 없는 것인가.
“지금 현재 국면으로 보면 남북관계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의) 공을 만들었던 건 2017년 어려웠던 시기에 꾸준히 노력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라는 게 우리 민족에게는 절대적 과제 아닌가. 사회·정치·경제·문화·군사 모든 면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도 그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보수를 떠나서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 북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조건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고, 미국을 향해서는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제시했다. 그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압박은 하지만 지켜보겠다’는 큰 기조가 아닌가 싶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 기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화의 문을 닫을 수도, 열 수도 없고, 미국에 굴복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당대회 전체 기조 잡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그런 취지에서 어제 대통령께서도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서 신뢰 구축하자. 그게 우선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 소강국면의 남북관계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훈련이 중단 또는 유예될 것으로 보나. 이것이 남북관계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는 첫발이 될 수 있을까.
“어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지점이 나왔다. 하나는 한미연합훈련에 담긴 특징이다. 연례적인 훈련이고 방어적 훈련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과정 중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또 남북 간 합의사항 중에 남북군사위원회가 있지 않나. 그 큰 틀 내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러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아직 바이든 정부가 출범도 안 했다. 너무 성급한 예단과 추측은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에 실익이 없다. 오히려 치밀한 상황 관리가 우리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 그동안 대화와 만남 제안이 계속됐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인도적 차원의 사업조차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보나.
“북한은 미측의 입장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보니 쉽게 안 움직인다.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앞바퀴는 북미관계, 뒷바퀴는 남북관계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선 앞바퀴가 방향을 잘 잡고 가야 한다. 북의 입장은 앞바퀴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는 앞바퀴가 못 움직이는 조건이다. 저는 이럴 때일수록 뒷바퀴의 힘으로 조금씩 자동차를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2018년 봄을 이끌어왔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대통령께서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신뢰관계를 쌓아가자. 그걸 통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앞당기자’고 한 것이고, 이에 북한이 좀 화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남북관계라는 뒷바퀴를 움직이는 데에도 조건이 따라붙지 않나. 늘 유엔 제재로 가로막히는데, 이걸 뛰어넘을 수는 없을까.
“지금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는 대단히 꼼꼼하다. ‘역대급’이라고도 이야기들 한다. 그러다보니까 매번 이러저러한 시도들이 유엔제재에 부딪히고 있다.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북한은 유엔의 여러 사항들을 어겼던 적이 있고 거기에 따라 유엔 제재가 내려진 거니 그걸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끊임없이 찾아내고 노력해야 한다. 다만 지금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 해는 전 세계가 코로나 정국이었다. 실제로 북한이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국경을 거의 봉쇄하다시피 했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건 남북관계나 평화프로세스에 일정한 ‘허들’이다.”
공공의료 체계 논란에 “우리 정치권이 원칙을 잃었다는 자기반성 해야”
- 국회의원이 된 후 상임위원회 배정 1지망이 외교통일위원회였다는데,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저는 외교·통일·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분단국가에서 안보를 지키는데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까.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통위의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면에서 대단히 아쉬운 건, 과거 정치권이 서로 싸우고 갈등을 일으키더라도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선 한목소리를 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야당이 소위 말하는 ‘발목잡기’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제가 작년 12월 미국을 민주당 대표단 자격으로 갔는데 우리 교포들과 현지에서 만난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발 여야가 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민주당이 와서 얘기하면 바로 다음에 야당이 와서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나경원 원내대표가 그 시작을 열었다’고 하더라.
최근에는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이를 반대하기 위해) 미국 인사들을 만났던 적이 있다. 저는 일부 탈북자단체들을 옹호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전체, 최소한 접경지에 살고 있는 몇백만 명의 국민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안보 이슈만큼은 국내에서 치열하게 토론해서 합리적 의견을 모아서, 예를 들어 미국을 상대할 때는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런 부분들까지 정략적, 정치적으로 고려해서 대응하는 것은 슬기롭지 못하고 응당하지도 않은 처사라고 생각해서 대단히 아쉽다.”
- 외교 역할을 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
- 한국 국방력이 세계 6위인 반면 북한은 28위라는 통계가 미국에서 최근 나왔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핵을 제외한 국방력이 전체적으로 북을 앞선 지 오래됐는데 여전히 국방비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북에서도 이 점을 비판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자주국방은 진보정부가 더 튼튼하게 갖고 왔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자주국방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보수정부에서는 자주국방의 기조를 놓쳤던 적이 많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자주국방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동북아시아,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북한만을 두고 국방비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야당이 K-방역을 두고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야당 대표라는 분이 K-방역에 대해서 성과를 폄훼하고,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 정부를 공격하고 여당을 공격할 수 있지만, K-방역이라는 건 정부도 잘했지만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힘을 모아서 된 게 아닌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누워서 침 뱉는 짓은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1, 2차 코로나 유행 당시 공공의료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대비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우리 정치권이 원칙을 잃었다는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게 뭐냐는 부분을 너무 많이 놓쳐왔다. 또 장기적인 계획들을 놓쳐왔다. 이 두 가지를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대적인 재정투입으로 노동자, 영세상공인 등을 살리고 이를 토대로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비해 당정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반대하는 사람은 제가 볼 땐 여당과 정부 내에는 없지 않을까 싶다. 특히, 대통령 비롯해서 당 지도부는 그렇다.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1, 2, 3차 재난지원금, 그리고 작년에 4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그런 게 적극적인 재정 지원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재정이라는 게 객관적인 한계가 있다. 우리 국민의 부담이고 미래세대의 부담이라서 사회적 합의와 공론,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마음 같아서야 다 하고 싶다. 그런데 여러 가지 객관적인 어려움, 재정 형편의 어려움, 상황들을 고려할 수 없지 않나 생각한다.”
- ‘국가보안법 7조 폐지안’이 민주당 내에서 발의됐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아닌 7조 폐지안에 대해 시민사회는 비판적으로라도 지지하는 분위기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문 대통령의 숙원이기도 한데 의원은 어떤 입장인가.
“저는 충분한 공론 과정을 거쳐서 당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입장이 중요한 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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