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5일 김 대표는 장 의원에게 요청해 서울 여의도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자리에는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차량을 대기하던 중 김 대표는 장 의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당시 어떠한 신체 접촉을 했는지,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후 장 의원은 김 대표에게 항의를 했고, 김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이후 김 대표는 장 의원 측에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고, 당기위원회(당원 징계 관련 최고 의결기관)에 스스로 제소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장 의원은 김 대표의 ‘셀프 제소’ 방식을 거절했고, 사흘 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습니다.
25일 정의당 대표단은 김 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다움? 성추행 5일 뒤 기자회견을 연 김종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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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성추행 닷새 뒤인 20일 신년기자회견을 했다 ⓒ유튜브 캡처 |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뒤 김 대표가 다른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와는 다르게 행동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 대표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대표직 사퇴와 당기위원회 셀프 제소 등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5일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고 닷새 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기자회견을 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여유롭게 답변을 해줬습니다.
김 대표는 장 의원이 ‘셀프 제소’를 거절한 뒤 자신의 성추행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기자회견을 일정대로 강행했습니다.
약속된 당의 공식 행사이고, 스스로 당의 징계를 기다리겠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자숙’이나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한, 정의당이 성추행 사건을 알고도 김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강행했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징계를 스스로 요청했다’는 말이 가해자다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마저도 하지 않는 가해자들이 있어 특별하게 보일 뿐입니다.
일상을 회복하는 방법에도 ‘피해자다움’은 없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상을 회복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회복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피해자다움도 강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현재 일어나는 성범죄의 98%가 남성들로부터 저질러지며 그 피해자의 93%는 여성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아무리 이전까지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장혜영 의원 입장문 중에서)
‘성평등과 젠더’를 내세웠던 정의당이 무너졌다
심상정 체제 이후 김종철 대표는 류호정, 장혜영 의원 등 신인 정치인들의 멘토로 그들과 함께 정의당을 이끌었습니다.
그동안 정의당은 성평등과 젠더 문제를 내세우며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고, 류호정, 장혜영 의원은 전면에서 김 대표는 뒤에서 그들을 도왔습니다.
김 대표는 장 의원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거부해 논란이 됐을 때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정의당이 외면해선 안 된다”며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소수정당이 특정 이슈에 몰입했다가 무너지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동안 정의당이 내세웠던 성평등과 젠더 등의 가치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봐야 합니다.
정의당이 김 대표를 징계하고 출당시켜도 대다수 국민들은 ‘김종철 성추행’만 기억할 것입니다. 당명을 바꾸거나 지도부를 개편해도 정치적 능력과 지지율이 약해 회복 불능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나마 남아 있던 소수정당의 가치가 무너지고 아예 국회에서 퇴출당할 수 있어, 대형 정당의 권력형 성폭력 충격보다 훨씬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의당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김 대표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징계만 하고, 형사고소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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