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는 2021년 새해를 맞이해 진보통일운동 주요 단체 대표들과 서면 대담을 진행했다.
첫 번째로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다.
[기자] 자주시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한다.
[이창복] 자주시보 애독자라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은 분들이라 믿어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삶,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로 무거운 심정으로 새해를 맞이하지만 그래도 새해는 늘 결심을 새롭게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삶의 터전에 늘 만복이 깃들길 바라며 무엇보다 이 어려운 상황을 건강하게 이겨내자고 말하고 싶다.
[기자] 남북관계가 꽉 막힌 원인과 평가를 해 달라.
[이창복] 용기의 부족이다. 남북의 화해와 단결, 평화와 통일은 말은 쉽지만 한걸음 한걸음에 용기 있는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75년이나 분단의 세월을 보내야 했겠는가. 남북합의 이행에 상황과 조건을 탓하는 것처럼 비겁한 일은 없다. 어떠한 방해가 있더라도 남북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야 했다. 특히 지난 한 해는 민족의 이익보다 동맹의 이익 앞에 주저앉은 한 해였다. 정부가 무엇이 먼저인지를 잊었다고 생각한다.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자는 약속은 철학이며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 합의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이창복] 신뢰가 우선이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어렵게 된 이유는 남북 양 당사자 간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그동안 우리 정부가 상대는 계속 아니라고 하는데 헛제안을 하며 북의 호응만을 기다렸다. 어리석은 일이다. 보건의료 협력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이것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남북관계가 그렇게 해서 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은 4.27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이 하나도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뢰 회복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생각해야 한다. 다가오는 3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은 그 첫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대행위 중단이야말로 신뢰 회복의 긍정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기자] 미국이 남북관계 내정간섭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국회가 제정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간섭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한미관계를 바로 정립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창복]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소위 강대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았다. 최근 미국 의회 사태, 지난해 블랙라이브매터 운동을 야기한 인종차별 문제를 보며 과연 이런 나라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패권 중심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주권국에 대한 상호존중, 호혜와 평등, 연대와 협력이 새로운 세계 질서가 되어야 한다. 종속적 동맹이 아니 수평적 관계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주권국으로의 자존과 자주를 지키기 위해 더욱 힘을 써야 한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뜻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과 제도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을 의미한다. 2012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백인 방범요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흑인 민권 운동의 새로운 표어가 됐다.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편집자 주)
[기자]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왜 중요한가?
[이창복] 이 땅의 민주주의를 억압해온 국가보안법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분단이다. 같은 민족이 서로를 적대시하며 살아온 모진 세월이 국가보안법을 무소불위의 괴물로 만들었다. 우리가 분단의 장벽을 넘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열어 가자고 한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낡은 과제 중에 하나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다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자] 올해 6.15 남측위의 사업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이창복] 오는 27일 남측위 2021년 사업 방향과 계획을 논의하는 총회가 있다. 서면대담을 하는 오늘도 남측위의 각계 대표들과 함께 토의를 하며 지혜를 모았다. 지난 활동을 평가하다 보면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이제야말로 동맹의 뛰어넘어서 민족단합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6.15남측위가 올해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다. 남북공동선언의 실현과 남북협력의 복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각계의 목소리를 더 크게 모으겠다. 자주시보 독자 여러분도 함께 하리라 믿는다.
*바쁘신 가운데 자주시보 신년대담에 응해 주신 이창복 상임대표의장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 신년대담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입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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