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0-09-24 04:59수정 :2020-09-24 07:43
[코로나 극복, 싹트는 연대 소비]
서울 망원시장 배달서비스 한창
‘놀장’ 앱으로 연신 주문 들어와
상인들에겐 버팀목 구실 톡톡
시장도 온라인 주문 가능해지자
소비자들 “이왕이면 동네시장서”
서울 망원시장 배달서비스 한창
‘놀장’ 앱으로 연신 주문 들어와
상인들에겐 버팀목 구실 톡톡
시장도 온라인 주문 가능해지자
소비자들 “이왕이면 동네시장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은로 망원시장에서 박세홍 픽업매니저가 전통시장 마케팅 및 실시간 배달 중개 플랫폼인 ‘놀러와요시장’(놀장)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주문을 받은 뒤 손수레를 끌고 와 물건을 받기 위해 한 매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은로 망원시장 놀장 픽업센터에서 고형락 배달매니저(오른쪽)와 박세홍 픽업매니저가 시장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창고에서 배달 봉투에 담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점포 86곳 중 50곳이 ‘놀장’ 이용망원시장에 놀장이 도입된 건 석 달이 채 안 됐다. 지난해 음식점 위주의 온라인 배달 서비스 ‘네이버 장보기’가 시작했지만, 참여 업체가 고작 26곳에 그칠 만큼 온라인 배달에 상인들 호응은 작았다. 하지만 놀장이 들어온 뒤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코로나 영향도 컸다. 이날 현재 점포 86곳 중 50곳이 놀장을 이용한다. 김진철 망원시장상인회장은 “지난해 네이버 장보기 입점 때는 상인들이 설명회도 잘 오지 않았다. 전통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이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탓에 오프라인 판매만으로는 불안하다는 공감대가 상인들 사이에 빠르게 형성됐다”고 말했다.상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좀 더 생생하다. “코로나19로 시장에 오시는 분들이 급격히 줄었어요. 확진자까지 발생해 시장이 문을 닫기도 하는 걸 보면서 온라인 배달을 본격 시작하게 됐죠.” 족발집을 운영하는 방아무개씨 말이다. 반찬가게 ‘엄마손반찬’을 운영하는 김은자(53)씨는 장부를 들추며 놀장에서만 발생한 매출이 지난 두 달 남짓 동안 90만원쯤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시장 오기를 꺼리는 손님들이 앱을 통해 주문하시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가게에 들른 단골손님들은 그동안 앱을 통해 주문했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부 최아무개(49)씨는 이런 변화가 무척 반갑다. 한 달에 4~5번 달걀, 유제품, 분식 등 식재료와 간식을 주문한다는 최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래도 직접 가는 횟수는 줄었다”며 “대신에 평소 직접 가서 구매하던 제품을 배달로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상인들이 힘든 시기인 만큼 평소에 시장을 자주 이용하던 사람들이라도 꾸준히 이용해야 하지 않겠냐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은로 망원시장 놀장 픽업센터에서 고형락 배달매니저(오른쪽)가 각 상점으로 주문된 물건을 가지고 와 가정으로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단골가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울의 또 다른 대표적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은 예전에 없던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빈대떡, 과일, 정육, 생선, 한과 등을 파는 점포 6곳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온라인으로 차례상이나 추석 선물세트를 주문받아 29·30일 새벽에 고객 집 앞으로 배송한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이 배송 대상이다. 추상미(42) 박가네빈대떡·상미원 대표를 중심으로 상인들이 직접 마련한 서비스다. 수수료가 없는 신생 플랫폼 ‘파라스타’에서 판매하고 새벽배송 전문 스타트업 ‘팀프레시’가 배송을 맡았다. 추 대표는 “광장시장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코로나19로 매출이 70% 감소했다”며 “손님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돌파구를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차례상 새벽배송을 기획한 과정을 말했다. 업체당 100세트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소비자들도 전통시장의 변화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전준형(43)씨는 광장시장 박가네빈대떡의 10년 단골이다. 전씨는 올해 추석 차례상 세트 1개와 과일 세트 12개를 예약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와 배송 서비스는 자신이 아끼던 전통시장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었다. 전씨는 “단골가게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올해는 이왕이면 백화점이나 마트보다는 시장에서 추석 선물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상인들은 더욱 적극적인 자세다. 추상미 대표는 아예 자체 앱 개발을 꿈꾸는 중이다. “정부 지원사업이나 대형 플랫폼 입점은 절차가 복잡하고 수수료도 비싸죠. 이른 시일 내에 광장시장 자체 앱을 개발하고 내년 설 연휴 때는 자체 앱을 통해 차례상을 파는 게 목표입니다.”
코로나19로 전통시장도 온라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장상인들이 추석 차례상 새벽배송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수수료·배송비 등 소상공인 부담 줄여야”기업과 지역사회의 움직임도 부쩍 늘었다. 네이버,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은 잇따라 전통시장 배달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1월 전통시장에서 파는 먹거리 등을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네이버의 경우, 현재 참여 업체는 수도권과 경남 등 40개 시장에서 621개 점포에 이른다. 서울 지역 전통시장 22곳에서 주문한 먹거리를 20분 안팎에 배송해주는 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민족도 지난 22일 앱 내에 ‘전통시장’ 카테고리를 열고 서울 전통시장 4곳에서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지역사회 역시 연대 소비에 조금씩 힘을 싣고 있다. 신혜정(50) 광명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복지관 직원들이나 복지관을 찾는 취약계층 주민들과 나눠 먹을 먹거리 등을 놀장 앱을 통해 광명시장에서 구매한다. 신 관장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지역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상공인이 잘돼야 그분들도 지역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경기도 광명에서 ‘나들가게 코사마트광명’을 운영하는 박재철(47)씨도 매주 5만~6만원씩 먹거리를 놀장 앱을 통해 광명시장에서 주문한다. 박씨는 “동네 슈퍼나 전통시장은 거의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는데, 놀장이 온라인으로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전통시장과 모바일의 만남이 불러오는 연대 소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보완해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박상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마케팅지원실장은 “수수료나 배송비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앱 반응 속도를 높이고 오류를 줄이는 등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민간 플랫폼과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63431.html?_fr=mt1#csidxc7a42d73e81b05388373f2eef1291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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