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27 07:57
5개월 사이 재산 껑충은 ‘착시’… 비상장주식 평가방식 변경이 재산폭증 원인
신규등록자, 즉 초선이거나 다시 국회에 돌아와 재등록대상이 된 의원을 포함한 숫자다.
자료는 인터넷에 공개된 ‘국회공보’를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지만, 전체 815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재산공개내역에서 추려야 한다.
국회의원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부동산이나 상장주식을 보유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적 재산이다.
그런데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증권사나 시장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 아니다.
회사와 개인 사이의 계약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증권자산이다.
취재는 간단치 않았다.
의원실을 통한 문의에 상당수 의원은 “보유 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의 권유로 보유한 주식”과 같은 식으로 해명했다.
이른바 ‘재테크’와 무관한 주식이라는 해명도 대부분의 의원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해명이기도 했다.
실제 현재는 비상장주식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한때 상장이 되었다가 폐지되면서 매도하지 못하게 된 주식도 상당수였다.
“증권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이라면 누군가에게 팔릴 수도 있지만, 상폐되면서 처분 못 하고 들고 있게 된 주식”이라는 하소연도 들려왔다.
서류상 남은 흔적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주식 매수 시점에도 과연 그러했을까.
공개 자료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와 평가가액만 나와 있다.
주식을 보유한 경위나 시점 등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기자가 32명의 의원에게 비상장주식 보유 경위 등을 취재한 이유다.
신고한 비상장주식이 석연찮은 경우도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신고한 재산신고 내역 중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벨 마레’라는 비상장회사 주식 1만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보에 따르면 1만주의 평가액은 9731만원.
지난해 10월 설립된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 11월 등기된 이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는 2만주다. 그러니까 박 의원의 배우자는 현재까지 발행주식의 50%를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이 맡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점 모집 및 운영업, 제조업 및 판매업’ 등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 회사의 본점으로 명기되어 있는 두 주소(울산광역시 북구 당사동 307-3, 322-8번지)를 확인해보면 인접해 있다.
현재 지목은 임야와 답이다. 해안가 언덕 위로 나 있는 도로 옆의 땅들이다.
다시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박 의원의 배우자가 322-8번지 땅 595㎡ 중 297.6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되어 있다.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 의원의 배우자와 벨 마레의 대표이사가 2분의 1씩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307-3번지의 소유자는? 벨 마레다.
두 필지는 경남은행의 채권최고액 13억2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 벨 마레가 돈을 빌린 채무자로 설정되어 있다.
매입 시점은 둘 다 지난해 11월이다.
■ 석연찮은 배우자 소유 비상장주식
“대출이자가 3%만 하더라도 월 300만원인데 수익이 없는 벨 마레의 이자는 누가 대는지 모르겠다.”
안영호 울산 중구 의원의 말이다. 안 의원은 322-8번지 땅 중 절반만 소유한 것도 농지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두 필지를 합치면 주말농장 운영 등으로 농촌에 거주하지 않은 도시민이 구입할 수 있는 1000㎡가 넘는데, 그것을 피해가기 위해 307-3번지는 비상장 법인 벨 마레가, 322-8번지는 개인이 나누는 식으로 쪼개기 구입을 했을 것이라는 것.
이번에 공개된 재산공개 내역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박성민 의원 측은 “논란이 된 비상장주식은 9월 25일 백지신탁 등록하려고 한다”며 “의원 배우자가 샀다는 땅도 농지법 제10조를 보면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 이전에 처분하면 법 위반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가지고 있던 제주 유리의성 비상장주식 1만6200주는 지난 총선 때부터 논란이 제기됐다.
송 의원은 과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았고, 이후엔 송 의원의 부인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선거 당시 제주 지역언론이 분석한 이 회사의 재무제표상 현금배당액에서 과거 송 의원에게 지급된 금액은 단순 추산해봐도 2억원이 넘는다는 것.
“송 의원에 이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부인급여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당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국회 재산공개는 7월 14일 기준이었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백지신탁 권고에 따라 7월 30일 국회의원회관 농협거래지점을 통해 매각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비상장주식 유앤지아이티와 지오씨엔아이 주식은 지난 2016년부터 설립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학과 지자체 등에서 벤처지원금을 받아 회사를 세웠지만, 실제 운영은 가족기업 형태로 해왔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후보자 시절 선관위에 비상장주식으로는 지오씨엔아이 주식만 신고했다. 당시 신고가액은 액면가 기준으로 4억9000만원.
그러나 이번 신고에서는 지오씨엔아이와 더불어 자신과 배우자가 있는 유앤지아이티 비상장주식도 포함됐다. 각각 9만주와 1만주다. 신고금액은 조 의원이 46억5469억원, 배우자가 6468만원이다.
액수만 보면 선관위 때보다 아홉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조 의원 측은 “국가와 지자체 지원을 받아 만든 벤처를 가족기업으로 운영했다”는 과거 보도가 과장됐다는 반응이다.
조 의원 측의 말이다.
“가족기업이라고 하지만 본인이 퇴직금을 투자해서 만든 것이다. 현재 대표를 맡은 사람은 조 의원 가족과 관련이 없다. 과거 대표를 맡은 딸이나 감사를 맡았던 장남도 모두 그만두고 현재는 독립생계를 하고 있다. (가족들이 여전히 등기부상 임원을 맡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담보도 잡혀 있고 본인이 투자한 회사도 아닌데 직원 중에 선뜻 나서서 임원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사실 이런 작은 회사에서 임원을 맡는다고 해서 얻는 건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과한 지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 의원님 소유 비상장주식 주목받는 까닭은
이번 재산 신고 때 재등록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보유한 것으로 신고한 스탠드다그래핀 2000주도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탠드다그래핀은 실리콘과 탄소나노튜브를 넘어서서 ‘꿈의 나노물질’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소재다.
주목받는 것은 이 회사의 이정훈 대표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 시기인 2003년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구체적으로 2003년 9월부터 홍보기획비서관실과 해외언론비서관실에서 일하다 2007년 1월 대통령비서실장 수행과장을 맡아 퇴임 직전까지 일했다.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이 의원과 프로필이 겹친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 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하루 25만5000갤런 규모의 수처리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우리 제품이 수출되고 있다”며 “시스템은 7~8월경 완성될 것이며 이후 제품 공급, 매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이 가진 이 회사 주식 2000주는 액면가 기준으로 주당 500원에 신고, 100만원 평가가액으로 신고되어 있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대박’이 예고된 셈이다. 이 의원의 주식보유는 이 의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장외주식시장에서 회사의 뒷배경으로 거론될 수 있다.
9월 22일 통화에서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이 정확한 시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4~5년 전에 오래 알던 지인이었던 이 대표로부터 주식을 산 것은 맞다”라며 “원외에 있을 때 지인(이정훈 대표)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고, 미래가치 신소재 사업 도전을 격려해준 기억이 있다고 이 의원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의정활동과 이해충돌 가능성 여부에 대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의해둔 상태”라며 “조만간 백지신탁이나 매매 권고가 나오면 그대로 따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팔릴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점.
이 의원측은 “그렇지 않아도 매매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장외주식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시세를 알아보니 주당 3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라며 “애초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아니었던 만큼 매매가 가능하다면 그전이라도 처분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자료를 바탕으로 당선 5개월 만에 평균 10억원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주장의 근거는 지난 21대 총선에 입후보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내역과 이번에 발표한 국회재산공개(2020년 5월 30일 기준)의 평가액 차이였다. 후보 당시와 당선 후 재산 신고액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이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선관위에 신고한 전 의원의 재산은 48억원. 그런데 국회 신고액수는 914억원이었다. 당선 5개월 만에 무려 86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경실련은 전 의원 소유의 부동산 값 계산에서 계산착오가 있다고 밝혔다. 즉 “분양권 잔금납부, 공시가 상승 등으로 부동산 재산이 12.3억 증가했다고 애초 기자회견에서는 밝혔으나 실재 증가분은 2.3억원으로 계산착오가 있었다고 당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정정했다).
전봉민 의원의 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비상장주식으로 주식회사 이진주택 1만주와 주식회사 동수토건 5만8300주를 가지고 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이 두 비상장주식의 평가액이 858억7313만6000원으로 전 의원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실련이 확보한 전 의원이 출마 당시 선관위에 제출한 ‘재산신고사항’을 보면 이진주택 주식이 1억원, 동수토건 주식이 약 17억으로 평가되어 있다.
전 의원은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아들로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비상장된 두 회사는 이진종합건설의 자회사로, 전 의원 지분은 이진주택이 33.3%, 동수토건은 37.51%다.
“다스의 실소유자 MB가 장남 시형씨에게 했듯 알짜배기 자회사를 통한 우회상속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과 같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전 의원 측은 “돈이 많다며 금수저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은데 실제로 아버님 사업이 망하면서 고가 밑에서 살았고 초등학교 때 이모집에 살며 버스 타고 학교를 다녔던 것은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며 “건설업을 하시던 부친이 ‘은행빚’의 무서움을 알고 무차입경영을 하다보니 회사가치가 확 뛰게 되면서 비상장주식 가치가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서는 “부산에서 시의원할 때부터 이런 문제로 오해를 받는 것을 싫어해서 교육이나 복지 쪽으로 전문성을 쌓았고, 현재도 국토위 등 건설업과 연관 상임위는 본인 스스로 피하고 있다”라며 “결국 주식부자 금수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팔 수 있는 주식도 아니고 본인이 감당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주식부자 금수저 별명 억울하다”
‘5개월 만에 떡상’이라는 것은 선관위 등록 당시와 국회 공직자재산신고 신고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착시’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가르는 핵심기준은 비상장주식이다.
선관위 신고 때는 액면가 기준이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신고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실거래가나 1주당 당기순이익 가치의 60%에 1주당 순자산 가치 40%를 더해 기재하는 식으로 ‘현실화’되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에 밝힌 비상장 주식 ㈜대지 6189주의 평가액은 18억9946만5천원이다. 입후보 당시 신고한 ㈜대지 6189주의 신고액은 6189만원. 주당 1만원씩 액면가로 신고한 액수와 현실가를 반영한 신고액 상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윤의원 측은 “광고회사 대지 주식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며 윤 의원 본인도 근무했던 회사”라며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소유로 인한 추가적인 소득은 없다”라고 밝혔다.
비상장주식을 가진 모든 의원이 적극 소명에 나선 것은 아니다.
“저는 임차인이자 임대인입니다” 5분 자유발언으로 유명세를 얻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KG그룹 계열사인 케이지에듀원 3340주(평가액 486만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경실련이 입수한 선관위 신고자료에는 ‘케이지패스원’ 주식을 3340주(신고액 1670만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국회신고 후 오히려 평가액이 더 떨어진 특이한 케이스다.
KDI 교수를 역임한 윤 의원이 해당 주식을 갖게 된 ‘경위’가 궁금하지만 윤 의원 측은 “직접적으로 아는 분이 아니고, 건너서 아는 분을 통해 2012년도에 산 것으로 아는데 공개되어 있는 자료 이외에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측은 “적법 절차에 맞춰 신고를 했고, 선고한 내용을 넘어서 설명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취재를 사실상 거절했다.
반면 신고 제도미비로 의혹을 사게 되었다며 적극 호소하고 나선 의원들도 있다. 유성티에스아이, ㈜넥솔론, 인젠 등의 비상장주식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는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취득한 지 10년도 넘은 회사이며 현재 대부분 상장폐지된 회사”라며 “사실상 액면가가 0원에 해당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다음번 신고 때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안내를 들었다”고 밝혔다.
배우자가 비상장회사 ㈜이썸테크 주식 2000주를 가진 것으로 신고한 정태호 의원은 2018년 청와대에 있을 때나 지난 총선 출마 당시는 이 주식의 가치를 액면가로 1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번 공직자윤리위 신고에서 평가금액은 1억642만4000원이다. ‘주식값어치가 16배 뛰었다’고 부풀리기 쉬운 소재다. 9월 23일 통화에서 정 의원은 “20년 전에 집사람이 직장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회사이며, 회사가 옮기고 주인도 바뀌고 감자하면서 남은 주식이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한 2000주”라며 “그때부터 계속 1000만원어치 주식으로 신고하다가 이번에 계산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과거에는 EDI라고 전자문서 교환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썸테크는 “국내 금융권 외환/외신 및 리스크 사업분야의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 “공직자 재산공개 지금보다 더 투명해야”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더라도 정치권 주변 인사가 비상장주식을 사고 보유하는 것은 결국 과거 낡은 정치권력을 이용한 사적 취득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국회에 들어간 초선의원들의 경우 의원 되기 전 취득한 주식이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비상장주식은 근본적으로 취득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기 힘든 주식”이라며 “설령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각 당 차원에서 의원들은 모두 처분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상집위원을 맡고 있는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주식회사 제도의 본래 취지는 투명하게 공시하면서 회사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사회가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게 오히려 재산을 은닉하고 편법으로 승계하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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