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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5일 금요일

‘김정은 사과’ 담아 통지문 보낸 북측 “일어나선 안 될 상황, 부유물만 태웠다”

 


김정은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북측 사건 경위 조사 결과 설명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9-25 15:55:37
수정 2020-09-25 15: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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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9.25.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9.25.ⓒ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또한 북측은 사건 경위 조사 결과를 밝히며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북측은 사건 당시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고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불에 태운 것은 부유물뿐이었다며 우리 정부의 발표 내용에 선을 그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이 청와대 앞으로 왔다고 밝혔다. 서 안보실장은 동시에 장문의 통지문 전문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전부는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북측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후 강령반도 앞 북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남성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통전부는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전부는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고 부연했다.

통전부는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통전부는 또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전부는 청와대와 정부가 북측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통전부는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통전부는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도 약속했다. 통전부는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통전부는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이해를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통지문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살해되고 그 시신이 훼손됐다는 우리 정부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왔다.

이에 대해 서 안보실장은 "우리가 북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답신 보내온 것으로서, 사태 발생 경위에 대한 북측의 설명, 우리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유감 표명, 재발방지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 안보실장은 통지문에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라고 언급된 건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일컫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친서 교환은 최근 한달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들이 극복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우리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신 훼손 여부 등 북측의 조사 결과가 우리 정부 발표와 일부 차이가 난다'는 지적에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가 나는 것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북측에서도 현재까지 조사한 것이라고 상황을 전제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이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NSC가 전날 북측에 요구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중처벌, 재발방지 조치가 충족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들의 심려를 우리가 존중하고 걱정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언론에 설명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가 추가적으로 어떤 대책과 조치를 취할지 계속 검토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통지문에 대해서 정부가 어떤 판단하고 있다는 걸 예단하지 말라고 전문을 다 읽어드린 거니 문자 그대로 보고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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