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회사 워크샵을 치룬 뒤 서울 올라가는 길에 공주 마곡사에 들렀다. 백범 김구 선생이 스물도 안 된 청년 때 황해도 어딘가 나루터 주막에서 조우한 일본군 장교 한 놈을 맨주먹으로 때려 죽이고 피신차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잠시 중으로 신분을 속이고 숨어 사시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백범일지를 읽은지 30년인가, 40년인가, 하도 오래 돼 세세한 기억은 없지만 왜놈 때려 죽이던 장면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나라면 어땠을까, 책 읽으며 머릿속으로 무수히 그 장면을 그렸기 때문이다.
놈이 칼을 찼다는 걸 알고 정면승부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겠기로 먼저 약간의 소란을 일으켜 놈의 주의를 흐트린다. 놈이 방심하는 순간 벼락같이 달려들어 냅다 명치를 발길로 차 마당에 나뒹글게 한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때려 죽였든가 칼을 빼앗아 찔러 죽였든가, 아마 그 비슷한 상황이었을 거다. (나중에 한 번 백범일지를 보고 확인해 봐야겠다)
그리고는 주변에 혹시 놈의 부하가 있거나 영문 모른 채 덤벼드는 자가 있을까 봐 허풍을 떠는 장면이다. 큰 솥에 밥을 가져오라 해서 숟가락을 두 개 겹쳐서 두어 숟갈 퍼먹고는 “아~ 오늘은 왜놈 피를 너무 먹었더니 내가 밥 먹기가 싫구나~!” 하시고는 숟가락을 내던지고 주막을 나와 줄행랑을 치셨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 장면도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선생은 진정 호걸이면서 지략가이시기도 했는가 보다. 맨 손으로 칼찬 왜놈(국모를 시해한 놈으로 오해함)을 죽이고 그 원수의 피를 한 움큼 움켜 마신 악귀같은 형상으로 밥을 퍼먹는 이에게 누가 감히 덤벼들 엄두라도 냈겠는가!
해방 후에 선생이 마곡사를 방문하셨던가 보다. 금의환향하는 기분으로 기념식수도 하셨나 보다. 향나무는 70여 년 동안 엄청 크게 자랐는데 선생은 끝내 자신이 꿈 꾼 나라를 일구는데 실패하고 암살 당했다. 그리고 선생을 암살한 세력은 지금까지도 지긋지긋하게 살아남아 곳곳에서 분탕질에 여념이 없다.
요즘 아베와 토왜들 하는 꼴을 보라. 원수의 피를 움켜 마신 선생의 의분을 생생히 되새기는 마곡사 방문길이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