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 관련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1월 8일 그는 대대적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 |
ⓒ 남소연 |
추다르크는 추다르크였다. 취임 6일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와 검찰의 오랜 관행에 거침없이 작별을 고했다.
8일 오후 6시경, 추미애 장관이 이미 청와대에 다녀왔다는 말이 나왔다. 종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관련 의견을 듣는 문제로 법무부-검찰의 기싸움이 있던 뒤였다. 곧이어 '법무부 발표시점이 7시냐, 8시냐'는 이야기들이 서초동에 무성했다. 그리고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관련 기사 : 추미애 칼 뽑았다, '윤석열 검찰' 간부들 부산·제주로).
'윤석열식 수사'에 책임을 묻다
인사대상은 모두 32명이다. 고검장급 승진 5명, 검사장급 승진 5명, 전보 22명. 이 명단에는 배성범 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제주지검장)이 들어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의혹 수사 지휘라인이다.
특히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린다. 윤 총장은 중앙지검장 시절 2·3차장으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을 취임 후 그대로 대검에 데려갔다. 하지만 세 사람의 황금기는 약 6개월만에 끝났다. 윤 총장의 또 다른 최측근인 '소윤' 윤대진 수원지검장 역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가면서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요직에 발탁된 인물들은 현 정부와 인연이 있다. '검찰의 꽃'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다.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유재수 감찰 의혹' 수사를 총괄했지만 검찰 인사 등을 다루는 검찰국장으로 임명됐다. 그 역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는 글도 남겼다. 새로 대검 반부패부장이 된 심재철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을 맡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검사, 검찰 구성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
ⓒ 유성호 |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추 장관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인권과 민생, 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라고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권이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수술 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서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은 명의가 아니다"라며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인권은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해서 신뢰를 얻지 않는다"고 말했다. 8일 그는 과잉수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특수통'들을 사실상 경질함으로써 수사관행의 책임을 물었다.
법무부는 또 이날 인사가 '공정하고 균형있는 인사'라며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났다. 특정 인맥, 출신, 기수에 편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인사 때만해도 윤 총장과 가까운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요직을 휩쓸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법무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로 뒤늦게나마 그때의 문제점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검찰의 거센 반발에도... "추미애, 관행 깼다"
사실 검찰은 인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 논리의 핵심은 '수사'와 '관행'이었다. 8일 대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휘라인을 교체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미리 인사안을 주지 않은 채로 장관과 총장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늘 인사를 못하냐"며 "이번 인사는 수사 결과에 책임을 묻는 성격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 "공무원 인사라는 게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한 자리에 10년씩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사단'들만 잘 나갈 때는 인사에 문제가 없고, 그들이 날아갈 때는 불공정이냐"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는 검찰과 서로 윈윈했던 시절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니 검찰도 검찰로서 책임지고 의견을 말하면 된다"며 "관행을 내세운 반대는 인사 반발을 위한 명분쌓기"라고도 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얘기해온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관행과의 이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검찰 출신 장관, 현직 검사인 검찰국장이 법무부를 이끌어가느라 검찰 인사가 법무부보다는 검찰의 논리대로 이뤄져 왔는데 추미애 장관은 그걸 깨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또 "추 장관의 '찌르는 식의 수사를 해선 안 된다'는 발언은 윤석열 검찰의 일부 수사가 과잉이란 인식을 드러냈던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인사권으로 바로잡겠다는 정책적 결단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이날 대검은 오후 내내 '문자전쟁'을 불사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법무부가 검찰 인사관련 공지를 할 때마다 곧바로 반박하는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곤 했다(관련 기사 : 법무부-대검, 검찰 인사 두고 정면 충돌... 문자메시지 공방). 그러나 인사 발표 후, 밤이 깊어지도록 대검은 아무 말이 없었다.
법무부는 또 이날 인사가 '공정하고 균형있는 인사'라며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났다. 특정 인맥, 출신, 기수에 편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인사 때만해도 윤 총장과 가까운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요직을 휩쓸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법무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로 뒤늦게나마 그때의 문제점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검찰의 거센 반발에도... "추미애, 관행 깼다"
사실 검찰은 인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 논리의 핵심은 '수사'와 '관행'이었다. 8일 대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휘라인을 교체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미리 인사안을 주지 않은 채로 장관과 총장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늘 인사를 못하냐"며 "이번 인사는 수사 결과에 책임을 묻는 성격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 "공무원 인사라는 게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한 자리에 10년씩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사단'들만 잘 나갈 때는 인사에 문제가 없고, 그들이 날아갈 때는 불공정이냐"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는 검찰과 서로 윈윈했던 시절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니 검찰도 검찰로서 책임지고 의견을 말하면 된다"며 "관행을 내세운 반대는 인사 반발을 위한 명분쌓기"라고도 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얘기해온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관행과의 이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검찰 출신 장관, 현직 검사인 검찰국장이 법무부를 이끌어가느라 검찰 인사가 법무부보다는 검찰의 논리대로 이뤄져 왔는데 추미애 장관은 그걸 깨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또 "추 장관의 '찌르는 식의 수사를 해선 안 된다'는 발언은 윤석열 검찰의 일부 수사가 과잉이란 인식을 드러냈던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인사권으로 바로잡겠다는 정책적 결단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이날 대검은 오후 내내 '문자전쟁'을 불사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법무부가 검찰 인사관련 공지를 할 때마다 곧바로 반박하는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곤 했다(관련 기사 : 법무부-대검, 검찰 인사 두고 정면 충돌... 문자메시지 공방). 그러나 인사 발표 후, 밤이 깊어지도록 대검은 아무 말이 없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
ⓒ 이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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