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전원책 ‘왜곡’은 괜찮고 김제동 ‘틀린’ 건 안 된다?… 박병대·고영한 영장 기각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8년 12월 07일 금요일
남북관계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세계일보가 7일자 지면에 일제히 KBS 시사예능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지난 4일 김수근 ‘위인맞이환영단’ 단장 인터뷰를 내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이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며 국민적 총의를 모아야 하는 공영방송으로서 균형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친북 발언’ 기다렸다는 듯 정치 편향·사회자 자질 논란 제기
▲ 중앙일보 7일자 8면 |
중앙일보가 지적한 ‘세습’ 발언은 김수근 단장이 “박정희 대통령 이후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고, 시진핑이나 푸틴은 20년 넘게 하는데 왜 거기는 세습이라고 얘기하지 않나”라고 말한 부분이다.
KBS 제작진도 6일 입장문을 통해 “(김 단장 인터뷰 장면 후) 스튜디오에 나온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비판적 토론을 이어 갔고, MC도 중립적 입장을 지켰다”며 “‘김정은을 찬양했다’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해명했다.
중앙일보 등은 KBS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며 “마치 북한 중앙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는 KBS 공영노조의 성명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KBS 공영노조는 ‘내부’라고 하기엔 극소수인 제3노조다.
김 단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김 위원장의)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 경제발전이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고 했는데, 언론은 이를 ‘튀는 발언(중앙)’, ‘돌발 발언(세계)’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튀는 돌발 발언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건 니 생각이고’ 코너를 맡은 전원책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전 변호사는 지난 3일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아셈 순방하면 ‘비핵화로 나서기 위해 제발 제재완화에 동참해달라’ 이러니까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이)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라’며 난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 지난 3일 방송된 KBS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
중앙일보는 “구소련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성립된 국가로 1991년 해체됐다”는 설명과 함께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 9월 시작 이래 김제동씨의 고액 출연료, 2%대에 머무르는 저조한 시청률, 자질 논란 등으로 줄곧 도마 위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늘밤 김제동’ 제작진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해당 단체의 인터뷰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됐다“며 “그 기사를 모두 찬양 기사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KBS를 남조선중앙방송으로 만들 참이냐”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도자료엔 “해당 비판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중립을 지켰다”고 반박했다.
또 제 식구 감싸준 ‘방탄판사단’
법원이 7일 새벽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주도하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언론은 법조계에서도 법원의 결정이 ‘전직 대법관 구속’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막기 위해 법원이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구체적 물증과 현직 법관들의 진술이 담긴 A4 158쪽, 108쪽에 달하는 영장 속 범죄사실보다, 두 전직 최고 법관의 ‘죄가 안 되거나 약하다’는 주장에 법원이 좀 더 무게를 둔 것”이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올라가는 수사 길목이 차단당하면서 검찰의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같은 시간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이 법원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주거지 압수수색 등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등을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향신문은 “두 영장전담 판사는 두 사람에 대한 다수의 관련 증거 자료가 수집돼 있고 이들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까지 고려하면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며 “‘죄는 있지만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수준을 넘어서서 ‘죄 자체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앞서 두 사람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던 것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며 “임 전 차장 구속영장에는 직속상관인 두 전직 대법관이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사법사상 초유 전직 대법관 구속’이 미칠 내부 파장을 먼저 고려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후폭풍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방탄판사단’ 논란이 재연되며 특별재판부 구성 요구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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