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
수온 10도 상승, 신진대사 빨라지는데 산소농도는 낮아져 떼죽음
적도보다 고위도 지역 멸종률 커…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메커니즘
» 고생대 바다를 점령하던 삼엽충도 페름기 멸종사태로 지구에서 사라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적도 바다의 수온이 10도나 높아졌다. 바닷속의 산소농도는 80%나 줄었다. 삼엽충 등 바다 생물들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갔다. 해양생물종의 96%가 멸종했다. 지구에 다양한 생물이 다시 들어차기까지 수백만년을 기다려야 했다. 사상 최악의 페름기 대멸종 사태의 모습이다. 당시의 여건이, 정도는 다르지만 현재의 기후변화 사태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에 살던 생물 대부분이 사라진 대멸종 사태는 지금까지 5번 일어났다. 고생대 때 3번, 중생대 때는 공룡시대를 끝장낸 백악기 말 멸종사태 등 2번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고생대와 중생대를 구분 짓는 계기가 된 2억5200만년 전 페름기 말의 대멸종 사태이다.
» 페름기 대멸종 사태 때 위도별 멸종률 차이를 나타낸 그림. 세로축이 멸종률, 가로축은 가운데가 열대, 양쪽 가장자리가 극지방을 가리킨다. 펜, 도이치, 워싱턴대 제공.
이 사태로 고생대 바다를 지배하던 삼엽충, 바다나리, 산호 등 거의 모든 생물종이 사라졌다. 육지에서는 양서·파충류, 포유류형 파충류 등 70%가 멸종했다. 종자고사리 등 석탄기와 페름기 동안 지구를 울창하게 덮던 식물들도 사라졌다.
페름기 멸종사태의 원인을 두고 오랜 논란이 벌어졌다. 바다 산성화, 중금속과 황화수소 독성, 산소 고갈, 고온 등의 가설이 나왔지만,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분출로 인한 환경변화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관련 기사: 대멸종 부른 100만년 동안의 '레몬즙 산성비').
» 지난 5억년 이래 최대의 화산분출을 기록한 시베리아 분출지역. 검은 부분은 용암이고 점선 부분은 화산재가 쌓인 응회암층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시베리아에 한반도 10배 면적의 용암대지를 형성한 이 분출은 석탄기 동안 쌓인 석탄층을 뚫고 올라와, 화산 분출물과 석탄이 타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로 방출해 극심한 온난화를 일으켰다(최덕근 2018, ‘지구의 일생’).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다양한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졌는지, 그 지리적, 생물종별 차이는 무언지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스틴 펜 미국 워싱턴대 해양학과 박사과정생 등 미국 연구진은 당시의 대륙분포를 고려한 기후모델과 고생물학 화석 데이터베이스, 현생동물의 대사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한 연구 끝에 “대멸종 사태의 주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소 부족이며, 이로 인해 적도보다 극지방 쪽으로 갈수록 멸종률이 컸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 대멸종 사태를 겪으면서 바다나리, 삼엽충 등이 지배하던 고생대 바다는 어류, 조개류, 새우 등이 번성하는 중생대 바다로 바뀌었다. 사진은 바다나리 화석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수온이 상승하면 해양동물의 신진대사도 빨라져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한데, 더운물은 충분한 산소를 간직할 수 없기 때문에 동물들은 질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연구책임자인 펜은 “멸종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화석기록을 바탕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멸종 원인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당시 지구는 모든 대륙이 하나로 붙은 초대륙 ‘판게아’ 상태였다(한반도는 둘로 나뉘어 적도 부근에 있었다). 연구자들은 판게아에 맞춘 기후모델로 시베리아 대분출로 인한 영향을 계산했다. 분출 직전의 지구 온도와 산소농도는 현재와 비슷했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는 시베리아 분출과 함께 극적으로 올라 적도의 바닷물 온도가 10∼15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심해저인 바다 밑바닥의 절반에 무산소 상태가 빚어졌다. 전체적으로 바다의 산소농도는 80% 감소했다.
» 대멸종 사태로 빚어진 초대륙 판게아(회색)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 펜 외 (2018) 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런 환경변화가 해양생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갑각류, 물고기, 조개, 산호, 상어 등 61종이 다양한 산소농도와 온도에 얼마나 민감한지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적으로 멸종 정도를 추정했다. 공동 저자인 커티스 도이치 워싱턴대 교수는 “자기가 살던 서식지에 그대로 남아있던 생물은 거의 없었다. 도망치거나 죽거나,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생물은 적도에서 먼바다에 살던 종이었다. 극지방으로 갈수록 멸종률이 커졌다. 도이치 교수는 “열대바다 생물은 이미 꽤 덥고 낮은 산소 환경에 적응한 상태여서 다른 곳으로 이주해 나갈 수 있었지만 차고 산소가 풍부한 바다에 적응한 생물은 도망갈 데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또 무산소 해역이 방대했지만, 그곳엔 이미 많은 생물이 살던 곳이 아니어서 멸종사태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멸종의 절반 이상은 수온 상승과 그로 인한 산소 부족이 이유였지만 바다 산성화 등 다른 요인이 추가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암모나이트 상상도. 고생대의 대표적 바다 생물이었지만 2개 속만 빼고 멸종했다. 노부 타무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건, 페름기 멸종사태의 상황이 현재의 기후변화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펜은 “지구온난화가 특별한 대책 없이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2100년에 해수 온도는 페름기 말 온난화의 20% 수준에 이를 것이고, 2300년이면 35∼50%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인류가 일으킨 기후변화 아래서 대규모 멸종사태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을 논평한 리 컴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시베리아 용암분출은 화석연료의 연소에 해당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소 감소는 이미 해양에서 관측되고 있는 사실”이라며 “(페름기 대멸종 사태가)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교훈은 분명하다. 화석연료를 지속해서 태워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거나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페름기 말과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고생대 페름기 말 대멸종 사태와 이후 새로 퇴적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퇴적층의 경계층. 중국 귀저우에 있는 지층으로 아래는 멸종사태 이전의 화석이 있는 석회암이고 경계층 위는 미생물로 이뤄진 석회암이다. 경계 부위는 바다 산성화로 침식됐던 흔적이 보인다. 조너던 페인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ustin Penn et al, Temperature-dependent hypoxia explains biogeography and severity of end-Permian marine mass extinction, Science Vol 362 Issue 6419,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t132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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