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당시 박근혜씨를 지키기 위한 기무사의 내란 음모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67페이지 자료에는 기무사가 계엄을 성공하기 위해 국정원과 국회, 언론 등을 장악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로 진압하겠다는 계엄령 문건을 보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촛불집회 당시 상황을 보면 계엄령에 관한 징후를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넘어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소름 돋는 순간들을 모아봤습니다.
보수 단체,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 선포하라’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이후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 선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저 보수 단체가 하는 헛소리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보면 보수 단체의 ‘계엄령 선포하라’가 단순한 주장이 아니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장성 출신의 극우 인사들은 촛불 집회를 가리켜 북한과 종북 세력의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이 고등학생이 아니라 전직 통합진보당 간부라며 촛불집회에 불순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무사 문건을 보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위수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보수단체와 새누리당의 종북, 불순 세력 개입 주장은 계엄령 선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에는 보수 단체의 주장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 배경도 함께 조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진석, “계엄 해제권 추미애 대표에게 있다”
2016년 11월 18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정진적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계엄선포권은 박 대통령에게 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계엄해제권은 추 대표에게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77조 5항을 근거로 들며 “제 1 야당 대표가 혼란을 부추기는 유언비어 재생산에 앞장 서다니 개탄할 일”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2018년 7월에 밝혀진 기무사의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 문건을 보면, 한국당(새누리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불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만약 한국당 소속 의원 93명이 표결에 불참하고,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됐다면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는 무력화됐을 겁니다. 이것은 계엄령이 계속 유지되면서 대한민국이 암흑 속으로 빠진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파면 선고 후에도 청와대에서 버텼던 박근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합니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선고됐으니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즉시 나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틀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박근혜는 계속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삼성동 사저의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에서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충돌하면서 유혈 사태 등이 벌어졌다면, 기무사 문건대로 계엄령이 선포됐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박근혜는 끝까지 친위쿠데타를 통해 자신의 권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체포 1순위는 문재인, 추미애, 박원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보면 국회의원을 체포해 의결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방법과 함께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 시 구속수사하겠다는 경고문을 발표한다는 세부 계획이 있습니다.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이 내려졌다면 체포 1순위는 강력한 대선 주자로 손꼽혔던 문재인 전 대표입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쿠데타 과정에서 김대중, 김영삼 등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치 지도자를 긴급 체포하거나 자택 감금했던 과거 사례를 본다면, 문재인 전 대표가 계엄령의 가장 걸림돌이 됐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계엄해체 표결을 막기 위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체포됐을 겁니다. 또한, 서울 시내 위수령을 선포를 반대했을 박원순 서울 시장도 체포됐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당신도 체포됐을 겁니다.
2016년 11월 7일 JTBC 뉴스룸은 <“청와대 최순실 사단, 야당 정치인 SNS 사찰” 의혹도>라는 기사에서 최순실 사단이 포진된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이 야당 정치인과 정부 비판을 하는 특정 블로그의 글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이엠피터’ 라는 이름이 ‘정부 비판을 하는 특정 블로그의 글도 여러 차례 걸쳐 보고가 올라왔다’라는 기자 멘트와 함께 화면으로 나왔습니다.
저의 글에 대해서 ‘청와대 최순실 사단’은 “선동성 트윗이다”,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려 한다” 등의 의견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기무사 문건을 보면 ‘보도매체 및 SNS 통제 방안’이 있었습니다. 보도검열단 및 언론대책반을 편성 운영하고 SNS 등을 통제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만약, 계엄령이 선포됐다면 아이엠피터는 체포 내지는 최소한 블로그 폐쇄 등의 조치를 당했을 겁니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서 가장 분노했던 부분은 광화문 광장에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진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촛불집회 당시 아이엠피터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돼 광화문 광장에 탱크와 장갑차가 진입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왔던 수많은 아이들 또한 엄청난 일을 당했을 겁니다.
아빠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 때문이었다지만, 우리 아이들은 무슨 죄 때문에 당했을까요? 생각만으로 아찔하고 공포스럽습니다.
당신을 체포하고 당신의 아이들을 짓밟겠다는 계획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살인 예비 음모와도 같습니다.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쿠데타는 내란음모죄이자 반헌법 행위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는 범죄자들이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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