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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가협은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8.15대사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으로 1180차 목요집회를 갈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민가협 어머니에게 기념식 내빈 초청장 보내지 말고 양심수 사면장 쓰십시오. 그런 대통령을 바라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전국에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19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180차 민가협 목요집회-8.15대사면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원래 매주 목요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열리는 민가협 목요집회였지만 이번엔 장소도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옮기고 집회 형식도 '8.15대사면 촉구 민가협 기자회견'으로 바꾸어서 진행했다.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은 "그 어떤 정권에서도 출범과 함께 양심수 석방 소식이 있었으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석방으로 간신히 나왔을 뿐 촛불정부에서는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대통령이 이번 8.15대사면을 결단해야 한다. 기쁜 소식 전해 주시길 간절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불가마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 뜨거운 태양이 절정에 달한 시각, 민가협 어머니들은 보라색 수건을 머리에 쓴 채 "'거리의 어머니'로 살아 온 우리는 핍박받는 약한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는 한, 감옥의 양심수가 단 한명이라도 남아있는 한 '거리의 어머니'로 살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작년 8.15에는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참았고, 연말 특사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못 내보내나 했지만 내심 정말 서운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통령도 괴로울 거라고 믿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야 우리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기 때문에.
"이번 8.15에는 이석기 전 의원과 모든 양심수들이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결단하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에게만큼은 실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이 마음을 꼭 새기길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발표에 따르면, 7월 9일 현재 감옥에 갇혀 있는 양심수는 △김경용(사업가) △김성윤(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목사) △김홍렬(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 △신언택(인터넷 논객) △오승기(인터넷 논객) △윤경석(사업가)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영수(개인) △전식렬(한국진보연대 전 문예위원장) △정상규(인터넷 논객) 등 국가보안법 위반 10명과 △김기종(우리마당 대표) △김봉환(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교육부장) △박정상(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국장) △정석만(중장비노동자)를 비롯해 총 14명.
올해 8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는 김홍렬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포함해 연내 출소 예정자는 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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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을 마친 대표자들이 '문재인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들고 면담을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왼쪽부터 장남수 유가협 회장,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조영건 구속노동자회 회장.[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공민권을 박탈당했나. 1년을 기다렸다. 오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금 감옥에 있는 양심수 석방은 물론이고 이미 밖에 나와 있는 모든 양심수들의 사면과 복권"이라고 말했다.
그 대상은 "자기의 양심에 따라 활동하다 부당하게 구속됐던 국가보안법 관련 양심수, 민중생존권을 지키려다 투옥된 양심수, 생명·평화를 지키려던 양심수 모두를 망라한다"고 설명했다.
권오헌 회장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라면 마땅히 이분들을 석방하고 사면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촛불혁명은 의미가 없다"면서 "특히 이석기 의원으로 상징되는 감옥의 양심수를 비우고 이제 백기를 꽂자. 양심수없는 원년을 선포하자"고 역설했다. 덴마크에서는 교도소 수감자가 없을 때 백기(白旗)를 게양한다고 한다.
구속노동자후원회 조영건 회장은 마이크를 청와대 방향으로 바꾸어서는 "작년 8월 15일 응당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폭정에 의해 탄압받은 모든 민주·통일·노동인사를 다 석방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벌써 1년이 지나도록 좋은 소식이 없다. 야속하다. 섭섭하다"고 목청을 돋우웠다.
"이전 적폐정권이 구속시킨 민족과 민중의 선구자들을 촛불정부가 계속 가두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대통령이 '법무장관이 임명된지 얼마 안되어서', '사면위원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등 여러 이유를 대는 것을 다 들으면서 참고 기다렸다. 문 대통령을 신뢰하고 기대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면서 "이제 돌아오는 8.15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자. 지금 우리는 결실의 가을을 맞아 민족의 대화합과 주권자인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이면 3년 만기출소를 하게 되는 김성윤 목사의 부인 권명희씨는 "특사 석방의 경우 가족들에게 미리 소식을 전한다고 하는데 아직 연락을 받은 바 없다. 이번 8.15에도 양심수 석방을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어 "만약 올해 만기 출소자가 나가면 수감된 양심수가 몇명 남지 않을 거라는 계산으로 8.15대사면을 미룬다면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개혁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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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계, 노동계 및 시민사회로 구성된 '8.15대사면 추진위'는 각계 피해자단체와 공동으로 1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8.15 대사면을 촉구했다.[사진제공-8.15대사면추진위원회] |
한편,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종교계, 노동계 및 시민사회로 구성된 '8.15대사면 추진위원회'와 여러 피해자 단체가 공동주최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국가폭력으로 사법처리된 피해 국민에 대한 8.15 대사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시절 경찰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목적으로 쌓았던 명박산성에 용기있게 맞서던 유모차 엄마 △'삶을 가압류하지 말라'며 손배가압류에 항거한 노동자 △철거와 노점의 현장에서 생존권을 빼앗겼던 빈민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 △환경파괴와 개발에 맞서던 시민 △세월호 진실의 편에 섰던 시민 △소녀상과 함께 했던 학생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던 청년, 그리고 △공작정치와 종북몰이의 희생양으로 탄압받았던 사람들 △감옥에 갇힌 이 땅의 모든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주장하면서,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8.15 대사면 대상자들의 명단을 취합해왔다.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사무총장인 강문대 변호사,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이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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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사면복권장’에 ‘대한민국국민의인’이라는 대형 도장을 날인하는 대사면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사진제공-8.15대사면추진위원회] |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정부가 시급하게 했어야 할 사면복권이 지연되고 있다.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을 당한 분들의 시민 정치적 권리를 회복해달라는 것"이라면서 "과거 적폐정권의 전과자 양산 정책을 바로잡고 시민권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 주민 한옥선씨는 전과자가 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면복권이 아직 안되고 있다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을 요구했다가 집행유예, 벌금, 구속을 겪었으나 문재인 정부는 대사면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원호 용산 대책위 사무국장은 작년 연말 용산참사 관련 망루 농성자들에 대한 사면이 있었으나 용산 분향소를 지켰던 철거민들과 김석기 전 경찰청장의 국회의원 출마에 항의한 철거민들, 그리고 유가족 피해자는 법정에 서고 사면되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사면을 촉구했다.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지난 9년간 3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형사처벌을 당했고 끔찍한 탄압을 받고 있지만 단 한 명도 사면되지 않고 범죄자로 낙인 찍힌 채 최근 서른번째 죽음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참혹한 현실을 고발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조작사건 출소자인 김근래 씨는 "지난 2013년 발생한 내란음모사건은 실제로는 450군데가 조작된 녹취록 하나가 유일한 증거"라며, "북과의 연계, RO라는 혁명조직, 무장폭동 준비계획 모두 없었다는 것이 대법원에서 확인되었지만 이석기 의원은 5년째 감옥에 있고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통해 10만명의 당원이 명예를 짓밟힌채 고통속에 살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양승태 사법농단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우리는 양승태 사법거래의 희생자였다. 왜곡은 바로 잡히고 감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가협 기자회견문>
문재인 대통령님, 민가협 어머니들 목소리 좀 들으시오
- 815 양심수 전원 석방 결단을 호소하며(전문)
문재인 대통령님, 일전에 건강 관련 소식을 듣고 다들 걱정이 컸습니다. 더운 여름에 몸을 더 상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됩니다. 하지만 바깥보다 더 더운 곳이 바로 감옥입니다. 덥다덥다 해도 감옥의 양심수들만큼 덥고 고통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쓴소리를 좀 하려 합니다.
'거리의 어머니'로 33년을 살았습니다
민가협이 세상에 나온 지 33년이 되었습니다. 사무실 간판 다는 날에는 경찰이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회원들을 연행하였습니다. 민가협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6월항쟁 사진을 보면 대열 선두에 삼베수건을 쓰고 있는게 어머니들이 민가협 회원들입니다. 33년이 흘렀고 삼베 수건은 보라색 손수건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민가협은 변함없이 '거리의 어머니'입니다. '모든 양심수의 어머니'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차별이 사라진 인권세상이 우리 회원들의 소망입니다.
촛불혁명을 보며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매맞고 끌려가고 풀려나면 또 가서 싸우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다들 몸이 성치 않습니다. 촛불로 박근혜를 쫓아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이젠 좀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쉴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사면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년 815는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작년 연말 특사에는 정말 서운했습니다. 지방선거 탓에 그런건가 짐작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도 마음이 괴로울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정권을 못잡았다면 서럽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8.15에도 양심수 석방을 할 의지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옥에 있는 양심수는 우리가 낳지는 않았지만 다들 우리 자식들입니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지 않는 것은 민가협 33년 역사를 부정당하는 심정입니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국가기념식날 내빈석을 채우는 역할이 아닙니다. '거리의 어머니'로 살아 온 우리는 핍박받는 약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한, 감옥의 양심수가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거리의 어머니'로 살아갈 것입니다. 민가협은 어두운 과거를 추억하는 상징이 아니라 오늘의 한 조각 어둠을 밝히는 존재입니다.
기념식 내빈 초청장 보내지 말고 양심수 사면장 쓰십시오
문재인 대통령, 민가협 어머니에게 기념식 내빈 초청장 보내지 말고 양심수 사면장 쓰십시오. 그런 대통령을 바라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런 대통령을 바라고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입니다. 이번 815에는 이석기 전 의원과 모든 양심수들이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결단하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만큼은 실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이 마음을 꼭 새기길 바랍니다.
2018년 7월 19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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