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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3일 금요일

북한은 왜 미국을 '강도'라고 했을까?

[정세현의 정세토크] 종전선언 동상이몽 "대미 특사 검토해야"
2018.07.13 17:17:48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신경전을 벌여온 북미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양측은 오는 15일 판문점에서 장성급 회담을 통해 미군 유해 송환을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미국을 '강도'라고 쏘아붙인 북한은 12일로 예정된 유해 송환을 위한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이 이날 15일 회담을 제안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협상은 겨우 본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일단 양측이 15일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의 협상의 판이 깨진 것은 아니다. 또 북한이 장성급 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격(格)을 높였기 때문에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무그룹 마련 작업도 진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만 바라는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태도가 바뀌어야 북미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때 발표됐던 북미 공동성명은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교환하는 구조로 돼 있다"며 "그런데 비핵화는 북한이 공짜로 해야만 하는 것으로 미국이 이를 전제한 상태에서 북한에 비핵화 조치 이행하라고, 일정표 내놓으라고 하면 북한은 미국을 '강도'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수교를 위한 사전 절차인 연락사무소를 언제까지 한다든가 하는 등의 로드맵을 북한에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은 강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증을 필요로 한다"며 "미국이 북한과 수교도 하기 전에 북한에 핵무기부터 내놓으라고 하면 협상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문제는 미국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북미 정상 공동 선언이 상호주의 논리로 구성됐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라며 "아직도 미국 특유의 일방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북한과 협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과 미국이 미군의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5일 판문점에서 만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북한이 원래 예정됐던 12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 이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정세현 : 일단 양측이 15일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의 협상 판이 깨진 것은 아닙니다. 또 북한이 장성급 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격(格)을 높였기 때문에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무그룹 마련 작업도 진척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은 미국에 유해 송환과 관련한 실비를 요구할 겁니다. 유해 발굴 및 보관과 관련해 자신들이 치렀던 비용을 달라는 일종의 '실비 정산'인 셈입니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돈을 주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서 양측이 어떤 합의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프레시안 :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후속 조치 이행을 시작했지만 양측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는 지지부진한 것 같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한 이후 북미 양측은 상반된 대응을 내놨는데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이 부분을 진단하려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늦어진 이유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당장 유해를 송환하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심 쓰듯이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북한 스타일로 봐서 반드시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했을 것이고,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트럼프의 언행이나 약속 등이 있었을 겁니다. 이면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개되지 않은 이면 '양해' 정도는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하겠다는 것만 공개하고 미국이 해주겠다는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서 성과를 내려면 그전에 자신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겁니다. 자신들만 먼저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미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없었고, 그랬기 때문에 북한에서 '강도'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겁니다. 폼페이오 방북을 위한 물밑‧실무 접촉 과정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해 이야기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줘야 할 반대급부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정상회담 이후 2~3주 내로 고위급회담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그래서 안갈 수가 없기 때문에 가게 된 것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접촉에서 접점을 전혀 만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영철과 직접 만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나서 결론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미국이 반대급부를 들고 갔어야 합니다. 1대1의 교환은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라도 될 수 있는 반대급부를 챙겼어야 합니다. 그걸 가지고 북한에 들어가서 밀고 당기고 했었어야 합니다. 북한에 "너희가 우리 손에 뭐라도 들려 줘야 북미 협상을 탄력을 받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수 있다"면서 설득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전혀 없이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 잘 풀리려면 북한 당신들이 핵과 관련해 좀 더 적극적으로 선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라고만 말했다면 양측 간 접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때 발표됐던 북미 공동성명은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교환하는 상호주의적인 구조로 돼 있습니다. 또 북미 수교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구축' 이라는 중간 단계가 있고요. 그런데 비핵화는 북한이 공짜로 해야만 하는 것으로 미국이 이를 전제한 상태에서 북한에 비핵화 조치 이행하라고, 일정표 내놓으라고하면 북한은 미국을 '강도'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할 건데, 그러려면 평화구축 문제와 관련해 '입구'라고 볼 수 있는 종전선언도 매듭지어야 하고, 북미 수교 관련해서도 미국 정부 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은 제재 강도나 품목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다보니 북미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빈손으로 가면 빈손으로 나오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의 언론은 미국은 빈손으로 가도 양손 가득 전리품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외교, 즉 흥정이나 주고받기는 필요 없고 상대 국가에게 '지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 7일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양 백화원 초대소 영빈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이후 8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북한 체제 보장 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을 보면 미국도 북한에 반대급부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세현 : 평양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이야기만 했다가 판이 깨지게 생기고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슬그머니 한 발짝 빼면서 세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협상의 모멘텀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내놓은 일종의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최대의 압박'을 언급했습니다. 이것을 미국의 외교 스타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미국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북한 비핵화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이런 식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평가해야 할까요? 

정세현 : 폼페이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지적과 협상을 통해 얻어내야 할 목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의 정통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평양에 가서 반대급부를 주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들어갈 때 미국 언론은 북한에 있는 핵시설과 핵물질 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리스트는커녕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는데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를 하게끔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정세현 : 미국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수교를 위한 사전 절차인 연락사무소를 언제까지 한다든가 하는 등의 로드맵을 북한에 제시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강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증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도 하기 전에 북한에 핵무기부터 내놓으라고 하면 협상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이후 베트남에 가서 북한이 베트남 같은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역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체제 보장이 아닌 경제 지원을 이야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건 리비아식 해결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처럼 번영하고 말고는 북한이 결정할 일입니다. 예전에 미국은 베트남과 국교를 맺기 전에 베트남에 투자했습니다. 이후 베트남은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죠. 그런데 미국은 이번에 북한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면서 중국과 한국, 일본이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교환한 것인데 이제 와서 경제 지원으로 말이 바뀌는 미국을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게다가 경제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비핵화만 하라고 하니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겁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핵 문제가 풀릴 듯 하다가 안 풀리고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주요 이유는 미국이 북한에 반대급부를 시시하게 줬거나, 줄 것처럼 하고 주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반대급부를 주지 않고 압박과 제재를 가하면서,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네오콘들의 논리를 계속 가져온 것이죠.  

그런데 북한의 행태를 '나쁜 행동'이라고 못박아버리면 북핵 문제를 상호주의로 풀 수가 없습니다. 북핵 문제가 도덕적인 문제가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나쁜 행동이라는 단어는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즉 작은 나라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해서 군사적인 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도덕적이기 못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고,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보상해줘서는 안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면서 "나쁜 짓 그만둬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압박하고 말을 들을 때까지 제재할 것이라고 하고 엄포를 놓는 것입니다. 이런 게 일방주의입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북미 정상 공동 선언이 상호주의 논리로 구성됐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미국 특유의 일방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북한과 협상은 어렵습니다.  
▲ 지난 6월 1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종전선언 빠져도 된다는 중국, 진심일까?  

프레시안 : 북미 간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종전선언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내로 종전선언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정세현 : 종전선언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누가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문재인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을 선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5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통화하면서 종전선언에 중국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5월 22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 추진을 논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서 중국은 빼라고 요구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죠.  

이후 6월 19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중국이 종전선언에서 빠지면 안된다고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종전선언 주체 문제를 두고 미국은 중국이 빠져야 한다고 하고, 중국은 들어오겠다고 하고, 한국은 갈팡질팡하고, 북한은 자기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 나서기도 그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한국 정부가 중국을 넣든 빼든, 둘 중 하나로 확실하게 결론을 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중국 정부는 종전선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평화체제 구축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세현 :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어도 그게 진의는 아닐 겁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북미 협상은 사실 북미 수교로 가는 첫걸음이고, 이는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북미 적대관계가 끝나고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면 북중 간 밀착관계도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누가 헤게모니를 가지게 되느냐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동안 역내에서 적어도 10~20% 정도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부터 평화협정까지 남북미중이 같이 가는 모양새가 돼야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 지난 6월 19일 올해 들어 세 번째 만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필립 젤리코프 미국 버지니아대 역사학과 교수는 현재로써는 북한의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협상은 불가능하고,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 종전선언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핵화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그 모멘텀을 내년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건데요. 종전선언이 북미 간 협상 진전시키는 가늠자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이뤄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종전선언 추진을 포함해서 북미 간 협상에 문재인 정부가 개입해서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요?  

정세현 :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 때문에라도 종전선언을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북한은 한국 전쟁의 공식적인 종료를 선언하는 종전선언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북미 간 협상에서 종전선언의 유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바라는 이유는 종전선언이 되면 북미, 남북 간 군사적 적대관계가 끝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지지부진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종전선언을 비롯해 북미 간 협상을 보다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가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어떤 보고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이 미국 요구를 들어준 이유는 얻어낼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없는 살림에 중국에서 비행기를 빌리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싱가포르까지 간 것이다"라고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진심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믿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미 협상을 촉진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협상 상대인 북한이 미국에 직접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왕 운전자를 자청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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