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나그네
출처: blog.naver.com/andie0712
계엄(내란모의) 수사 상황정리 -이제 큰 그림을 그리고 새롭게 군을 설계·시공해야 한다-
1. 현재 수사상황
요즘 말로 빼박. 그냥 딱 걸렸다. 누가? 촛불정국 때 안보 라인에 있던 모든 자들이. 박근혜, 황교안. 김관진, 박흥렬(경호실장), 한민구, 장준규 육참총장, 조현천 기무사령관(알자회), 구홍모 수방사령관, 조종설 특전사령관(알자회), 우병우까지 죄다.
비밀로 분류된 계엄포고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글자가 나온 이상, 황교안 이하로는 다(?) 죽었다. 남은 건 박근혜가 어디까지 간여했는가인데 이미 촛불시위 1회 때부터 기무사를 시켜 계엄을 준비했다는 정황으로 볼 때 박근혜 일당은 최순실이 들통난 이상 탄핵으로 인한 권력 상실을 거의 기정사실로 보고 카운터 펀치로 전국적인 비상계엄을 준비했다. 이 문건에는 심지어 미·중에 대한 계엄 시 설득방안마저 적혀 있을 정도니...따라서 박근혜는 내란 모의의 수괴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기무사 계엄문건에 대해서 그저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청와대의 수사지시가 적폐몰이다 라며 매우 부정적인 입장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자유당 의원들의 수사와 수위가 67쪽의 세부문건을 열람한 후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 이제 계엄모의 및 내란모의 수사는 ‘빼도 박도 못하는’ 외통수로 격상되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조차도 계속 군을 비호하다가는 정당 해산 및 반란동조죄로 걸린다. 추가로 이번 계엄 수사에 대해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내에서 누가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그 외 촛불 정국에서 계엄 선포와 군 출동을 공공연하게 입에 담으며 이를 선동했던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정밀수사가 불가피하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이 일을 모의했는지 그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 아주 중요해졌다. 이들이 평화로운 촛불시위 앞에 뜬금없이 계엄령을 들고나온 게 절대 아니라고 봐야 할 만큼 세부문건은 치밀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이번 계엄문건을 지방선거 이후에 터트린 건, 의도의 여부를 떠나 현명한 정치적 판단이었다. 이 건이 정상회담시기나 올림픽 즈음 혹은 지방선거 전에 터졌다면 문재인 행정부는 너무도 많은 부하가 걸리거나 야당과 수구세력들의 총체적인 정치공세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의 진행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2. 또다시 사조직! 알자회
독사의 머리는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짓이겨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위의 주요 내란음모 피의자 명단에서 알 수 있듯이 문민정부 시절 드러난 사조직 알자회는 이후 15년간 요직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지만, 이명박 집권 이후 군 곳곳에서 다시 독버섯처럼 세력을 키운 정황이 역력하다. 위 명단 중 조종설 당시 특전사령관의 전임자인 장경석 역시도 육사 39기(수석졸업) 알자회 출신으로 항작사 사령관 등 요직을 맡았다. 한마디로 이명박근혜가 집권하자, 저들 사조직 출신들은 다시 군에서 승승장구했다. 이 점에 대해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군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거나 부주의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이렇게 군내에서 다시 사조직이 득세하고 있었는데 전혀 견제가 없었다는 건 그 어떤 말로도 용서가 안 된다. 지금의 민주당은 여전히 군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데도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문건을 터트린 이철희 의원만 해도 계엄사령관이 육참총장으로 바뀐 게 심각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챘을 정도니.
더구나 이번 계엄문건의 진원지인 기무사령관 조현천을 그 자리에 적극 추천한 인사도 같은 사조직 알자회 동기이자 당시 현직 국정원 주요간부였다는 점에서 알자회에 대한 전면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의 권력을 수호하는 특권형 대전복 친위부대 3개중 무려 두 개나 되는 기무사와 특전사의 지휘관에 알자회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은 결코 예사롭게 안 보인다. 40여 년 전 하나회가 주도한 12.12 군사반란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에 충분한 인적구성이다. 이번 사단을 계기로 전면적인 군내 사조직의 발본색원과 제도적인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육군사관학교의 프레임 전면 교체가 절실하다.
이런 지경이면 육사 폐지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번 계엄사령관 선정에서 저들 육사 출신들은 정당한 명령권자인 합참의장을 비육사출신이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이너 서클이 군을 독점하고 권력을 찬탈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쯤 되면 육사 자체가 사조직화 된 게 아닌가.
3. 육군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이미 계엄문건에서 드러났듯이 이번 내란모의에서 육군은 수도권의 주요 대전복 친위부대는 물론 주력인 기계화사단과 정예의 특전사 부대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만큼 이번 내란 미수 사건으로 군은 혁명적 수준의 개편과 변화만이 살 길이다.
단순히 기무사의 해체와 방첩대 재창설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대전복 친위부대의 해체는 물론이고 군 전체의 패러다임도 과거 군부독재 시절이 아닌 새로운 21세기의 흐름에 걸맞는 설계도와 미래 청사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새 술은 절대적으로 새 부대에 담가야 한다. 지난 91년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보안사의 이름을 바꾸고 잠시 달라지는 척 했지만, 저들 대전복 친위부대구조와 육사의 독점적 기득권 적폐는 일점일획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박정희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현재의 군 전체 시스템과 모든 패러다임과 의식구조를 시민사회의 요구와 명령에 충실한 새로운 조직의 군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4. 사조직 특권화 된 육사 해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육사 출신들은 무려 두 번이나 반란을 시도해 권력을 찬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현대사를 암울하게 만들었음에도 또다시 육사출신들이 추축이 되어 세 번째 반란시도를 모의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은 전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삼세번이면 음주운전도 면허 박탈인데, 이쯤 되면 육사의 폐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도대체 육사에서는 뭘 어떻게 교육을 하길래 반란시도가 기수 구분. 시대 구분 없이 매번 이렇게 반복되나.
이제 향후 육군인사에서 육사 출신은 철저하게 여태 누린 특권과 혜텍에 비례해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 또한 모든 육군의 주요 지휘관 보직에서 같은 출신들이 연이어 보임되는 경우는 철저하게 법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 학군단 3사 출신들을 더욱 중용해야 하며 고위장성일수록 그 인적 배분에서 특정출신의 비율이 과도화되지 않도록 인사원칙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삼금(三禁)과 같은, 시대착오적 19세기 낡아빠진 관습에 집착하는 우리 육사는 전도유망할 장교지망 청년들을 불과 4년 만에 꽉 막히고 오만한 꼴통들로 만들어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방식과 교육과정에 문제가 많다. 단적인 예로 생도시절 엄격한 성욕의 금지가 풀린 이후 왜 육사 출신 장성들의 거듭된 성문란과 성범죄는 기수구분 없이 반복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건 생도 시절 왜곡된 가치관과 교육이 꾸준히 반복되었다고 밖엔 설명이 안된다. 왜 허리 아래로 문란한 장성들은 육사출신이 이다지도 많은가.
이제라도 육사는 선진국처럼 대학원으로 전환해서 학부의 과정을 마친 다양한 배경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진짜 직업군인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전환하는 게 어떤가. 지나치게 폐쇄적인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을 수정해서 민간대학에서의 과정 이수를 의무화하고 최소 4년 중 1년 이상 민간 위탁교육을 시키는 등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일정 기간 군 복무경험을 가진 부사관 중에서 선발하는 등 그 선발과 교육과정 전체를 바꿀 필요갸 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육사생도를 임관시키는 한, 육군은 언제든 이번처럼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개연성이 크다. 70년의 짧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무려 세 번이나 반란과 내란을 시도한 주역들이 하나 같이 육사 출신인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다수의 선량(?)한 육사출신 장교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너희들은 니네 동기들의 폭주와 일탈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국의 부름과 소명을 배신했고, 시민과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군인의 본분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그런 반론 할 자격도 없고 도의적 책임부터 느껴야 한다.
지금도 반란의 선봉에 선 반역집단 기무사를 전면해체하자고 하면 기무사의 본래 기능을 운운하며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는데 과연 이게 현실적인 대안일까. 안된 이야기지만 지금 이 지경에까지 이른 육군을 몇 군데 보수해서 써봐야 민주공화국의 백년지대계와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에 가장 나쁜 영향을 줌과 동시에 미래의 모든 집권세력과 군 통수권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이라 확신한다.
따라서 무려 70년 가까이 켜켜이 쌓인 대한민국 군 특히 육군의 구습과 적폐를 모두 털고 재창군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 육사출신들이 주축이 된 기무사 계엄내란 미수는 절호의 기회다. 여기서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 불안한 폭탄 돌리기를 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21세기 인터넷으로 온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대명천지에 도로 유신, 도로 5공 군부 독재시대로의 퇴행을 꿈꾸는 실행계획이 너무나도 상세하고 치밀하게 준비되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우리는 더 이상 방심하거나 손을 놓을 수 없다.
5.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이쯤 되면 육군은 창군 이래 최악이자 더 나빠지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 어느 때보다 문제의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계엄문건 내란 모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그간 육군은 지나친 군의 특수성과 내부조직 논리만을 앞세워 잘못된 성역을 구축해왔고 이를 오랜 세월 동안 당연시하다가 결국 시대의 보편적인 흐름에서 완전히 낙오했다.
평창 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두고도, 5.18 비상계엄확대보다 더 살벌한, 그러나 성공 가능성은 전무한, 실로 난감하고도, 어처구니없는, 계엄계획(사실상 반란모의)을, 사뭇 진지(?)하고도 나름 치밀(?)하게, 수립했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우리 육군의 시대착오적 후진성과 사리분간 전혀 못 하고 있는 정치 감각과 세상을 보는 한심한 인식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감이 없어도 어찌 이런 지경까지 감이 없냐? 군 지휘부는 어떤 경우에도 정치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이번 경우처럼 정치를 전혀 몰라서는 더욱 안 된다. 계엄 모의와 관련해 이 나라 육군은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여전히 예전 관성대로 권력의 일에 무분별하게 개입했다는 점에서 실로 용서받기 어려운 큰 죄를 범했다.
설사 박근혜와 윗선에서 계엄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과거 87년 6월 그토록 시위가 격렬했음에도 전두환의 무력진압 명령을 대놓고 거부했던 당시 특전사령관 민병돈과 보안사령관 고명승 정도의 사리분별력과 정치 감각만 있었어도 이토록 평화적인 촛불시위에 대해서 이런 참담한 수준의 내란모의 계엄문서를 작성하진 않았을 것이다. 예전 니네 군 선배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눈치라도 있었는데 지금 니들은 대체 뭐냐? 이런 걸 처만들고도 정권 교체후에 아무일도 없을 걸로 생각했니? 따라서 이 속죄의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다!
이제 군은 패트런인 촛불 시민이 드는 채찍으로 죽도록 얻어맞아야 한다. 아니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며 군 통수권자의 처분을 달게 받아야 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이제부터 군은 최악과 최저의 대접과 처분만 남았으니까. 현재 별 달고 있는 육군장성들 전원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모두가 옷을 벗어도 모자라다. 안 부끄럽냐?
하긴 어제도 대놓고 국방장관에게 책임 전가하던 기무사 대령이 고개 빳빳이 세우는 거 보니까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감도 없는 거 같긴 하더라. 23일 날 전역 지원서 써놓고 총대매는 심정으로 국방장관 들이 받은 거 같던데? 얼굴 딱 기억해두련다. 36년간 그자의 군 생활이 어땠을지 어제 그 입놀림 하나로도 감이 온다.
각설하고,
여기에 더해 한반도의 정치·외교 지형도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에도 불구하고 육군으로 대표되는 군 주류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패러다임과 이에 기반한 기득권 유지로 일관했다. 상반기에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고자 했던 국방 2.0 문건을 왜 끝내 보고하지 못하고 말았을까?
현재 우리 군부 특히 육군에겐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플랜 B가 전혀 없다.
냉정히 말해 지금 우리 군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조국의 안위를 답보해낼 청사진을 제시하는 진정한 의미의, 제대로 된 전략가가 전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 거의 대부분의 시기에 자기의 군대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권한조차 없었다. 그러니 실제로 병력을 운영하고 독자적인 작전을 수립하는 경험은 아예 없다. 그러니 군 전략가나 안보 경세가가 필요했겠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국가라면 자신의 체제를 보위하는 생존전략과 안보계획의 수립은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한다. 문약이라고 잘못 알려진 조선조차 제승방략과 진관체제라는 기본 틀이 있었고 근대 독일에겐 슐리펜 계획이 그리고 미 합중국에겐 예상가능한 모든 국가와의 전쟁을 상정한 컬러 플랜이 존재했다. 우리가 흔히 오렌지 계획으로 알고 있는 미국의 대일본 전쟁계획안은 무려 50년이 넘도록 수정과 보완을 꾸준히 거쳤던 산물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은 오직 북한만 적이고 모든 작전계획과 준비는 인민군 맞춤형으로만 지금도 수립되고 있다. 이미 국력 차가 50배 가까이 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도 여전히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이 나라 군 지휘부(이러구도 니들이 군인이니?)
지금의 대한민국 육군은 아직도 주적개념이라는 낡은 도그마에만 사로잡혀 한국전쟁 당시의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변한 게 없는, 북한 인민군 대응에만 전념하는 맞춤형 군에 안주해왔다. 그러나 전쟁의 역사에서 같은 식의 전쟁이 반복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따라서 지금 육군이 준비하고 있는 계획안은 전혀 쓸모가 없음에도 육군은 수십 년간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와 자기 혁신을 일관되게 거부해왔다. 그러면서 자리를 위한 자리 만들기와 장군복지에만 열심이었다. 어느새 우리 국방예산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많은 걸 시사한다. 그러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이 소모되었음에도 이 나라 군대는 적재적소에 예산이 사용되지 못한 채 비효율적이고 전혀 실전에서는 써먹지도 못하는 무능한 거대공룡 꼬락서니다.
전시작전권 없는 군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평시지휘권? 그거야말로 말장난이다. 이 당연한 명제가 안 먹히는 집단이 대한민국 군이다. 저들의 전작권 환수 회의론과 시기상조 주장과 준비부족론의 배경에는 군 본연의 가치에 대한 상식적인 정체성이 전혀 확립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미군에 대한 의존이 이제 절대 상수가 된 집단으로 퇴행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미국에게 국방분야는 완전히 아웃소싱을 주고 말아야 한다. 아마 비용도 절반 이하로 싸게 먹힐 거다.
이 나라 군의 주류인 육군은 아직도 전시작전권환수에 대해 부정적인 인사들이 더 많고 회의적인 시선을 표출하는 것에 수치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런 그들의 궤변과 억지와 강변을 듣고 있으면 군인이 제대로 된 기강과 의식이 없으면 제복 걸친 건달에 불과하다는 나폴레옹의 지적을 떠올리게 된다.
70년 가까이 미군에게 의존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프레임으로 인식하며 오직 이 상황에서 ‘근육키우기(야전전투력 증강)’에만 몰두한 결과, 작금의 군 특히 육군은 미군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젠 감히 독자적인 그 어떤 것도 시도할 엄두도 못 내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계엄 모의처럼 국내정치 상황에 과도하게 머리를 디미는 구습은 여전하다. 좀 심하게 평가하면 국민들 혈세 축내는 잉여이자 제복 걸친 양아치 집단에 가깝다.
이런 한심한 수준으로 급변하는 21세기 한반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군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군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
지금 군의 외적인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군 내부는 이번 계엄문건 파동으로 획기적인 쇄신과 역동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금 이 상태의 군대로는 실전에서 무용지물인거 군 지휘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는지 꽤 된 걸로 안다. 그런데도 육군의 개혁은 늘 구두선이다.
이제 이번 내란미수 사건을 계기로 군이 혁명적인 수준으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야 할 너무도 많은 당위가 이번 계엄문건 수사과정에서 하나 둘 드러나고 있질 않은가. 그리고 그 시작은 모든 주권국가에서 가장 필수적인 자주국방의 실현, 즉 우리 군에게는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 70년간 천문학적인 비용의 국방비가 투입되고도 늘 이 나라 군부, 특히 육군은 자주국방을 성취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허구한 날 북한핑계만 댔다. 과연 육군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걸까. 이제 더는 이들의 상투적인 궤변의 주장을 그냥 좌시하거나 묵인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IMF 환란 후 최소한 한번 이상의 구조조정과 변화가 있었지만, 유독 군부만 1950년대 한국전쟁 프레임 그대로다.
이미 전방의 주력인 1군과 3군의 통합에 합의해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을 결정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 진짜 이유는 단 하나! 대장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야 할 개혁을 이리 미루며 그저 자리 유지에만 혈안이 된 현 육군이 이번 계엄모의에 앞장섰다는 사실보다 더 군에 혁명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반증이 또 있을까.
지금 이런 식의 육군으론 우린 언제나 군부의 반란과 내란을 우려하며 일상을 보내야 한다. 외부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다시 독버섯처럼 나쁜 기운을 뿜어대는 무력조직을 군으로 둬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이젠 없다.
6. 북한 맞춤형 군대에서 한반도 평화의 수호자로
쇼와 일본 육군이나 금과옥조로 여겼던, 낡은 주적개념을 붙들고서 항상 북한만 쳐다보는 답답한 군대는 그만해야 한다.
한국 육군의 실제(?) 아버지인 쇼와 일본 육군은 수십년간 소련을 주적으로 상정하고 오직 소련 맞춤형으로 군대를 양성했다. 그러나 막상 전면전에 돌입하자, 그들이 상대해야 했던 적은 소련이 아닌 미군이었고 전쟁터도 추운 시베리아가 아니라 뜨거운 열대의 정글과 너른 대양의 외딴 섬이었다. 태평양 전쟁 내내 일본 육군이 총검 돌격이라는 19세기적 낡은 전술을 반복했던 것은 물량의 열세 못지않게 보병들이 차고 있던 탄입대(탄약 보관함)가 열대의 습기와 고온을 배겨나질 못해 총알이 못쓰게 되어 잦은 격발 불량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본 육군은 총알이 없어서 육탄 돌격을 한 게 아니라 야전 환경에 부적합한 탄입대로 인해 사격조차 맘대로 할 수 없어 돌격밖엔 수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조차 인식이 없었던 당시의 일본군 지휘부는 바로 주적개념의 도그마로 인해 너무도 많은 인명을 허망하게 희생시켜야만 했다.
바로 옆 나라에 그것도 오래되지도 않은 시기에 주적개념을 붙들다 폭삭 망한 이웃이 있음에도 이 나라 육군은 오직 북한 맞춤형 군대 주적개념을 절대시하는 군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거나 정당화하기 일쑤다. 도대체 지나간 역사에서 무엇을 배운 건가.
인구절벽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아직도 50만 대군을 고집하는 육군의 사고방식에는 오직 주적을 북한으로만 상정한 도그마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 군은 합리적인 전략에 입각한 다변화된 한반도 안보의 청사진을 설계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제 우리 군은 미군에 의존하는 수동적 주변적 입장에서 벗어나 당당한 한반도 평화유지의 주역으로 능동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작금의 모든 군 패러다임 특히나 육군의 구조와 의식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태 존재하고 있는 육군의 모든 것이 검토대상이어야 한다.
이미 전편에서 지적했듯이 특정 학교 인맥의 인사독점과 편중은 이번 대통령 임기에서 반드시 종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해·공 3군의 균형발전과 육사 인사독점의 철폐가 필수다.
특히나 통합군 체제하에서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은 반드시 육군과 해군과 공군은 물론 해병대에서까지 다양하게 선발하는 순환보직제가 시급하다. 이렇게 되면 육군은 6년이나 4년에 한 번꼴로 2년 임기의 군령권자를 배출하게 되므로 작금의 육군편향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년간 여러 중견 장교들이 건의하고 있는 군령권과 군정권을 단일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작금 우리 군의 군권 이원화는 다분히 일본군의 소산이다. 과거 일본군이 군권의 이원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분란과 비효율을 초래했었던가. 이제 확고한 문민통제의 원칙하에 군권을 일원화해서 효율을 극대화하자.
금번 기무사 내란 미수에서 육사 출신들의 다대(?)한 역할을 반면 교사하여 육군의 주요보직은 같은 학교 출신이 연이어 부임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번 알자회와 육사 출신들이 주도한 내란 모의의 수위를 생각해볼 때 과거 하나회와 알자회에 가했던 그 이상의 제재와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안된 말이지만 그들은 이번 삼세번으로 아웃이다. 더 이상 그 어떤 배려나 온정도 있어선 안 된다. 이들의 썩은 엘리트 의식과 비뚤어진 국가관, 시대착오적 특권의식과 반민주 성향을 뿌리 뽑으려면 다른 길은 없다.
과거 문민통제가 확실했던 조선은 실병력을 가진 부대의 지휘관과 참모들은 모두 다른 고향과 배경을 가진 이들을 고루 기용했었다. 이러한 전례를 반드시 본받아야 한다. 특히나 과거 육사가 독점해왔던 육본과 합참의 요직은 물론, 주력 기계화사단과 특전사 예하여단과 항공작전사 등등 핵심 야전부대와 소위 잘나가는 주요지휘관 자리에서 철저하게 육사 출신은 배제해야 한다. 적어도 이 정부 임기 내내 이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
당연히 앞으로 있을 대장인사에서 육사 출신은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하며 최소 10년간 육사 출신 대장은 일절 나오지 않아야 한다. 여태 군부의 금수저이자 성골로 군림했던 육사 출신들에게 반란의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뼈에 새기게 하려면 인사 불이익보다 더 좋은 채찍은 없다. 여기에 불만이신 육사 출신들은 옷 벗고 나가서 대한애국당이나 태극기 부대에 새 자리 알아보시는 게 나을 것이다.
이참에 국방부 장관도 장성출신들은 전역 후 10년이 지난 이후에만 임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모든 걸 미군 따라 하는 나라가 왜 이 좋은 제도는 시행을 안 할까.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육사가 배제되면 육군에 인재가 모자랄 거라고? 웃기지 마라.
이순신은 늘 절실하게 찾지 않아서 없을 뿐이다. 학군단 출신, 3사 출신들이 여태 빛을 발하지 못한 건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육사 성골들의 기득권 철옹성이 너무 막강했던 때문이다. 그러니 반란을 일삼는 집단에게 더 이상의 호시절은 없어야 한다.
촛불을 든 시민이라면 이런 참담한 수준의 모반을 꿈꾼 자들을 더 용납할 수 있을까.
7. 시민의 통제와 감시를 제도화하며 민의 참여가 보장된 개방형 군 정립
이제 군은 폐쇄와 독점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세상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그간 군은 특수성을 내세워 상식 이하의 사고방식과 반민주주의적 행동 양태를 정당한 무엇으로 착각해왔고 그 결과, 끝내 시대착오적 군사반란과 내란을 획책하는 모의를 작당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지금 군 주요간부들 특히 육사 출신들의 의식과 감각이 30년 전 그들의 선배들만도 못하다는 사실에 실망보다는 과연 이들에게 국방과 안보의 중책을 맡겨도 될지가 더 불안할 지경이다. 30년 전, 6월 항쟁이 격화되자, 당시 군 통수권자 전두환은 또 다시 피를 부르는 강경무력 진압을 명령했지만, 정작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군 출동을 막았던 건 진압의 선봉에 서야 하는 특전사령관(민병돈)과 보안사령관(고명승)이었다. 그들 모두 성골이라던 하나회였지만 시위의 양상과 민심의 흐름을 읽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그때 고명승과 민병돈이 지금 기무사에 있었다면 이런 수준의 문건을 작성했을까? 스스로 무덤 팔 게 뻔한, 실각이 확실시되는 박근혜와 황교안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몸 바쳤을 리 만무하다.
지금 군의 떨어지는 정무감각은 사안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국방장관을 대놓고 들이박는 하극상을 연출하는 점입가경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리 프레임의 전환을 시도한들 시민여론의 평가와 군 통수권자의 분노는 그들의 염원과는 달리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부 수구언론의 프레이밍에 기대 단말마의 저항을 지속할수록, 국민은 그들에게 등을 돌릴 것이며 추후 진행될 법의 심판에서 괘씸죄를 더할 뿐이다.
이제 군의 프레임을 모두 바꾸고 시민의 통제와 감시를 제도화하며 군의 일에 시민의 감시와 조언 그리고 제안이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되는 개방형 군대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참고할 준거는 사방에 널렸다. 선진국 군대들만큼만 하면 된다.
왜 우리는 아직도 쇼와 일본육군의 굴레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하나. 더 이상 북한을 핑계로 시대에 뒤진 낡은 군의 구조와 패러다임을 고수하려는 어리석은 구습은 버려야 한다.
8. 시민민주주의의 이념을 견지한 새로운 군 패러다임 구축
작금의 우리 군에는 보편적 개념에 의거한 민주주의 재교육과 시대의 보편적 정서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정한 시민의 군대, 패트런인 시민을 위해 헌신하고 받드는 군대로의 변신을 위한 의식교육이 시급하다.
가장 먼저 우리 군의 뿌리가 일본육군이나 만주군이 아닌 광복군과 독립군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상징적인 조처들이 요구된다. 같은 민족끼리 치고 박고 싸운 걸 자랑스러워하고 그걸 군의 존립근거로 삼아서는 언제까지나 이 나라의 군 복무는 큰 자부심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니 38선 돌파일인 10월 1일이 아닌 광복군 창설일로 국군의 날부터 변경하자.
또한 과거의 수치스러운 두 번의 군사반란과 자행한 다수의 민간인 학살 등등의 과거사에 대해서 전군의 간부와 생도와 병사들에게 진솔하게 팩트 위주로 교육해야 하며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반 조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또한 군인이라도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정당한 거부권이 있음을 모든 병사와 부사관 그리고 하급장교에게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진정 강하고 중심이 뚜렷한 군대는 부끄러운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자긍심이나 긍지에 손상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안다. 부끄러운 정치개입과 여타의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우리 군이 여태 견지했던 그 어정쩡한 태도와 의식은 그 진정한 뿌리인 쇼와 일본의 그것과 흡사하다. 이제는 분명하게 과거를 제대로 교육하고 기억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감시 그리고 열린 제안들이 군에 파급되어야 한다. 더 이상 이들만의 폐쇄된 리그에 놔두면 안된다.
반란은 언제나 감시가 소홀할 때 준비됨을 이번 기무사 문건이 분명하게 보여줬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