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그 동안 저평가 받아온 ‘짝통’ 잠수함 건조국 오명과 ‘불량’ 잠수함을 운용하는 2류(二流)급 해군 이미지를 벗고 싶어 한다.
만일 중국이 이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우선 중국 조선소가 건조한 잠수함의 재원과 특성을 공개하여 국제방산전시회에서 다른 경쟁국의 조선소가 건조한 잠수함과의 성능 위주의 맞경쟁을 해 그 우수성을 증명받아야만 하며, 이를 통해 중국 해군의 국내 잠수함 소요만이 아닌, 해외 수출시장 확장도 자연히 이루어질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점에서 중국 해군과 중국 조선소 간 입장이 각각 다르다.
우선 중국 해군은 잠수함 해외판매를 위해 그 동안 중국 해군이 운용하였거나, 차세대 잠수함으로 개발중 또는 개량중인 신형 잠수함의 우수성 증명을 위해 각종 잠수함 성능을 스스로 국제방산시장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 해군 입장으로 볼 때 역(逆)으로 중국 해군 잠수함 성능상 재원을 경쟁국에 노출시키는 것으로서 미국과 주변국 해군이 중국 해군 잠수함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적, 감시 및 분석을 실시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시에 이를 공개하면 중국 해군의 디젤과 핵잠수함의 결점과 취약점들을 그대로 노출하여 전략상 손해라는 논리에서 이다. 즉 중국 해군은 중국 조선소의 해외수출 야심을 위해 현재 운용 중인 각종 유형의 잠수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현실을 조선소가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해군은 자국 핵잠수함 관련 정보를 동맹국일지라도 절대로 공개하지 않으며, 심지어 관련 자료 공유조차도 거부한다. 이유는 전략적 은밀성을 갖는 수중전력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며, 현재 중국 해군도 이 점을 우려하여 잠수함 성능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조선소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아 왔고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축적도 어느 정도하였으니, 이제는 밖으로 눈을 돌려 해외시장 개척에 관심을 두어 중국 조선소가 건조한 잠수함의 우수성도 증명을 받자는 입장이다. 특히 다른 경쟁 조선소와 비교시 시기적으로 많이 늦어 있다고 보아 서두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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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Saab사의 A26급 잠수함 [출처:시나닷컴]
예를 들면 독일 TyssenKrup Marine System사의 Type 209급 잠수함과 212급 잠수함 해외판촉 사례, 스웨덴 Saab사의 A26급 잠수함 수출 그리고 러시아 국영조선소의 Kilo급 잠수함 해외 판매가 대표적 사례들이었다. 현재 이들 3개 국가의 조선소는 세계 재래식 잠수함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 통해 조선소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이 점을 배워 해외시장을 확장하기를 기대한다.
진수를 앞둔 장보고-2 잠수함 [출처: 윤석준 제공]
심지어 이들 유럽 조선소의 잠수함 기술을 전수받은 일부 국가들이 자국 잠수함 해외 판매에 성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대우해양조선와 현재중공업이 경쟁적으로 자사의 잠수함 해외시장 판매 개척에 나서고 있어 이를 보는 중국 조선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 대우해양조선는 장보고-1급 재래식 잠수함을 대우해양공업사는 장보고-3급 공기무급추진 잠수함을 동아시아 해군에게 경쟁적으로 판촉하고 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들 양대 조선소는 복잡한 해양플랜드 건조에 있어 이미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뒤에서 따라오는 중국 등의 조선소를 따돌리기 위해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잠수함을 수출하여 선박 건조의 우수성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3년 7월에 인도네시아 해군이 3척의 장보고-1급 잠수함을 대우해양조선사로부터 구매하였으며, 지난 2월말에 2번함을 인도네시아 해군에 인도하였다. 이어 말레이시아 해군이 장보고-1급 잠수함에 가격경쟁력과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구매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인도네시아와의 경쟁관계를 고려하여 유럽 조선소 건조 잠수함 구매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와중에 현재 해외 잠수함 수출시장 상황은 중국에 그리 유리하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그 동안 유럽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그리고 러시아가 디젤 잠수함 수출에 주력하여 왔으며, 이제는 기술이전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이들 국가 자국 조선소가 건조한 재래식 잠수함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냉전 이후 자국 해군의 잠수함 소요 감소에 따른 해외시장 개척이었다. 이에 중국 조선소는 이를 전수받은 한국 조선소까지 잠수함의 해외 수출까지 마다하지 않는 상황을 목격한 것이었다. 특히 이러한 추세의 득(得)을 본 국가가 한국과 중국이었으나, 그 동안 중국은 해외 수출에 주저하였고 한국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발에 주력하여 성공하여 중국 조선소로서는 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직면한 한국 해군이 Type 209급 잠수함을 독일로부터 도입하여 북한의 수중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그 동안의 기술축적과 노하우 등으로 독자적 선체 설계, 스크류 소음 및 전투체계를 접목시킨 장보고급 잠수함 건조에 성공해 인도네시아에 3척을 수출하였고, 추가로 필리핀 등에 수출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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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Kilo급 877EKM 잠수함 [출처:소후닷컴]
중국은 1994년부터 러시아 Kilo급 877EKM 잠수함을 도입하여 이를 바탕으로 쏭(宋)급 잠수함을 개선한 비교적 조용한 원(元)급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는 미진하였으며, 실제 해외시장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이는 태국 해군이 중국 원급 잠수함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태국 정치권에서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중국 조선소가 잠수함의 해외수출을 평생 소원(所願)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해양강국 위상이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대륙강국이 아니며, 해양강국 위상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해군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포함한 전 세계 해양에 해군기동전투단을 보내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 인도양 지부티에 해군기지를 최초로 확보하였고, 현재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그리고 남태평양 도서국가 바타나우에 중국의 장기차관을 제공한 조건으로 대대적인 부두건설을 추진 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만일 해당국이 중국에게 진 부채를 갚지 못하는 경우 중국은 부두의 배타적 사용권으로 대신 받는 형식으로 해외기지를 확보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에 중국 조선소는 구축함에 이은 잠수함을 수출하여 방산수출에 있어서도 해양강국 위상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국내 조선소들에게 연구개발을 위한 국가보조금 지원을 지원하여 가격 경쟁력도 갖고 있어 큰 무리는 아니라고 보며, 지난해 인도양 지부티에 해군기지를 최초로 확보한 이래 중국 조선소의 인도양 국가들에 대한 잠수함의 해외판촉 시도는 더욱 공세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 해군 잠수함의 우수성 증명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그 동안 중국이 건조한 잠수함이 미국과 영국, 러시아를 포함한 일본, 호주,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 해군 잠수함에 비해서도 아직도 소음도 많고 전투체계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바, 중국 조선소는 이를 불식시키고 싶어 한다. 특히 중국 조선소는 스웨덴 Stirling cycle techniques를 모방한 공기무급추진체계를 탑재한 Type 039A형 원급 잠수함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재래식 시장은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이미 선점하였고 심지어 독일의 잠수함 기술을 이전받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상황이 되어 중국 조선소들이 이들 동남아와 서남아 국가들을 제외한 중남미,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내의 미얀마, 쿠바,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베네주엘라 그리고 UAE 등에 중국 잠수함의 우수성과 가격 경쟁력을 제시하며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서방의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국가들로서 유럽 국가와 한국마저 이들 국가에 대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어 중국 조선소 입장에서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조선소의 우수성 증명이다. 대부분의 독자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세계 유수 조선소들은 건조한 잠수함을 해외에 수출해야 해당 조선소의 선박 건조의 정밀성과 완벽성을 인정받게 된다. 이에 현재 세계 1위 선박 수주국의 지위에 도전하는 중국 국내 조선소들이 잠수함 수출에 성공하여 선박 건조의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강하게 중국 지도부에 건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 동안 중국 국내 조선소가 단순한 설계와 용접기술을 요하는 콘터이너선, 펄크선, 유조선 건조 보다는, 복원력이 우수한 강판, 복잡한 선체 설계와 용접 기술을 증명하는 잠수함 건조 우수성 증명을 통해 중국 조선소의 해외 선박 수주시장을 장악하는 가장 효과적이며 좋은 홍보자료라는 주장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에 중국 조선소의 해외 잠수함 판매 촉진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호 영국 제인국제방산리뷰(Jane's International Defence Review)는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의 해외수출 담당 업체인 중국조선연안국제공사(CSOC)가 중국 주변국을 대상으로 공세적인 수출판매 전략을 촉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으며, “기존 원급 잠수함의 수출형인 S26T 디젤 또는 공기무급추진체계의 잠수함, 1100톤 규모의 1100T형 잠수함, 200∼600톤 규모 MS200형과 600T 잠수함의 상세 재원과 특징을 국제방산전시회에서 공개하여 전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조선소가 잠수함에 해외판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소 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하여 중국이 해외판매를 현재 중국 해군이 운용중인 독자형 잠수함에 문제가 많아 수중작전 효과가 낮다는 저평가를 뒤집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서, 이를 위해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의 해외수출 판촉 위탁을 받은 중국조선연안국제공사가 매우 적극적 전략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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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해방군 해군의 잠수함 편대 훈련 장면 [출처:중국라디오망]
특히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수출 대상국은 태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및 미얀마이며, 해외 섭외를 담당하는 중국조선연안국제공사는 유럽 서방국가 조선소가 제시하는 잠수함 가격 보다 저가(低價)를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 전문인력 지원과 노하우 전수 심지어 항만공사 건설까지 지원하는 등의 파격적 제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일부 약소국 해군들에게 매우 매력적 제안으로 인식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과는 다음과 같다.
2016년 8월에 파키스탄 해군이 중국 해군이 가장 신뢰하는 Type 039A형 원급이자 현재 국제방산전시회에 나온 S26T형급 원급 공기무급추진체계 잠수함 8척의 도입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다양한 옵션을 두고 계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일부 외신은 파키스탄이 중국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는 경쟁국 인도 해군이 러시아 아쿠라(Akula) 핵잠수함을 임대하여 운용하면서 독자형 핵잠수함을 자체적으로 건조하는 계획에 대응한 조치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원급 잠수함 건조 조선소인 중국선박중공업공사는 파격적 오프셋 옵션을 파키스탄 해군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태국은 지난해 5월에 한국 현대중공업사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약 3억9천만 달러로 중국 해군이 가장 자신하는 Type 039A/041형의 해외 수출형인 S26T형 원급 공기무급추진체계의 잠수함 1척을 도입하고 추가로 2척을 2023년까지 태국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미국과의 관계 증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국 해군은 여전히 중국 원급 잠수함 구매을 선호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추가로 3척을 약 11억 달러로 도입할 예정으로 보도되고 있다. 파키스탄과 태국에 이어 방글라데시 해군은 지난해 3월에 중국 해군의 중고 밍(明)급 잠수함 2척을 구매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소가 인도양 국가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잠수함의 해외판촉을 하고 있다면서, 이에 중국 조선소와 중국 해군 간의 연계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조선소가 파격적인 제안으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해군에 잠수함 판매를 제안하는 배경에는 잠수함 판매를 통해 해당국 주변 해양에 대한 수중신호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가 작용하였다고 보며 이를 중국 해군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전략적으로 상당히 일리가 있다. 통상 잠수함을 건조하여 판매하는 국가는 수입국의 잠수함 운용을 위해 다양한 수중신호정보 수집을 공개적으로 실시하여 이를 판매한 잠수함 전투체계에 입력해 주며, 이들 통해 자국 인접 해양에서의 수중작전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중국 조선소의 잠수함 수출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주변 해역은 중국 해군의 잠수함이 향후 입항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협력 대상 국가로서 중국 조선소는 판매를 핑계로 이들 국가의 주변 해역 수중신호정보를 수집하여 해저지도 제작, 인근 해역 수중소음 특성 그리고 잠수함의 안전함정 임무를 수행하는 해당국 수상함의 수중음향특성을 부담없이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소가 중국 해군과 협력하여 수주한 잠수함 인수 승조원 교육과 훈련까지 무상으로 제공해 주어 이들 국가 해군의 중국에 대한 환심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일부 우수한 승조원들은 무상으로 중국군 군사학교에 유학할 기회까지 부여해 친중(親中) 성향의 군부 지도자로 단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중심에 중국 정부가 해당 국가에 설치한 공자학교(孔子學校)가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중국은 잠수함 판매에 이어 중국 해군과 협력해 해당국 군부 지도자의 친중파(親中派)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소가 비록 늦었지만, 유럽 주요국과 한국 등의 조선소가 이미 선점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공세적 해외판매 전략을 통해 첫째,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 둘째, 영업이익 추구 그리고 셋째, 중국 해군과 은밀한 협력하에 해당 국가 주변해역의 수중신호정보 수집 및 중국 해군 잠수함의 작전에 도움을 주고 넷째, 해당국가의 군부 지도자를 친중 성향으로 만드는 일거사득(一擧四得)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2011년 12월31일 제대 이전까지 수상함 전투장교로 30년 이상 한국해군에 복무했으며, 252 편대장, 해본 정책분석과장, 원산함장, 해군본부 정책처장, 해본 교리발전처장 및 해군대학 해양전략연구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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