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모습이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국무위원장) 주재하에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력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집중하겠다는 ‘역사적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다음 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분명한 청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신은 만장일치로 채택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에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노동당 전체회의 결정서는 이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다”라고도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북부 핵시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으로, 이곳에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총 6차례의 핵실험이 실시됐다. 결정서는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또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개발은 중지하고, 핵무기와 기술은 확산시키지 않을 것이며, 이미 만든 핵은 핵군축 방식의 협상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핵무기와 핵기술 이전은 미국이 가장 우려해온 내용이다.
결정서는 이어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보고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긴장완화와 평화에로 향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국제정치 구도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데 대해 통보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려는 것이 당의 평화 애호적 입장이라는 언급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됐던 핵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의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었다”고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선언한 ‘핵무력 건설 완성’ 논리에 따라, 이제는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기존의 노선을 대체하는 경제건설 노선을 새롭게 채택한다는 논리다. 김 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전원회의는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의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데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채택됐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인사관련 사항인 ‘조직문제’도 다뤄졌다고 통신은 밝혔다. 김정각 신임 군 총정치국장이 당 정치국 위원에 보선됐고 당 서기실장으로서 김정은 일가를 밀착 보좌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당 중앙위 위원에 올랐다.
이 소식이 나온 지 한 시간쯤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모두 중단하고 주요 핵실험 부지를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다음 주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말 또는 6월초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내놓은 이 결정을 <시엔엔> <비비시> 등 외신들은 일제히 주요 속보로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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