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8.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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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는 배 수축한 뒤 독물 뿜어 적 물리치고
병정개미는 마개 모양 머리로 바리케이드 친다
» 작은 폭발개미 3마리가 침입자인 베짜기개미를 공격하고 있다. 맨 오른쪽 개미는 폭발 직전으로 노란 독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동남아 보르네오의 열대림에는 높이가 60m에 이르는 큰 나무가 서로 이어져 수관 생태계를 이룬다. 나뭇잎으로 이뤄진 이 공중 생태계의 지배자는 개미이다. ‘폭발 개미’로 알려진 이 개미는 적갈색의 작고 평범한 모습이다. 커다란 턱이나, 침, 개미산 방출 등 다른 개미에서 흔히 보는 방어 무기가 없다. 그러나 이 개미는 이름 그대로 자신의 몸을 폭발시키는 놀라운 방어 무기를 보유한다.
이 개미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16년으로 100년도 더 전이지만, 최근에야 정확한 분류와 생태가 밝혀지고 있다. 앨리스 래시니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 곤충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최근의 현장 연구 결과, 이 개미가 모두 15종으로 이뤄졌으며 이 무리의 모델 종인 ‘콜로봅시스 엑스플로덴스’를 신종으로 과학저널 ‘주키스’ 20일 치에 보고했다.
» 커다란 베짜기개미를 공격해 배가 쭈그러든 채 죽은 폭발개미.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이 신종 개미는 높은 나무의 죽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만들고 수천 마리가 나뭇잎과 나무줄기 위를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작은 일개미가 주로 이 일을 하는데, 잎 표면의 불순물이나 벌레 등을 제거하는 ‘청소 활동’과 나무줄기 위에 돋아난 이끼나 지의류 등을 턱으로 뜯는 활동에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개미는 다른 종의 개미나 절지동물 등의 침입자를 만나면 꽁무니를 수직으로 들어올려 경고 신호를 보낸다. 만일 경고가 듣지 않으면 들러붙어 물어뜯고 여의치 않으면 비장의 자폭 공격을 감행한다. 상대방을 향해 치켜든 배를 강하게 수축해 터뜨린다. 뱃속에서는 밝은 노란색의 끈적끈적하고 유독성인 액체가 튀어나와 상대방을 죽이거나 물리친다. 물론 배가 터진 일개미도 목숨을 잃는다. 이번 연구에서 방출하는 독성물질의 성분 등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연구자들은 턱 샘에서 만드는 이 찐득한 분비물에서 카레 비슷한 자극적 냄새가 났다고 밝혔다.
» 침입자에게 꽁무니를 하늘로 쳐들어 경고 신호를 보내는 폭발개미.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기 무리를 지키는 행동은 흰개미나 꿀벌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흰개미나 꿀벌이 둥지를 지키려는 집단 방어 과정에서 자기희생을 한다면, 폭발 개미는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개별적으로 먹이활동을 하다가 상대방과 1대 1로 맞설 때도 자폭 공격을 하는 점이 다르다고 연구자들은 빈 자연사박물관 누리집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아마도 폭발 개미는 나뭇잎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같은 먹이 자원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로부터 영역을 지키는 것 같다”라고 추정했다.
» 폭발개미 가운데 둥지 안에서 주로 지내는 병정개미. 머리로 굴의 들머리를 막아 침입자를 물리친다.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한편,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 개미의 병정개미는 머리 모양이 마개 모양이어서 눈길을 끈다. 연구자들은 이 덩치 큰 개미가 머리를 바리케이드로 이용해 둥지로 들어오는 적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ciny A, Zettel H, Kopchinskiy A, Pretzer C, Pal A, Salim KA, Rahimi MJ, Hoenigsberger M, Lim L, Jaitrong W, Druzhinina IS (2018) Colobopsis explodens, model species for studies on “exploding ants” (Hymenoptera, Formicidae), with biological notes and first illustrations of males of the Colobopsis cylindrica group. ZooKeys 751: 1–40. https://doi.org/10.3897/zookeys.751.2266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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