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남북 정상, ‘민간교류 보장, 제도화’ 선언해야”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김치관 기자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8.04.17  10:14:33
페이스북트위터
  
▲ 남북 민간교류에 앞장서온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과 12일 광화문 한 찻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부 간에는 봄이 오고 있지만 민간은 봄이 오고 있지 않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대북 지원협력사업에 앞장서온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12일 정오 서울 광화문 한 찻집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남북교류단체들의 답답한 심경을 ‘춘래불사춘’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10일 이후부터 7,8개월간 단 한 건의 물건도 들어간 적이 없고, 단 한 명의 민간인도 방북하지 못해 오히려 지난 보수정부 보다 더 심한 상황이 지속됐다”는 것이고, 올해들어 남북 당국간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지만 민간교류는 여전히 막혀있는 상황이다.
평양 예술공연에 대해서도 “정부 바뀌고 민간교류가 먼저 재개되지 않겠는가 기대감도 사실 있었는데, 조용필 선생이 먼저 갈 줄, 탁현민 행정관이 먼저 갈 줄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4월 1일, 3일 공연 앞자리에 앉은 남측 대표단을 보면 특이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일부가 없다. 또 하나는 민간급 대표가 없다. 그냥 정부 간의 교류다”라고 짚었다.
강영식 총장은 “(지난해) 6월 2일 새로운 대북 유엔제재가 결의됐고 거기에 한국 정부가 동의했다는 이유로 북이 민간교류를 전면적으로 중단해 버렸다. 북은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함없다는 정치적 이유로 민간교류도 같이 틀어막고 있는 상태”라며 “우리 남측의 민간단체가 제안한 사업들에 대해서 ‘하자, 말자, 어떻게 하자’는 입장이 여전이 없다”라고 북측의 소극적 기류를 전했다.
그는 “6.15남측위의 공동위원장단회의, 평양국제마라톤대회, 평양과기대 졸업식에 형식은 북쪽 초청장이 안 왔다는 거지만 우리 정부의 태도는 상당히 유보적이었다. 유보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이라는 얘기”라며 “조용필 선생이 가서 노래하고 레드벨벳 가서 노래하는 것은 남북관계와 정상회담 분위기를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민간이 가서 6.15 18주년 기념행사 재개를 논하고 마라톤을 뛰는 것은 남북관계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거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민간이 살얼음판에 돌을 던질 수 있다’라는 관념이 있는 거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갖는 정부 우선주의, 정부 독점과 뭐가 차이가 있냐”며 “소위 민관협력이 아니라 ‘선관후민 先官後民’ 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 공약처럼 다방면의 교류협력이 중요한데 그동안의 우리 정부는 그걸 못했다. 그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의 종속수단으로 민간을 규제할 뿐이었다. 내가 정권을 맡게 돼 그건 사과한다. 미안하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감을 표하고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민간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할 거고, 정부와 관계없이,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할 거다. 당신들도 그렇게 해줘라”라고 당부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북한 농업경제개발구를 공동개발하는 ‘통일농업특구’ 개발사업, 한반도판 유니세프(Unicef)인 ‘코리아 아동기금’과 한반도식량기구(KADO)의 남북 공동설립 등을 제시하며 “일방이 일방을 지원하는 개념을 넘어서 공동으로 한반도, 조선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공동의 노력, 그 노력을 위한 공동의 조직, 그 담보를 위한 양 당국의 공동의 조직의 제도화, 이런 것이 돼야 소위 ‘교류협력의 업그레이드’고 ‘담대한 남북관계 개선’이다. 교류협력의 제도화, 평화의 제도화도 될 수 있는 그런 거다”고 말했다.
특히 ‘당국간 관계 개선’과 더불어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중요한 한 축을 제도화하자는 진지한 제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민간교류에 대해서 담당하고 책임지고 있는 통일부가 나서야 되는데 오히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두고 봅시다’하는 사고 가지고는 안 된다”며 “통일부가 과감하게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상대로 ‘평화로운 한반도 만들기’에 민간차원의 교류를 보장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적극 설득하고 의제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만간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면 북민협(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라든지 인도지원단체는 북한인권법의 소관을 받고, 인도적 지원단체의 대북지원은 북한인권재단이 맡게 된다”며 “통일부 그 누구라도 문제라고 인정하지만, 북한인권법을 고친다거나 북한인권재단을 고치려고 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6.15공동선언 발표 18주년 기념 남북해외 공동행사를 평양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당국 대표단이 옵저버로 참가한 가운데 진행하자고 제안하고 “부당하게 폄하되었던 6.15남측위원회의 대표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면 진보적 통일운동 단체의 연대체로서의 6.15남측위원회가 보다 더 담대한 발상을 해야 한다”고 폭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12일 정오 서울 광화문 한 찻집에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조용필 선생이 먼저 갈 줄 누가 생각했겠느냐”
  
▲ 민간단체들이 처한 답답한 상황을 토로하고 있는 강영식 총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나?
■ 강영식 사무총장 :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은 말할 것도 없고,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도 정부 바뀌고 민간교류가 먼저 재개되지 않겠는가 기대감도 사실 있었는데, 조용필 선생이 먼저 갈 줄, 탁현민 행정관이 먼저 갈 줄 누가 생각했겠느냐.
한편으로는 좀 심란하기도 하지만, 그런 식의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형식에서 벗어나서 상당히 획기적인, 우리 정부 표현대로 ‘담대한 발전’의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에서 고무적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비해서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은 있다. 정부 차원의 관계 발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의 배경이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여러 전문가들의 평가는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의 평화의지의 성과라고 본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반대하고 한반도 운명은 우리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결정해야 된다는 입장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를 꾸준하게 요청했던 결과로 본다는 의미에서 우리 정부의 성과라고 본다. 상당한 의미가 있다.
□ 남북 당국간 관계는 급진전 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6.15남측위원회의 공동위원장단회의나 평양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한 방북을 우리 정부에서 연기를 요청한 걸로 알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나 지원단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인가?
■ 그렇다. 단적으로 보면 4월초 평양공연이 ‘봄이 온다’ 아니냐.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정부 주도로 됐고, 4월 1일, 3일 공연 앞자리에 앉은 남측 대표단을 보면 특이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일부가 없다. 또 하나는 민간급 대표가 없다. 그냥 정부 간의 교류다.
‘봄이 온다’의 성과를 무시하자는 건 아니고, 시작은 그렇게 했지만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가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구태여 대비하자면 정부 간에는 봄이 오고 있지만 민간은 봄이 오고 있지 않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라 생각한다.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우리 정부나 북한 정부가 차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간교류협력이 뭐냐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먼저 짚어 보겠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나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같은 민간단체들이 방북을 추진한 건가? 실제로 북한의 초청장을 받았나? 우리 정부가 방북 신청에 대해 연기를 요청하거나 불허한 건가?
■ 일단 현재는 공식적으로 민간교류에 대해서 북이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딱 1년 전 상황인데, 제19차 평양의학과학토론회가 탄핵정국이던 5월 2,3일에 있었다. 여전히 박근혜 정부 기간이었지만 북에서는 민간교류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우리 대표단 10명에 대한 초청장을 보내왔다. 그러나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불허했다.
정부가 바뀌고 몇 년간 불허돼 왔던 접촉신청이 최초로 지난해 5월 29일 수리되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개성 육로를 통해서 보내기로 했고, 6월 10일 우리 단체로서는 4년만에 대표단의 평양 방문을 준비했고 북의 초청장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때 정부의 입장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알다시피 6월 2일 새로운 대북 유엔제재가 결의됐고 거기에 한국 정부가 동의했다는 이유로 북이 민간교류를 전면적으로 중단해 버렸다. 북은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함없다는 정치적 이유로 민간교류도 같이 틀어막고 있는 상태가 작년 하반기 12월 31일까지 계속된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10일 이후부터 7,8개월간 단 한 건의 물건도 들어간 적이 없고, 단 한 명의 민간인도 방북하지 못해 오히려 지난 보수정부 보다 더 심한 상황이 지속됐다. 물론, 유진벨재단은 국제단체여서 예외다.
분위기가 역전된 건 1월 1일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겠다고 하면서부터였다. 민간은 ‘민간이 봄을 여는 전령사가 된다’는 나름대로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거다. 적어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민간 차원의 지원이라든지 사회문화 교류도 이루어지지 않겠냐 기대해왔는데, 북은 당국간 회담에 굉장히 적극적인데 반해서 민간교류에서는 일체 반응이 없었던 거다.
□ 그래서 북측에서 초청장이 안 온 건가?
■ 그렇다. 아니, 초청장이 안 온 건 둘째 문제고 민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지 않은 거다. 굳이 있다고 하면 3.1운동 때 공동기념사를 보낸 것, 부활절 때 공동기도문을 보낸 정도다. 우리 남측의 민간단체가 제안한 사업들에 대해서 ‘하자, 말자, 어떻게 하자’는 입장이 여전히 없다.
유추해 보건데 갑자기 올림픽 참가를 준비하고 대남특사가 오고 대북특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대남일꾼들, 대남기관들이 매달려 붙으니까. 또 북쪽도 오랜만에 일을 하다 보니까 우리 통일부처럼 정신이 없었던 거다. 그 과정에서 불확실한 민간차원의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에 시간이라든지 여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4월말에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돼 나가면서 모든 일정이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졌고 공식, 비공식적으로 ‘4월말 이후에 민간교류 재개에 대한 사업협의를 재개합시다’ 정도의 반응이 오고 있는 거다. 따라서 4월말 정상회담 잘 풀리고 당국 간의 판이 좀 정리되면 5월 이후에는 민간교류가 재개되지 않겠느냐 예상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것도 그때 가서 봐야 한다.
“통일부가 안보이고 민간이 안보인다”
□ 북쪽 입장이 그렇다면 남쪽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 중요한 것은 그 관계를 말하고 싶다. 통일부가 안보이고 민간이 안보이지 않나. 6.15남측위의 공동위원장단회의, 평양국제마라톤대회, 평양과기대 졸업식에 형식은 북쪽 초청장이 안 왔다는 거지만 우리 정부의 태도는 상당히 유보적이었다. 유보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즉, 조용필 선생이 가서 노래하고 레드벨벳 가서 노래하는 것은 남북관계와 정상회담 분위기를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민간이 가서 6.15 18주년 기념행사 재개를 논하고 마라톤을 뛰는 것은 남북관계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거다.
□ 혹시 사고라도 날까 우려하는 건가?
■ 이게 소위 말하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표현 아니냐. 북도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표현을 쓸 것이다. 그러면 ‘민간이 살얼음판에 돌을 던질 수 있다’라는 관념이 있는 거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갖는 정부 우선주의, 정부 독점과 뭐가 차이가 있냐. 소위 민관협력이 아니라 ‘선관후민 先官後民’ 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냐. 나는 그렇다고 본다.
□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고, 민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텐데, 항의하거나 문제제기를 해 봤나?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민간단체와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을 법한데.
■ 현 정부의 민간교류에 대한 입장은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도지원을 재개하겠다’는 것이고, ‘비정치적인 사회문화교류 정도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년 동안 보수정부에서 부당하게 훼손됐던 민간의 권리를 회복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완벽히 보장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나?
□ 그런 상황에 대해서 항의하거나 의사개진을 했나?
■ 계속적으로 정책제안 방식이라든가 해왔다. 물론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들이 제안한 사업들에 대한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방북이라든지 물자지원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정부와 협의한 적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비정치적인 민간차원의 교류는 적절히 보장하겠다는 것 아니었나. 그러면 정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은 뭐냐. 선도적인 제안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중단돼 왔던 6.15공동행사의 재개 문제라든지, 중단돼 왔던 인도지원과 사회문화 교류사업의 재개를 정부가 보장하기 위한 선도적인 조치를 요청해왔던 거다.
하나의 예를 들면, 현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세운 조치가 북한주민접촉신청을 적어도 2,3일 안에 수리해준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게 조치냐? 원상회복인 거다.
그러면 예를 들어 여러 단체들의 평양과학의학토론회 참가라든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말라리아 방역 지원을 위한 북한 방문, 6.15남측위원회의 공동위원장회의 참석에 대해 북의 초청장이 오면 그때서야 검토하겠다는 것 아니냐. 지난 정부의 민간단체 규제정책과 같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민간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물자전달을 위한 접촉과 방북 같은 것은 조건 없이 승인해야 되는 것이 민간단체 자율성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이 독일 ‘쾨르버 선언’(2017.7.7)에서 발표한 5개항 중에 하나인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를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한 것에 걸맞는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 남북 당국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 조치들을 취해나갔지만 적어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의 정상화를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왔느냐. 북의 응대가 없기 때문에 취할 수 없다는 건 잘못된 사고라고 생각한다. 북의 태도와 관계없이 적어도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훼손돼 왔던 민간차원의 자율적인 교류협력사업을 원상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조치가 필요한 거다.
“정상회담 이후에 민간은 패싱이 아니라 ‘들러리’”
  
▲ 강영식 총장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여러 토론회에 참석해 민간단체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제공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 선도적 조치란 어떤 것들인가? 민간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5월 민간행사에 북한이 아직 초청장을 안주고 있다.
■ 거꾸로 북도 묻는 거다. 예를 들어 6.15남측위에게 ‘남쪽 정부의 승인을 받았냐? 받으면 초청장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왜? 계속 몇 년동안 불허됐으니까. 서로 공을 넘기는 거다.
적어도 민간단체의 자율성 보장은 법적인 하자가 없는 한 민간이 추진하는 접촉, 방북, 물자반출은 북과 협의가 완료되면 승인해줘야 한다. 초청장을 받아와야 검토해주는 게 아니고. ‘그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승인할 테니 초청장을 받아와 진행하라’, 이게 원상태를 회복하는 거다.
10.4선언 당시에도 그렇고, 북한하고 협의를 진행하면 정부는 전적으로 보장해주고 지원해준 것 아니냐. 그게 ‘민관협력의 정신’이고 ‘민간 자주성 정신’ 아니냐. 그건 어디다 빼먹었냐 이거다.
현재는 본격적인 인도지원사업이나 교류협력이 안 되기 때문에 잠복하고 있지만, 5,6월이 되면 갈등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 전후로 정부가 남북관계 판을 짤 때 당국 간의 관계를 잘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인정했듯이 다방면의 민간교류협력이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인정한다면, 민간교류가 지속하고 예측가능하게 될 수 있도록 분명히 보장해 나가야 된다.
즉, 남북정상회담 전까지 살얼음판을 걷기 때문에 민간은 잠시 ‘패싱’하는 것이라면, 정상회담 이후에 민간은 패싱이 아니라 ‘들러리’가 되는 거다.
나는 북도 마찬가지로 본다.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뭐라고 말했나. 똑같이 ‘북과 남사이의 접촉과 래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자고 했다. 양 지도자가 똑같이 민간교류협력에 대해서 존중하고 확대해 나가자고 하지만 현재 상황은 구두선에 끝나고 있다.
자칫 남북 당국 간의 관계에 밀려서 들러리, 악세사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그 점을 우려한다. 따라서 살얼음판을 건너더라도, 지금 정상회담 전후부터라도 적어도 민간급 교류협력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노력이, 우리 당국의 선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즉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의 담대한 진전 가운데서 민간교류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정상 간의 공동선언이 필요하다. 그것 없이 어떻게 남북관계의 담대한 진전과 한반도 평화가 있겠나? 지난 20년의 역사를 봤지 않나? 아무리 당국 간의 관계가 좋고 회담이 있고 하더라도 정전선언 위반 현안이 발생하면 얼어붙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도록 민간은 지속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이 정부의 입장 아니냐?
‘정상회담 잘 끝나고 나서 민간하자’. 그건 소위 선관후민이다. 특히 북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당국 간이 우선이고 민간은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된다.
□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10.4합의 내용이 재확인되고 구체화되면 경제협력도 본격화될 텐데, 지금과 같은 흐름으로 가면 대기업 위주로 가지 않을까 추론이 가능하다. 평양 예술공연 처럼 자잘한 경협보다는 대기업 위주의 경협에 남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것 같다.
■ 그동안 북의 입장에서는 남북경협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반도 전체 판이 좀 바뀌어서 변화한다면, 북이 생각하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남북 간의 공동의 발전, 소위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제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다를 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걸 추진할 수 있는 배경은 기존의 경제협력 사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북에 투자하고 경협하면 정치적인 관계에서 무너지는 것을 경험해왔지 않나. 그리고 아직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내륙기업 사업주들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불만족스럽게 되고 있지 않나.
그들한테 보상해주는 것은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 된다. 앞으로 이른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투자 백그라운드다. 지난 20년간 노력해온 사업자들에게 처참하게 피해의식을 남겨준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경제지도가 있을 수 있겠나.
평화의 제도화 측면에서 일회적인 교류가 아니라 적어도 지속가능한 교류라는 측면이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되돌릴 수 없는 게런티, 체제안전과 함께 되돌릴 수 없는 교류협력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문닫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문을 닫아도 큰 피해가 없다는 게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조선소가 들어가거나 삼성반도체공장이 들어가면 북이나 남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코리아 아동기금’과 ‘인터코리아 코이카’
  
▲ 강영식 총장은 방북 경험이 가장 풍부한 북한 전문가로 꼽힌다. 사진은 10년전 남포시 대대리 돼지공장 건설 문제를 협의 중인 모습. [사진제공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 보통 되돌릴 수 없는 교류협력이라면 대기업이 떠오르고 기존 경협업자는 3D 업종 소규모 자본이었다. 지금 북이 원하는 것은 첨단기술이고 대규모 투자인 것 같다. 기존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협력을 했던 자잘한 단체들은 오히려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 아닌가?
■ 내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의 핵심이 뭘까? 중화학 공업? 수출주도형의 경공업이라고 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관점을 갖고 있는 건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만 실제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수출주도형 경공업을 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와 기술이 필요한 거다. 거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다.
따라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북한의 생필품 시장이라든지 수출주도 경공업시장을 부흥시키는 데는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다. 삼성의 반도체공장이라든지 현대의 자동차부품공장이 있다면 한국기업이 흔들리기 때문에 정부가 손을 못대지만 작은 중소기업이 가는 것은 경제적 영향이 없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있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성공단 재개도 중요하지만 지원단체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북한이 몇 년전에 제안했지만 현재 방치되고 있는 농업개발특구 사업이다. 숙천이라든지 강령, 북청, 어랑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싶다.
이걸 통일농업특구랄 수도 있을 거고, 농업과 축산품 외에 기본적인 사회개발, 지역개발이 들어가지만 경공업 기지도 될 수 있다는 거다. 가공판매가 되려면 인도적지원, 개발지원, 경제협력지원이 복합적으로 돼야 가능한 거다.
현재 대북제재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측면이 있으니까. 1단계, 2단계로 나누어 먼저 북한 주민의 민생 동기 차원에서 지역개발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다음에는 남북간 경제공동체 일환이 된다.
농업개발특구에서 남측 지원으로 생산된 특용작물이 우리 기업들이 들어가서 공동으로 가공해서 수출하고 남쪽에도 팔고 북한 시장에도 팔면서 서로 간에 이윤이 순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거다. 그런 과정은 우리가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으로 운영하는 거다. 다행히 지금 기업들도 소규모 중소기업, 단체들이 많이 있다.
이러다 보면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회문화기구라든지 개발협력기구라든지 경제협력기구들이 생겨 남북이 각각 법으로 보장하고, 사람들이 교차 상주하는,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제도화라고 보는 거다.
그래서 앞으로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이 되기 위한 내용은 그것이 중장기적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이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법적, 제도적, 인적 교류가 되도록 조직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된다.
이번에 북민협이 제안한 두 가지가 사실은 ‘건강한 한반도 만들기’다. 그래서 코르세프 (Korcef)를 제안했다. ‘코리아 아동기금 Korea Children’s Fund’로 한반도판 유니세프(Unicef)다.남북간의 격차 해소라든지 남북간의 인도지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체제의 문제와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북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서 문을 닫고 있는 거다.
이런 오해지점을 깨버리자는 거다. 그래야 인도지원 분야의 협력에 걸림돌이 해소될 수 있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우리 한반도, 조선반도에서는 그 애가 서울에서 태어나든 평양에서 태어나든, 부산에서 태어나든 신의주에서 태어나든, 통일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게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우리 두 사람의 몫이다’고 합의해서, ‘한반도 어린이 성장권리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그 기구로 ‘코리아 아동기금’을 만들자는 거다.
양 당국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사무소를 평양과 서울에 두고 교차적으로 인원파견을 하고 사업을 해나가면 이것이 또 하나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거다. 그것이 모범이 되면 한반도의 공동의 식량안보를 위한 ‘케도(KEDO, 한반도에너지기구)’처럼 ‘카도(KADO, 한반도식량기구)’도 만들 수 있는 거고, 전염병 공동관리기구도 만들 수도 있고, 산림녹화 공동기구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더 나가면 북한판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인터코리아 코이카( Inter-KOREA Cooperation Agency)’가 만들어져서 총체적인 한반도 공동개발, 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적인 개발기구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지원, 교류협력의 핵심이지 않느냐. 즉, 일방이 일방을 지원하는 개념을 넘어서 공동으로 한반도, 조선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공동의 노력, 그 노력을 위한 공동의 조직, 그 담보를 위한 양 당국의 공동의 조직의 제도화, 이런 것이 돼야 소위 ‘교류협력의 업그레이드’고 ‘담대한 남북관계 개선’이다. 교류협력의 제도화, 평화의 제도화도 될 수 있는 그런 거다.
□ 지금 흐름으로 봐서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 평화협력 각각 영역을 정하고 거기에 관이 발벗고 나서면서 일부 민간을 끌어들여 제도화 해 나가는 방식이 예상된다.
■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요청하고 있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민간교류의 보장이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민간교류의 핵심은 북이 민간교류에 대해서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유는 지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속성이 없는 이유는 뭐냐? 그동안에 우리 정부가 그렇게 대해왔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유감을 표명해야 된다고 본다. 쉽게 말해 사과해야 한다.
“내 공약처럼 다방면의 교류협력이 중요한데 그동안의 우리 정부는 그걸 못했다. 그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의 종속수단으로 민간을 규제할 뿐이었다. 내가 정권을 맡게 돼 그건 사과한다. 미안하다”,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민간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할 거고, 정부와 관계없이,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할 거다. 당신들도 그렇게 해줘라”라고 해서 실추될 대로 실추된 민간단체의 권위를 회복시켜줘야 한다.
그것이 ‘평화로운 한반도 만들기’, ‘당국 간의 관계개선’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중요한데 되겠느냐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전 정부의 ‘민간 규제’ 사과해야
□ 기존 민간교류의 단절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앞으로 보장하라는 일관된 요구로 보인다.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기는 그거였다. 춘래불사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한테 유감을 표명하고 민간교류 보장, 제도화를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 핵심이다.
□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주도로 진행되고 민간은 기존 것들 중 쓸만한 것 한두 개 들어가고.
■ 정부가 전적인 보장을 약속해주면 그 다음은 민간이 풀어가는 문제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을 북에 보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북이 못하는 이유는, 남쪽 정부가 어느 순간에 민간을 그렇게 하는 마당에 민간하고 해봐야 뭐가 있겠냐. 필요하면 정부랑 이야기하면 되지 수십개의 민간단체에게 이야기하느냐는 거다.
우리 정부도 애매한 태도가 아니라 민관협력이나 민간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방침을 정해줘야 된다는 거다. 법을 만드는 것도 있고, 사회문화교류나 인도지원 예산으로 3천억을 책정하고 있지만 어떻게 쓰겠다는 것도 없지 않나. 왜? 북한과 협의해서 하겠다는, 여전히 그런 태도다.
9년간의 사고방식이 완벽히 바뀌진 않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담대한 사고전환으로 새로운 국면을 만들었으면, 당연히 민간의 사회문화 교류협력에서도 그에 걸맞는 진전이 필요하다.
□ 정부의 정책정환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 지난 정부의 데자뷰다. 민간 들러리를 넘어서 패싱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민간이 신뢰를 못 줬다는 측면도 있다. 민간 자신이 혁신해야 될 문제도 있는 거지만, 핵심은 민간을 속된말로 ‘아래로 본다’는 거다. 북도 마찬가지다.
북에는 민간 섹터가 존재하지 않지 않나. 우리의 파트너는 북의 당국이지 않나. 결국은 남쪽의 민간은 우리 정부가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정해주고 보장해줄 때 힘이 생긴다는 거다. 정부정책에 하나의 하위수단으로 삼는 순간 민간이 갖는 강점은 없어진다. 자율적이고 국민적인, 소위 다양한 국민적 힘을 모아서 하는 건데 국민적 힘이 없어지는 거다.
3월까지 접촉신고 280건, 300건 가까이 된다. 200개 정도 사업이 있다는 거다. 이건 민간 스스로 시장논리에 의해서 정리가 돼 나가는 거다. 정부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 대북지원도 발전해 나가야 되지 않나. 언제까지 ‘어려운 북한동포를 도웁시다’라는 흘러간 레퍼토리, 찢어진 깃발을 올릴 거냐. 앞으로 민간단체의 인도지원, 개발협력 입장은 분명하다.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한 축이다. 한반도 평화에 통합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으로 인도지원이 추진된다는 점이 분명하다.
지난 7,8년동안 일을 못해왔다. 부지런히 북과 협의해나가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고 하는 과정을 해나갈 거다. 그런 과정에서 민간의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거다.
□ 정권이 바뀌고 일부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정부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 ‘어쩌다 공무원, 어공’이라 하더라. 민간차원에서 많이 진출했고, 그들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데 상당히 많은 공을 가졌다 생각한다. 또 그들이 계속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해서 발언하고 중요한 걸 하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굉장히 어려울 때 출발했다고 본다. 핵심은 비핵화와 전쟁반대 문제였다. 그 핵심의 컨트럴타워의 국가안보실의 구성을 보면 외교.국방 라인이지 않나. 최근 평화올림픽 시작 때부터 두세달 동안을 보면, 과연 대북정책의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주도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4월 1일 동평양대극장 앞에 누가 앉아 있느냐 문제다. 통일부는 의전만 담당해야 하느냐. 그런 과정에서 소위 민간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안 먹히는 거다. 정상회담 때 적어도 ‘쾨르버 선언’에서 처럼 민간교류에 대한 존중과 양국의 보장이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을 했을 때 현재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라든지 청와대 라인에서 제대로 전달이 될 것이냐. 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거다.
그러면 민간교류에 대해서 담당하고 책임지고 있는 통일부가 나서야 되는데 오히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두고 봅시다’하는 사고 가지고는 안 된다는 거다. 통일부가 과감하게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상대로 ‘평화로운 한반도 만들기’에 민간차원의 교류를 보장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적극 설득하고 의제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 통일부 담당자나 장관 면담을 추진했나?
■ 북민협은 정상회담 의제에 민간교류 활성화, 대북지원 활성화를 위해 ‘한반도 아동기금’과 개성공단을 인도지원의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이 두 가지를 통일부를 통해 전달해왔다. 우리가 제안서도 냈다.
그렇지만 북민협 단체들의 장관 면담은 아직도 안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남북정상회담 자문단한테도 요청하고 있다.
장관 면담에 대해 괜히 민간단체의 푸념이나 민원으로 생각하는, 그게 굉장히 불쾌하다. 민간교류 보장을 마치 지원단체들이나 사회문화단체들의 활로를 당신이 뚫어달라는 민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중요한 한 축을 제도화하자는 진지한 제안이다.
북도 지난 10년 동안 남측과 일한 법을 잊어버렸다. 우리도 잊어버렸으니까. 옛날 기억을 되살리는 것 쉽지 않다. 그러나 남측의 민간단체들이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북도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남측 정부도 추락된 민간단체의 권위를 회복시켜줄 의무가 있는 거다. 북한도 아직 체제정비가 안됐다 하더라도 민간에 대해 성의있는 태도로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6.15행사라든지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임해야 되는 거다. 당국간 관계 정리의 결과로서 민간을 보는 게 아니라 북도 마찬가지로 민간단체를 신년사에서 이야기했듯이 다방면 민간교류 활성화가 민족화해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6.15 18주년 공동행사는 민간 주도로 평양에서
  
▲ 강영식 총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한 양 정상의 의지가 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6.15, 8.15, 10.4 등 민간단체들에 중요한 계기들이 놓여있고, 북한은 70주년을 맞은 9.9절을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는 것 같다.
■ 6.15 18주년 공동행사는 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옵저버로 참여하는 민간 중심 행사가 돼야 한다고 본다. 북이 제기하고 있는 통일대회합 문제도 협의하면 될 거다.
문제의 핵심 하나는 지난 보수정부에서 부당하게 가장 많은 탄압과 규제를 받은 게 6.15남측위원회다. 그런데 현재의 남쪽의 시민사회와 종교의 분위기는 현재의 6.15남측위원회가 6.15 18주년 공동행사를 하는 대표성을 갖고 있는가 의견이 분분한 것이 문제다.
나는 부당하게 폄하되었던 6.15남측위원회의 대표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6.15남측위원회와 그에 소속된 민화협이나 시민사회가 정당과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고 있느냐, 역량을 갖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6.15공동행사에 대해 진지한, 확대 발전된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본다.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면 진보적 통일운동 단체의 연대체로서의 6.15남측위원회가 보다 더 담대한 발상을 해야 한다고 본다.
6.15남측위원회에서 본다면, 남측 민화협이나 시민사회에 서운할 거다. 어려울 때 하나도 안 도와주다가 이제 와서 딴 살림하겠다고 하니. 서운함은 인정하지만 서운함을 뛰어넘어서 새롭게 하려고 하는 대표적인 연대체로서의 대승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6.13 지방선거가 있으니까 6.15 18주년 공동행사가 당국만의 약소한 행사로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민간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공동행사의 이니셔티브를 정부한테 주는 거다. 정부의 협력은 받아야 하지만 6.15, 8.15, 10.4 같은 민간차원의 중요한 기념행사는 민간주도로 해나가야 한다.
이 정부, 특히 통일부가 6.15남측위원회를 대단히 불편해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본다. 진지하게 대화해야 하고, 2016년 한해에 1억 넘게 과태료를 먹였지 않나? 면제했나? 처리했나? 처리 안한다. 그것이 잘못된 과태료 남발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처리하지 않는다. 이것도 문제다. 불편해하고 대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난 정부와 같이 좌파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큰 문제다.
6.15남측위원회에 대한 부당한 규제에 대해 정부가 회복조치를 해나가야 하고, 또 앞으로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의 민간교류와 6.15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협의해야 하고,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 통일부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 그때 과태료 먹인 사람들이 그대로이지 않나. 지금 특별히 변한 것 없지 않나.
■ 허허허. 그러니까 한계가 있다. 지금 인도지원만 해도 부서가 나눠져 있다. 보건의료와 긴급구호는 인도협력기획과가 담당해 인도협력국으로 가야 되고, 농업, 산림녹화는 개발협력지원과가 담당해 교류협력국으로 가야되는 이중적인 상태다.
개발지원이나 사회문화교류를 붙여서 민간협력실을 만들어 1급 실장이 담당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한반도 신경제지도팀’을 만들어서 이 정부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행자부의 지침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렵다고 하는데, 현인택 장관은 하루아침에 인도협력국을 없앴고 홍용표 장관도 하루아침에 인도협력국을 북한인권법에 따라서 공동체기반조성국으로 만들었지 않나. 이 정부는 1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대북 인도지원을 북한인권과 같이 보고 있다. 그리고 민간이 이야기했던 인도지원개발협력법을 만들자는데 대해서 반응도 안하고 있다.
조만간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면 북민협이라든지 인도지원단체는 북한인권법의 소관을 받고, 인도적 지원단체의 대북지원은 북한인권재단이 맡게 된다. 이것은 통일부 그 누구라도 문제라고 인정하지만, 북한인권법을 고친다거나 북한인권재단을 고치려고 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건 무엇을 뜻하나? 현인택 장관과 홍용표 장관은 능력이 있으니까 싹 바꿨는데 현재의 조명균 장관은 능력이 없는가? 그렇게 보게 만들고 있다. 이러니까 남북관계만 탑다운 방식이 아니고 사람들이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거다. 통일부가 안 보이는 거고. 통일부는 장관, 차관은 열심히 하는데 왜 밑에는 안 움직이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탑다운이 내려와야 하는데 밑으로 내려올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 상징적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서 담대한 남북관계 진전의 한 영역으로 민간교류 활성화에 합의하고 그 제도화를 약속하면서 6.15, 8.15, 10.4 행사를 민간주도로 성대하게 치른다고 선언하면 가장 좋은 그림인가?
■ 나는 8.15, 10.4까지는 판단을 갖고 있지 못한다. 8.15는 우리 정부수립 70주년과도 관계된다. 소위 8.15 때 행사를 치른다면 9.9 때도 행사를 치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당국간의 영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건 민간이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6.15공동선언 18주년은 10년동안 못해왔다는 의미에서 민간주도로 치를 수 있다고 본다. 성대히 치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내용 있고 서로 결의를 가지고 협력의 의지를 되살리는 계기로 6.15공동행사를 하느냐의 문제다. 이 점에 대해서 우리 정부도 민간의 주도성을 줘야하고 북도 중요시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남쪽의 민간들이 발전된 형태의 연대 논의를 당장 시작할 때다. 민간이 이렇게 방치하고 있다가는 그냥 지나가지 않겠나 본다.
지난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첫 사업으로 개성공단 육로를 통해서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보내는 상징적인 사업에 당시 3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자유한국당의 인천광역시장, 바른미래당의 경기도지사, 민주당의 강원도지사, 3개 시도지사가 같이 6월 7일 개성 육로로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대북 제재조치로 중단됐다.
2억 5천원 어치의 물건을 샀다. 그게 조금 있으면 1년이 된다. 5월말, 6월초에 물건을 못 보내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대단히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부닥친다. 지자체가 보내지 않고 돈을 주겠느냐? 민간교류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6.13 선거 전에 말라리아 지원물품을 개성 육로로 보냈으면 좋겠다.
민간교류협력사업이 재개되고 6.15공동행사를 평양에서 하면 좋겠다.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