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423] ‘탈(頉)’ 이야기

‘탈(頉)’은 핑계나 트집을 이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괜히 탈 잡히지 말고 미리미리 조심해”라고 할 때도 이 글자를 쓴다. 발을 뜻하는 ‘止’와 머리를 뜻하는 ‘頁’ 자를 합한 회의문자이다. 다리와 머리가 함께 있으니 ‘탈이 난 것’이다. “태호는 잘생긴 것이 탈이야”라고 할 때는 ‘좋다’는 의미도 있다. 독자 이동규 님의 글을 옮겨 본다.
“‘탈’은 본래 순우리말입니다. 한자 ‘탈날 탈((頉)’ 자는 한자를 쓰던 시절 우리 문자 생활의 편의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우리 조상이 만든 글자입니다. 아시겠지만 ‘돌(乭)’ 자도 그런 예입니다. 이런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 하여 국자(國字)라고 합니다.”
필자는 과거에 이런 글자를 국조한자어라고 한 적이 있다.
한자어를 많이 쓰던 시절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한 것이 많다. 우리말의 특성상 새롭게 만든 글자가 있다. 돌쇠(乭釗)·논 답(畓)·걱(巪·巨에 받침 ㄱ을 붙임, 임꺽정林巪正) 등 엄청 많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는 木(목) 자가 붙은 단어가 많고, 일본은 魚(어) 자가 붙은 단어가 많다. 환경 탓이려니 한다. 참고로 핑계나 트집을 이르는 ‘탈’은 가면을 이르는 ‘탈’과는 다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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