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 을사5적처럼 될 것"
"윤 탄핵 기각하면 민중 항쟁"
"사랑하는 것에 당당하기 위해"

28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매일 긴급집회’ 스무번째 날 ⓒ 김준 기자
28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매일 긴급집회’ 스무번째 날 ⓒ 김준 기자

김복현, 김형두, 문형배, 정계선, 이미선, 정형식, 조한창, 정정미

8명의 헌법재판관 이름이 광화문 앞에서 울렸다. 바람이 매서워진 오늘 밤에도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어김없이 응원봉을 들고 밤을 밝혔다. 이들은 주권자로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28일, 오늘도 결국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4월로 미뤄진 셈이다. 이렇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늦어지자 온갖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확인도 되지 않은 받글(찌라시) 형태의 글이 돌아다니고 있으나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광화문에 나온 시민의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긴급집중행동’ 돌입 20일째를 맞은 오늘도 매일집회는 이어졌다.

이용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 의장은 참석자들과 함께 8명의 헌법재판관 이름을 외쳤다. 그러면서 “120년 전 을사5적처럼 길이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으면 조속히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기각한다면 민중항쟁이 일어나고 윤석열이 며칠 안에 하야하고 말 것”이라 말하며, “4월, 5월, 6월은 혁명의 계절이 될 것”이라고 헌재를 향해 경고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읊으며 “주권자 시민의 뜻을 배반하는 어떠한 결정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28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매일 긴급집회’ 스무번째 날 ⓒ 김준 기자
28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매일 긴급집회’ 스무번째 날 ⓒ 김준 기자

오늘도 다양한 시민이 발언대에 섰다. 본인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한 참석자는 “발언을 신청하기까지도 고민이 참 많았다”면서도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게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엄마, 아빠, 동생, 할아버지, 그리고 내 고양이 먼지를 사랑한다”며 “자신은 그저 평범한 한 개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가 왜곡되거나 검열당하거나 혐오 받지 않고 그저 나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사회 대개혁을 바라고 동지들과 연대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민주’라고 소개한 또 다른 참석자는 “이름을 지어주신 제 어머니는 이 사회에서 거의 평생 살림과 돌봄을 해오신 시민”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에게 받은 두 가지의 가르침을 소개했다. “하나는 하루하루 제 몫의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이 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삶 속엔 차별과 부조리에 항상 깨어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 “그런데 윤석열 내란 이후 우울과 불안이 낫지 않아서 자기 돌봄이 엉망이 됐다”고 털어놨다.

“원래 회사에 늘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요즘은 냉장고 속 식재료 관리가 하나도 안 되고 좋아하는 봄꽃이 피는 것도 어제야 겨우 알았다”며 “이게 다 시민의 삶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좌고우면 선고를 미루는 헌법재판소 탓”이라고 헌재를 겨냥했다.

민주 씨는 “그렇다고 제가 받은 이름의 가르침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여러분과 함께 이 광장에 나와 있다”며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모두의 일상이 이어지는 차별과 부조리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하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오늘도 행진을 이어가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헌재의 조속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알렸다. 

김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