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헌재 시간끌기, 시민의회 있었다면 달랐다

 [복지국가SOCIETY] 내란의 끝과 시민의회의 시작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필 무렵이면 우리 사회가 정상화의 궤도로 진입할 줄 알았다. 12·3 한밤중의 갑작스런 내란은 시민들의 힘으로 저지되고, 시민들의 목소리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이어져 3월초중순 쯤이면 탄핵이 완성되고, 다시 한국사회가 도약하는 단계로 접어들 줄 알았다.

끝나지 않은 대한민국의 혼돈

4월이 바로 코앞이지만 우리 사회 혼돈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분열과 갈등은 더 격화해 사실상 내전상태로 돌입했다. 한쪽은 윤석열의 복귀를 도모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복귀를 막는데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한밤중에 군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총을 들고 난입한 그날 밤은 상식있는 누가 보아도 헌법을 유린한 사태로 보이지만, 최종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루고 있어 혼란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보는 시선이 서구 근대를 연 출발점이기는 했지만, 1·2차 대전에서 1억에 가까운 인간들이 잔혹하게 학살하고 학살당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사실 인간 개개인들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다. 오히려 존재유무가 불확실한 이성보다는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몸이 우선하기에 생물적이고 관계적이다. 조금 있는 이성도 불안과 공포에 휩쓸리면 쉽게 광기로 변한다. 물론 이성과 도덕성이 관계성과 생물성보다 우월한 인간들도 있지만, 바다속의 소금만큼이나 희소해 보인다.

헌법재판관들이 이성적이라면 많은 시민들이 직접 목도하고, 그후에 밝혀진 증거를 바탕으로 탄핵결정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많은 헌법전문가들이 전원일치로 탄핵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고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한달 넘게 최종 결정을 미룸으로써 한국 사회는 혼돈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윤석열이 복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이미 우리 사회로 들어왔다. 작가가 작품으로 이야기하듯,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정신으로 이 불안을 없애는 방법 말고는 없다. 헌법정신이 아니라, 정치적이든 개인적이든 이해관계가 끼어들면 한국사회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현대사회, 특히 한국사회가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것은 너무 적은 소수에게 권력과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1인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나라다. 윤석열 내란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대통령의 잘못된 욕망이 작동하면 수천만 국민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권력은 쪼개고 분산해 놓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동체를 파괴하는 수 있는 날카로운 흉기가 될 수 있다.

시민의회,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힘

지난 토요일에 국회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시민의회전국포럼이 창립을 선언하고, 한국사회에서 시민의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창립기념 심포지엄도 함께 열렸다. 시민의회는 선출된 권력독점, 다양한 사회적 폭력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고민에서 만들어진 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 직접민주주의 전통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5~6세기의 고대 그리스인들은 추첨식으로 민회를 구성하고, 행정·입법·사법의 영역에서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했다.

▲시민의회 창립대회 전체 촬영. 시민의회전국포럼 제공.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결정을 유보하면서 과연 5천만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결정을 9명의 헌법재판관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더나 헌법재판관들은 선거를 통해 권한을 직접 위임받지도 않았다. 이런 중대한 문제는 국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당연한 의문이자,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이웃 국가인 대만을 통해 국민투표의 효능감을 충분히 볼 수 있다. 대만은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주의 지수가 그리 높지 않은 국가였다. 한국이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지수가 20위 내외를 기록할 때 대만은 30위 초중반으로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7년 실효성 있는 국민투표법이 만들어지고 2018년에만 10건의 국민투표가 진행되면서 대만의 민주주의지수는 급상승해 21년에는 8위, 22년에는 10위, 올해 발표에서는 12위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가 됐다. 반면 대한민국은 올해 32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10단계나 떨어졌고 국민투표법 도입 이전의 대만과 비슷한 상황으로 추락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질적으로 상승시키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중요과제에 대한 국민발안법, 중대현안에 대한 국민투표법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탄핵상황에서 국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결정하는 국민발안법·국민투표법이 있었다면 이런 불안과 갈등은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배출 이후에 후쿠시마 농산물 수입여부를 두고 한국 사회는 많은 갈등과 혼란이 있었지만,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수입금지를 결정함으로써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조기에 정리했다.

시민의회는 국민발안과 국민투표 등으로 다룰 이슈를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라 할 수 있다. 생업에 바쁜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는 없고, 전체 국민이 참여하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예상되니 추첨식으로 표본 추출된 국민들이(작은공중, mini公衆) 전체 국민을 대신해 일정한 학습과 토론을 거치면서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하고 제도화할지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제안하는 기구라 할 수 있다. 제안된 것들은 사안에 따라 기존의 국회가 결정할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는 전체 국민이 결정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많은 갈등과 사회적 비용은 시민의회를 통해 크게 낮추고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시민의회전국포럼 창립 취지이고 생각이다.

시민의회로 집단지성 모으고,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을 결정하자

12·3 내란사태가 아직 어떤 식으로 종결될지는 모른다.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의 탄핵을 선언하는 것이 다수 국민들에게 합리적으로 상식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역사에서는 보는 것처럼, 개별 인간들은 그리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최근에 법원과 검찰 등에서 비상식인 결정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계속 대한민국을 갈등과 혼돈상태에 내버려 둔다면 결국 전체 국민들의 집단지성에 묻는 것이 가장 정의롭고 효율적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윤석열의 탄핵여부를 결정짓고, 국민들이 지지하는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켜 시민의회를 통해 국민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헌법초안을 마련해야 한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된 이래 대한민국에 6번의 공화국이 들어섰지만, 한번도 시민들은 직접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밀실에서 권력자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만들어졌고, 시민은 반쯤 강제적으로 도장 찍는 역할이나 해야 했다.

한국 사회는 추락과 상승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의회를 통해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모으고, 국민투표를 통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7공화국을 선택해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는 말이다. 주권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이 되지 못하면 돈과 권력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복지국가, 행복사회는 주권자들이 제7공화국을 만들 때에 비로소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3월 30일 일요일

'쉬었음' 청년 50만명, 뻔한 해법은 그만

 [경제뉴스N시선] 고졸 청년, 제조업, 일자리의 질을 고민해야


지난 12일, 정부는 <취업자 2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서비스업 고용 증가폭 확대>라는 제목의 '정책브리핑'을 발표했다. 2월 취업자 수가 13만6000명이나 증가했고 고용률과 경활률이 2월 기준 역대 최고라는 것. 실제로 15세 이상 고용률은 61.7%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상승했고, 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8.9%로 0.25%p 상승했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는 65세 이상에 치우쳐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일자리 사업이 연초부터 신속 채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달 65세 이상 취업자는 33만1000명 증가했다. 직접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면 주로 보건복지와 공공행정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정부가 말한 '서비스업 고용 증가'가 바로 이 두 부문을 가리킨다.

노년층은 그래도 이렇게 취업자 수를 늘리기가 용이한 편이지만, 일자리를 구할 때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는 청년층은 다르다.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5000명 감소했는데, 청년층 취업자는 23만5000명 줄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전년 동월 대비 1.7%p나 하락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청년층 실업률도 7.0%로 0.5%p 상승했다. 청년층이 많이 취업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은 취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어느 지표를 보나 좋지 못하다.

언론은 청년 고용지표 중에서도 청년 '쉬었음' 인구의 증가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한국일보>, <세계일보> 등 5개 신문은 청년 ‘쉬었음’을 사설로 다뤘다.

[사설] '그냥 쉬었음' 청년 50만명…이대로는 한국號 미래 없다(25.03.12 한국경제)

[사설] 청년 고용 4년래 최악인데 '反기업' 정책 공약 내세운 巨野(25.03.13 서울경제)

[사설] '쉬었음' 청년 50만명, '불안하다'는데 정책은 느슨(25.03.17 헤럴드경제)

청년 50만 명이 '그냥 쉬는 사회' 지속 가능한가(25.03.13 한국일보)

[사설] '쉬었음' 청년 43만명, 이들의 희망은 '일자리 재교육'(25.03.13 세계일보)

<한국경제>는 청년 '쉬었음'의 증가가 "기업 투자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교육 체계가 기업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서울경제> 사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고 세제·재정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라고 했다. 또한 "정규직 보호 중심의 경직된 노동 시장을 유연화해야" 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기피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헤럴드경제> 사설은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와 "실무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사설도 뒷부분에서는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경직성 이야기를 똑같이 했다. 매번 나오는 주장들이다. 문제가 무엇이든 경제신문들의 해법은 규제 완화와 기업 지원이다.

<세계일보>는 '쉬었음 청년, 그들은 누구인가' 시리즈 연재를 통해 만난 청년들 이야기를 사설에 담았다. 청년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일자리 재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일보>는 쉬었음 인구 증가의 원인을 '신성장 동력이 나오지 못한 것'과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찾았다. 두 신문의 사설은 경제신문들의 사설과 논조가 상당히 달랐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쉬었음 청년 증가에 대한 주무부처 장관의 인식은 어떨까?

지난해 11월 29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대책을 설명했다. "국세청에 소득 신고 한 번 해본 적 없는 졸업생들을 직접 찾아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왜 쉬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올해 1월 고용노동부가 '한국형 일자리 보장제'를 내놓았다. 한국형 일자리 보장제란 EU의 청년보장제(Youth Job Guarantee)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4개월 내에 정부가 개입해서 취업 준비 장기화를 예방하는 정책이다.

올해 2월 19일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청년 고용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지금 엑소더스 코리아가 얼마나 급속하게 일어나는지 여러분 보시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투자 안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투자 안 하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쉬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자리가 반도체, 고임금, 좋은 거 아닙니까. 고임금이고 연봉 1억 이상, 그다음에 R&D, 연구기술직, 이런 또 반도체 같은 특별한 분야에 대해서 하자는 이것도 안 하면서 먹사니즘을 말합니까?"

그러니까 김 장관의 견해는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 젊은이들이 쉬었다'는 것으로, 경제신문 사설 내용과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그의 해법은 어떤 논리에 근거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반도체 업계의 고임금 일자리인데, 그 반도체 분야에 주52시간 예외 인정을 안 해서 문제라니…. 좋은 일자리를 장시간 노동하는 일자리로 만들면 '쉬었음'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일까?

몇 마디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 3월 10일 김 장관이 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청년 고용에 대해 했던 이야기도 들어보자. "방법이 뭐냐 이거지. 우리가 고용노동부가 안을 내는 게 아니라 기업이 청년 채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전체적으로 감원 추세. 삼성, 은행, 건설도 감원. 그럼 어디서 늘릴 거냐. 올해 졸업생도 쏟아져 나와요. (…) 취업 잘 되는 데 정원도 늘리고 해보자. 뭐 그런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쉬었음 청년한테 가서 5만 명 데이터 가지고 계속 전화해서 취업 박람회 하는데 와보세요, 이런 일자리 있는데 한번 안 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소프트웨어 트레이닝코스 1년짜리가 있는데 다 우리가 돈 주고 약간의 훈련비도 드릴 테니까 들어보시죠. 뭐 이렇게 유인을 하는 거죠. 안내, 유인해 드리고. 그런 거는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나도 미미한 거예요."

기자 한 명이 '청년고용 관련해서 고용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는 거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 장관은 다시 이렇게 답변했다. "안내는 해주지만 일자리 만드는 건 정부 인턴, 그것도 임시거든요. 인턴도 막 늘릴 수가 없어. 더 늘릴 수가 없어. (…) 청년정책도 수십 개가 있는데 내가 들여다볼 때는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몇 개 늘어나냐, 굉장히 제한적이다. (…) 우리가 하는 것은 중소기업에서 청년 채용하면 지원금 줘요. (…) 10만 명한테 그거 몇 달 준다고 해서 청년들 체감하는 거 아니고 공장이나 이런 데 가는 사람만 주기 때문에 공장에 가기 싫어해서. 기재부에서도 그런 돈을 그렇게 많이 써야 하냐, 그런 여러 가지 한계가 많아요."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 정책이 가짓수는 많은데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장관의 설명. 솔직하긴 하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김 장관이 쉬었음 청년에 관한 데이터를 제대로 보긴 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와 유관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라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김 장관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약도 제공하겠다.

<2023년 11월 기재부가 발표한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 2023년 1~10월에 쉬었음 청년은 41만 명에 달했다. 2016년에는 쉬었음 청년이 26만9000명이었고, 그 이후 급증하다 2020년 코로나 시기에 정점(44만8000명)을 찍고 다소 감소하다가 2023년에 다시 증가로 전환했다.

· 쉬었음 청년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61.8%였고, 직장 경험이 있는 경우가 74.6%였다.

· 이 실태조사에서는 쉬었음 청년을 취준-적극형, 취준-소극형, 이직-적극형, 이직-소극형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2022년 통계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이직-적극형'(57%)이었다.

· 이직-적극형 청년들은 "이전 직장보다 나은 조건·경력 등"을 위해 퇴직했고, 재취업 계획은 있지만 바로 진입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 쉬었음 청년 증가의 장기적·구조적 원인은 노동시장 미스매치, 기업들의 수시·경력 채용 경향, 전반적인 이직 증가 등이다. 단기적 원인으로는 코로나 시기 확대되었던 간호, 배달 일자리의 축소와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청년들의 ‘쉬었음’ 유입이 있다.

▲2022년 청년 쉬었음 유형별 비중 – 기재부의 분류에 따르면 '이직-적극형'이 57%, '이직-소극형'이 21%를 차지했다.

<2024년 12월 2일 한국은행,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의 배경과 평가>

· 최근 나타난 쉬었음 증가는 첫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이 아니라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했다.

· 최근 1년간 증가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중 자발적 사유로 쉬게 된 노동자는 28%였고 비자발적 사유가 72%를 차지했다. 비자발적 사유의 청년 '쉬었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

·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은 주로 중소기업(300인 미만), 대면서비스업에 근무했다. 도소매, 숙박음식업 같은 대면서비스업뿐 아니라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등 IT 관련 업종에서도 청년층의 비자발적 쉬었음이 늘어나고 있었다.

· 청년층 고용의 질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비자발적 이직에 의한 노동시장 이탈은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자리에서 주로 나타났"다.

· 또 비자발적 쉬었음으로 이동한 지 1년이 지나면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50% 내외로 하락했다.

▲청년층 이직사유별 쉬었음 인구 – 2023년 4분기부터 최근까지 자발적 사유의 '쉬었음'도 증가했지만 비자발적 사유의 '쉬었음'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모습이 보인다. 출처: 한국은행 블로그

<2025년 3월 11일 발표, 한국고용정보원의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한국노동연구원의 수도권과 지역 간 청년 일자리 격차 조사>

· 1년 이상 쉬었음 상태를 경험한 청년들의 87.7%가 과거 근로소득 경험이 있었다. 이들의 마지막 일자리는 제조업(14.0%)과 숙박·음식업(12.1%) 등의 소기업(42.2%)에 집중되어 있었다.

· 장기 쉬었음 청년들의 마지막 일자리를 기업 규모별로 분류하면 '소기업/소상공인' 비중이 높았다. 평균 임금 수준은 200만 원 이상~300만 원 이하였고 근속기간 평균은 17.8개월이다(근속기간은 '6개월 미만'과 '1년~2년 미만'이 많음).

·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일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쉬었음에 머무는 비중이 높았다.

· 2018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취업자 격차 비율은 2020년 31.7%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정보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 취업자 수에서 지역 격차가 크다.

▲장기 '쉬었음' 청년의 마지막 일자리는 '소기업/소상공인' 비중이 높다(42.2%). 출처: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25.03.11)

이 자료들을 종합해서 그림을 그려보자. 현재 쉬었음 청년의 절반 이상은 고졸 이하 학력이고, 70% 이상은 직장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쉬었음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자발적 쉬었음보다 비자발적 쉬었음이 더 많이 늘고 있는데,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 중 다수는 대면서비스 업종의 소규모 사업체에 종사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보다는 대학교 졸업예정자(연 55만 명)와 직업계고 청년(8만명)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턴이든 뭐든 일단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게 만든다. 올해 '졸업생' 대상 예산 175억 원이 새로 배정되긴 했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기존의 도약장려금과 국민내일배움카드 외에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통계상 쉬었음 청년의 전형인 '제조업이나 숙박음식점업에서 평균 17.8개월 일하다가 쉬었음이 된 청년'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리 사회와 언론이 만드는 쉬었음 청년의 이미지는 일정한 조건을 갖추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청년들이다. 김문수 장관의 머릿속에도 "국세청에 소득 신고 한 번 해본 적 없는 졸업생들"이 있다. 제조업에 관해서는 청년들이 "공장에 가기 싫어해서"라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통계 수치는 고졸 청년들과 비수도권 제조업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져야 함을 가리킨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고졸 청년들이 소규모 제조업체에 갔다가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도권 청년들이 대면서비스업 일자리를 구했다가 그만두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조업과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가리지 않고 비자발적 실직이 늘고 30대 경력직끼리도 구직 경쟁이 붙는 심각한 상황인데 과거와 똑같은 해법으로 대응이 가능할까?

담당 공무원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청년 취업 관련된 정책을 다 모아놓으면 가짓수가 정말 많다. 빈 일자리 지원금 같은 정책은 당장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기재부가 이것도 아까워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매칭 서비스, 심리상담 같은 나열식 청년 정책은 한계가 있다. 기업의 경력직 채용에 대응해서 모든 청년에게 인턴 방식으로 '일 경험'을 시켜준다 해도 그 청년들 사이에 다시 경쟁이 붙는다.

정부는 '한국형 일자리 보장제'를 내놓으면서 EU의 '청년 일자리 보장제(Youth Job Guarantee)'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EU의 일자리 정책에는 일자리의 '질'이라는 개념도 포함된다. EU에서는 미래 사회 원칙으로 '더 많은, 더 나은 일자리(more and better jobs)'라는 고용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고용의 안정성, 임금 충분, 작업환경 안전, 안전망(4대보험 제도화)과 노동권의 4가지를 갖추면 어떤 일자리든 좋은 일자리가 된다는 개념이다. 일자리의 양을 늘리기 위해 EU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2030년까지 20~64세 인구의 80% 이상이 고용되도록 한다는 목표도 세워놓았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중시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ILO에서 정한 '괜찮은 일자리'의 요건도 비슷하다. 적정 소득, 고용 안정성, 일터의 안전. 한국 청년들에게도 이처럼 '좋은 일자리' 또는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지금보다 많이 주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일자리라면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일 것이다.

한국은행은 "청년층 고용의 질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단 청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단시간 노동의 증가, 미스매치… 다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이 문제 제기하는 부분을 잘 들여다보면서 일자리의 질을 챙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직장 갑질과 임금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하청노동자의 무권리 상태, 가짜 3.3 고용과 교육생 임금 착취 같은 문제들은 노동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동시에 청년들의 이탈에 일조한다. 김문수 장관이 정치적 발언은 줄이고 이런 현안들에 더 관심을 가지기를 권한다.

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조선일보 “여야, 내각 총탄핵과 내란죄 고발 막장 충돌”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줄탄핵 협박, 내란죄 고발…선고 지연에 이성 잃은 정치권”

한겨레 “헌정 파괴 대통령이 넉달 가까이 국가원수 유지” 한국일보 “‘윤 대통령 복귀 프로젝트’ 의구심”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03.31 07:47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마 재판관을 1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국무위원 연쇄 탄핵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내각 줄탄핵을 하겠다는 것은 국헌 문란이라며 3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초선 의원 등 72명을 내란 음모 및 내란 선동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이미 지난달 25일에 변론이 종결됐는데도 선고는 미뤄지고 있다. 탄핵 심판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2월14일부터 이미 100일이 넘어갔다.

31일 주요 일간지는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현안을 1면에 담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린 탄핵 심판 선고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야 ‘탄핵 선고’ 총력전>

국민일보 <늘어지는 헌재 선고 여야 강경파만 득세>

동아일보 <늦어지는 尹 선고에 與서도 “이번주 매듭 지어야”>

서울신문 <“마은혁 임명 1일 데드라인” “줄탄핵 땐 野 해산”>

세계일보 <與 “馬미임명 땐 중대 결심” 與“내각 전원 탄핵은 내란”>

조선일보 <“내각 총탄핵” vs “野 내란죄 고발” 정국 충돌>

중앙일보 <윤 선고 늦어지자 야당, 한덕수 재탄핵 시동>

한겨레 <끝내 4월…윤 탄핵심판 선고 ‘마지노선’도 불안>

한국일보 <국정마비 불사한 與 ‘마은혁 배수진’>

더불어민주당이 3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다음달 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 후보자를 4월1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31일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야 ‘탄핵 선고’ 총력전>에서 “‘중대결심’은 한 권한대행을 다시 탄핵소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자 야권이 가용한 모든 카드를 동원하는 총력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4면 기사 <“민주당 해산” “내각 줄탄핵” 헌재 바라보다 격해진 여야>에서는 “헌재가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후 한 달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당연히 탄핵 인용이라고 관측하던 야당의 초조함이 강경 대응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 후 탄핵 기각·각하 투쟁을 하는 탄핵 반대파에 당의 무게추가 쏠리면서 민주당에 대한 대응이 격해지고 있다. 전략적으로는 더 이상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기 어려워지니, 민주당 집권의 정치적 리스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31일 경향신문 4면.

한겨레는 1면 기사 <윤석열 탄핵심판 4월18일 넘기는 ‘최악 경우의수’ 우려까지>에서 왜 탄핵 심판이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이 4월로 넘어올 정도로 평의가 길어지면서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커, 결정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막바지 쟁점 정리 과정에서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누군가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썼다.

이어 “지난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에선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헌재는 전혀 힌트를 남기지 않았다. 되레 5(기각)대 2(각하)대 1(인용)로 재판관들의 ‘분화’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마은혁 재판관이 채워지지 않은 ‘8인 체제’에서 5 대 3으로 갈려있다면 쉽사리 마침표를 찍어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한겨레는 “4월까지 밀린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의 마지노선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이라며 “4월10일은 두 재판관 퇴임 전 ‘8인 체제’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정기 선고일이다. 헌재는 변론이 종결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 사건도 ‘8인 체제’에서 결론을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예상했다.

▲31일 한겨레 1면.

국민일보 “선고 늦어지면서 강경파들 득세…모두 사활 걸고 초강경 대응”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여야가 모두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1면 <늘어지는 헌재 선고… 여야 강경파만 득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3월 선고가 불발됐는데 헌법재판소는 말이 없자 여의도엔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득세하고 있다”며 “헌재 결정이 늦어지는 배경으로 헌법재판관들 간 탄핵 인용과 기각·각하 의견 충돌설마저 제기되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서로 고소·고발을 예고하는 등 정치가 스스로 사법 종속성을 키우는 사이 중도 민심은 갈수록 정치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신문도 1면 기사에서 “헌법재판소 선고 지연에 정치권도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1면 역시 “여야 지도부 모두가 강경론에 휩쓸려 들어가는 추세”라며 “결국 문제 해결이 정치인의 ‘입’보다 사법부의 ‘판결’로 결정되고, 이마저도 진영논리로 해석되며 싸움만 거듭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더 큰 이유는 ‘윤 대통령 복귀 프로젝트’라는 의구심”

한국일보는 1면 <국정마비 불사한 野 ‘마은혁 배수진’>기사에서 왜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재판관 임명에 집중하는지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한 대행이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건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재차 탄핵으로 압박하는 건 과도한 조치로 비친다”며 “탄핵 사유도 앞서 ‘헌법재판관 미임명’으로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실제 탄핵에 나선다면 상당한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건 마 후보자 임명에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우선 위헌 상태 해소를 이유로 든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 대행 탄핵을 다시 추진해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 썼다. 또한 “더 큰 이유는 ‘윤 대통령 복귀 프로젝트’라는 의구심”이라며 “현재 1명이 공석인 8인 체제에서 재판관 2명이 빠진다면 6명으로 줄어 헌재는 탄핵 결정에 필요한 7명조차 채울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5면 기사에서 “마 후보자가 임명된다 해도 윤 대통령에 대판 ‘조속한 파면 선고’를 장담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 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정식으로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뜩이나 늦춰진 선고에 대해 헌재가 또다시 지연할 명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31일 한국일보 5면.

조선일보 사설 “여야 극단적 대립…멈추지 않으면 통제 불가능한 위기 닥칠 수도”

사설에서도 대부분의 언론이 여야 모두 극단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31일 사설 <‘내각 총탄핵’과 ‘내란죄 고발’이라는 막장 충돌>에서 “한덕수 대행의 복귀 이후 정부가 내각을 재정비하고 여야가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도 부족한 상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시 내각 총탄핵과 내란죄 고발이라는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통제 불가능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31일 조선일보 사설.

또한 조선일보는 이날 <충돌 점점 격화되는데 100일 훌쩍 넘긴 헌재 재판> 사설에서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런 혼란을 종식시키려면 이제는 헌재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 약 4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잠식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줘야 한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와 다른 결론을 원한 상당수 국민은 실망하고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견뎌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정치적 불투명성이 사회 균열과 경제 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이미 사방에서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 <줄탄핵 협박, 내란죄 고발…선고 지연에 이성 잃은 정치권>에서 “탄핵 찬반 시위대의 대립이 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정치권은 자중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나가고 있다”며 “자칫 갈등을 부추기다가 헌재 선고가 임박할수록 인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집회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도 빚어질 경우 정치권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탄핵 심판과 관련한 사설을 쓰지 않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헌재는 ‘망국적 헌정 위기’ 직시해야>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으로 헌정을 파괴한 대통령이 넉달 가까이 국가원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또 다른 헌법질서의 파괴”라면서 “한덕수 권한대행도 망국적 사태를 막기 위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 지난주 한 대행 탄핵심판 선고에서 헌재는 국회 선출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는 다수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파국 치닫는 정국, 한덕수가 마은혁 임명해 결자해지해야>에서 “현 상황에서 사태 수습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 대행에게 있다. 헌재 결정 취지대로 마 후보자를 임명해 위헌적 상황을 해소하면 된다”고 전했다. 다만 경향신문은 “만약 국무위원 전원의 탄핵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무정부 상태가 되고 국가적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또한 과연 내란 극복을 위한 책임있는 자세인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경향신문 사설.

최악의 산불에 진화 시스템은 후진적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경남과 경북 지역에 퍼진 산불이 발생 열흘 만에 꺼진 가운데, 언론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며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고 전했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1면에 <75명 사상·주택3379채 전소…역대 최악 ‘산불 참사’>, 동아일보도 1면에 <불은 잡혔지만 냉바닥 쪽잠 청하는 5581명>, 한겨레 1면 <갈수록 커지는 산불 인력도 장비도 못 따라간다>, 한국일보 1면 <‘괴물 산불’ 예측하고도 당했다> 등의 기사를 배치해 이번 산불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구조를 지적했다.

관련기사

한겨레는 1면에 ‘최악 산불 무방비 한국’이라는 주제의 기획 기사를 배치, 후진적 진화 시스템을 살펴봤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이번 산불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대형 살수 헬기 부재, 낡은 장비, 고령의 진화 인력 등 진화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또 시골 마을 고령층과 농촌 취약 계층이 큰 피해를 보게 돼 지역 불균형 문제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31일 한겨레 6면.

한국일보 역시 1면에 <괴물 산불 예측하고도 당했다>에서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연중화, 대형화에 대비하기 위해 산불 대응체계 강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이행률은 낙제점에 가깝다”며 “더 문제는 산림청 등 재난당국이 기후변화에 따라 대형화·연중화하는 산불의 가공할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