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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1일 금요일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직접 폭로한 ‘대통령실발 외압’ 전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3.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경위를 초동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가안보실장’을 직접 거론하며, 대통령실(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로 이어진 외압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7월 31일) 국가안보실에 나가 있는 해병대 대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장관님 결재본을 좀 보내줄 수 없느냐? 안보실장에게 보고해야 된다’는 말을 전하길래 ‘수사 중인 사안이고,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 해병대 사령관이 주관한 자체 회의 간에도 해병대 사령부 정책실장으로부터 ‘안보실에서 이러한 수사 결과를 보기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저는 그 자리에서도 그 사항은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이후 사령부 본청에서 수사단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에 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안보실에서 계속 요구하는데, 수사 서류를 보내줄 수 없다면 다음 날 있는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좀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을 해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브리핑 자료를 보내줬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지시 역시 거부했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윗선으로부터 구체적 사안과 관련해 어떤 외압을 받았는지와 관련해서는 “사단장을 (피의자에서) 직접적으로 빼라고 지시받은 건 없다”면서도 사단장을 빼라고 묵시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와 관련한 박 전 단장의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에게 ‘이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피의자를) 한정하면 좋겠다’고 하길래, 제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이야기 하느냐’고 되물었다. 거기에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저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충분히 직간접적으로 과실 혐의가 있는 것이 수사 결과 확인이 됐고, 그러면 ‘광의의 과실’로 봐서 충분히 경찰에서 합리적인 판단과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이첩하면 타당하겠다는 제 의견을 이야기했다. 결론적으로 직접적으로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는 없었지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는 의미는 사단장을 묵시적으로 빼라는 의미로 느꼈다. 그래서 계속 대화가 길어지니, 제가 ‘그러면 사단장을 빼라는 이야기냐’고 되물은 적도 있다. 거기에 법무관리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박 전 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의 해당 통화 내용을 같은 자리에 있던 수사단 구성원들도 스피커폰을 통해 모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관리관과 총 5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사실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분명히 얘기했다. ‘관리관님, 지금 하시는 말씀을 저는 외압으로 느낀다. 그리고 제3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으냐?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하면 좋겠다’고 직접 통화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 국방부 차관의 지시를 전달받은 경위와 관련해서는 “사령관이 집무실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차관님 지시사항’이라고 읽어줬다. ‘혐의자에서 빼라’,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 용어를 쓰지말고 조사라는 용어를 써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느냐’라고 문자가 온 걸 읽어주고는 고뇌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령관은 휴대폰이 두 개다. 개인폰도 있고 직책에 따라 비밀통화를 하는 폰도 있다. 그 두 개의 폰을 포렌식 해보면 이 부분은 더이상 논란이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3.8.11 ⓒ뉴스1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최초 수사 관련 보고를 받을 때 외압을 인지할 만한 발언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 그 자리에서 보고를 다 받고 ‘사단장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이 질문에 해병대 사령관이 ‘과실에 대해 구체적인 물증 및 정황이 있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해서 수사할 사항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거기에 장관은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최초에는 이첩 서류에 적시된 내용에 동의했다가, 이후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은 이후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단장은 외압을 인지하고 난 이후 해병대 사령관이 배석한 상태에서 대책회의를 한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7월 31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 오후, 저녁까지 회의를 계속했다. ‘국방부로부터의 외압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회의가 있었다”며 “국방부에서 원하는 대로 했을 때 우려되는 사항들을 요약해서 추가 보고까지 했고, 사령관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해병대 자체에서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을 했고, 장관님께 보고된 문서를 우리 스스로 변경하는 것은 수사의 축소·조작일 수 있고,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 해병대가 정직한 군이라는 이미지에 큰 손상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방부 조사본부로 올리자는 건의를 드려서, 국방부에서 재검토해서 그 결과를 경찰로 이첩하면 좋겠다’고 건의를 드렸다”며 “만약에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빨리 경찰로 이첩하는 것만이 해병대가 정직한 조직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계속 건의를 드렸고, 논의하는 시간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전 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이 집단항명수뢰 혐의 수사 근거로 언급하는 ‘사령관 보류 지시 거부’와 관련해서는 “저는 사령관 명을 생명처럼 생각한다. 사령관은 명시적으로 보류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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