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준 객원기자
- 승인 2023.08.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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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북러 협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계기는 ‘전승절’이었다. 북은 미국이 정전협정에 사인한 것을 미국의 패배로 간주하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한다. 특히 올해는 ‘전승 70돐’이 되는 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의 ‘전승절’을 축하하는 대표단을 북에 파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들 대표단을 각각 두 차례씩 접견하고, 전승을 축하하는 공연과 보고대회, 열병식 등 여러 자리에서 만나 북중, 북러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표단은 각각 2박 3일, 3박 4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군사대표단 보낸 푸틴, 친서와 축하 연설문 보내 친선 과시
먼저 도착한 것은 러시아 대표단이었다. 7월 25일 러시아의 대표단을 실은 비행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러시아 대표단장은 국방장관 쇼이구였다. 푸틴은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보냈다. 쇼이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푸틴의 친서와 ‘조선 인민’에게 보내는 푸틴의 축하 연설문을 소장하고 있었다.
군사대표단장답게 쇼이구는 방북 일정 내내 군복 차림을 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7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쇼이구는 푸틴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를 관람하고, 오후엔 북러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27일 오전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담화를 진행한 이들 대표단은 전승 기념 보고대회, 연회, 열병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27일 밤에 귀국했다.
주목해야 할 몇 가지 대목이 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과 쇼이구 국방장관이 2박 3일 일정 동안 만나 나눈 대화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국방 안전 분야와 지역 및 국제환경에 대해 토의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 특히 국방 안전 분야에서 두 나라의 전략 전술적 협동과 협조를 강화하는 문제를 토의한 것으로 보아 향후 북러 군사 협력이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이는 수준 떨어지는 주장이다. 그들 주장대로 무기 지원을 논의할 요량이면 굳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올 필요가 없다. 양국 군사 담당 실무선에서 비밀리에 논의하면 그만이다.
다음으로 7월 27일 전승 기념 보고대회에서 푸틴의 전승 축하 연설문이 낭독되었다는 사실이다. “조국해방 전쟁에서의 조선 인민의 승리 70돐에 즈음하여 충심으로 되는 축하를 보낸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푸틴의 축하 연설은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직면하여 친선과 선린, 호상 방조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귀중히 여기고 풍부화해나가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푸틴의 연설문에는 “국가들의 자주권과 민족적 리익의 존중에 기초한 진정으로 다극화되고 정의로운 세계질서 확립을 저해하는 서방 집단의 정책에 맞서 나가려는 우리의 공동의 리해 관계와 결심”이 피력되어 있다.
2019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여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고, 북러 사이의 전략적 협력을 긴밀히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이후 코로나로 인해 북러 사이에 실질적 교류 협력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북러 양 정상은 양국의 국경절 등을 계기로 하여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전략적 협조를 더욱 긴밀히 할 것”을 다짐해 왔다.
북러 정상이 합의한 전략적 관계의 복원이 이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중국, 시진핑 친서 휴대한 당과 정부대표단 보내 전략적 협력 의사 피력
중국의 대표단이 도착한 것은 러시아 군사대표단보다 하루 늦은 7월 26일이었다. 러시아가 군사대표단을 보냈다면 중국은 당과 정부 대표단을 보냈다. 중국공산당의 정치국 위원이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인 리홍충이 단장이었다. 리홍충 역시 시진핑의 친서를 들고 왔다.
7월 26일 밤과 7월 28일 두 차례 중국대표단을 접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중 친선을 매우 중시하는 (시진핑) 총서기 동지의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중국 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확언했다. 김 위원장과 중국대표단과의 담화 주제 역시 국제 정세와 두 나라 협력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북중 친선을 강화하고, 두 나라 군대의 우의와 협조를 확대 발전시키며, 지역 및 국제적 문제에서 견해 일치를 이루었다.
북의 정부와 당은 7월 26일 중국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개최했다. 연회에서 북측 연설자로 나온 김성남 당부장은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의 헌신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중국측 연설자로 나온 리홍충 단장은 두 나라 최고지도자가 이룩한 중요 공동 인식을 관철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과 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를 피력했다.
2018년과 2019년 북중 정상은 다섯 차례 회담했다. 2019년 6월의 다섯 번째 정상회담은 시진핑의 방북이었다. 14년 만에 북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노동신문에 “중조 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자”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실어 조중 친선을 강조했다. 특히 “전략적 의사소통과 교류의 강화”를 강조하여 북중 관계를 더욱 강화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번 ‘전승절’ 계기 중국대표단의 방북은 지난 시기 북중 양 정상이 합의한 전략적 협력을 본궤도에 올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사실상 특사 역할의 중러 대표단, 반제 자주를 위한 북중러 협력의 계기로 작동할 듯
중러 양국 대표단은 자기 나라 정상의 친서를 휴대하고 방북했다. 이들은 모두 2차 이상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접견했고, 회담을 진행했다. 전승을 기념하는 보고대회와 대공연 그리고 열병식에 초대받아 김정은 위원장의 좌우에 자리를 잡았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자신의 특사를 파견한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들을 특사로 대우한 셈이다. 시진핑과 푸틴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친서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친서 모두 2019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중, 북러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하는 의사가 담겨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세계 질서가 요동치고, 지구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정면에서 거부하고, 미국과 전략적 대결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 반제국주의 반미 국가들이다. 이들의 지향은 다극 질서의 구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대만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진행되거나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고, 이에 결탁한 친미 사대적인 한일 정치세력이 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중러 관계의 복원을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의 심화로 전망한다. 틀린 전망은 아니다. 다만, 한미일 관계와 북중러 관계는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일 관계는 제국주의 전횡과 전쟁을 위한 협력 관계이다. 이는 미국 일극 패권 유지를 지향한다. 북중러 관계는 반제와 자주를 위한 협력관계이다. 이는 다극 질서를 지향한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은 반제 자주 세력과 제국주의 패권 세력의 대결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 대결은 필연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향해 치닫게 된다.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 북러 사이에 논의된 공통된 주제 중 하나가 국방 안전 문제, 양국 군대의 협력 문제였다는 것은 한미일의 군사적 대결 정책에 맞서 북중러 역시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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