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예리 기자
- 입력 2023.08.2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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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논조 막론 비판
오염수 방출 뒤 일 “삼중수소 문제없어”…수입금지 명분 우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해 이전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관련 이력을 이유로 밝히면서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28일 아침신문들은 논조를 막론하고 국방부 입장을 반박하며 비판 관점으로 보도했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 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에서 (이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5인 중 홍범도 장군(1868~1943)의 1920년대 소련 국적 취득 및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신문들에 따르면 홍 장군을 비롯해 김좌진·이범석 장군 등 5인 흉상은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아 육사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설치됐다. 홍범도 장군의 건국훈장 추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 이뤄졌다. 1920년 봉오동 전투에 이어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당시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받아들인 독립운동가가 상당수 있었다.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해 북한 정권 수립과도 관련이 없다”며 “1962년 박정희 정부가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하는 등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홍 장군을 독립영웅으로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3면 <박정희도 훈장 추서했는데…독립영웅에 빨갱이 프레임> 기사에서 정권을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홍범도 장군을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지도자로 꼽아온 기록을 다뤘다. 홍범도 장군은 평양에서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포수 생활을 하다 구한말 의병에 참여했다. 홍 장군은 1920년 간도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승리를 거뒀다.
1922년 당시 54살인 홍 장군은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서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고 59살인 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 그는 1937년 소련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해 말년에는 극장 수위 등으로 일하다 1943년 순국했다.
한겨레는 “2020년 9월 국방부가 만든 ‘독립전쟁과 홍범도’ 책자를 보면 ‘1922년 당시 54세의 홍범도는 조선독립군 대장 명의로 레닌을 면담”했다며 “홍범도는 ‘한국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레닌에게 요청했다‘고 적혀 있다”며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에게 남북 분단 이후 고착화된 ‘빨갱이 프레임’을 적용하는 게 무리”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홍범도 장군의 공을 인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해군의 1800t급 최신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하기도 했다”며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볼셰비키당에 입당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이 그를 일본인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시켰고, 홍범도 장군은 해방 이전인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타계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그 자리에 친일 이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 동상을 설치하고 한미동맹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사설 ‘친일 이력은 지워주면서, 독립영웅에 이념 딱지 붙이는 정부’에서 이를 두고 “‘좌파 경력은 어떤 이유로도 안 되고 친일은 된다’는 이중성은 더욱 개탄스럽다”며 “흉상 건립이 검토되는 백선엽 장군은 6·25 당시 다부동전투에서 북한군을 격멸한 전과가 크지만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사실이 드러나 이명박 정부가 친일행위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록을 지웠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국가보훈부는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국립현충원 안장기록에서 삭제했다”며 “친일 행적은 가볍게 보고 반공 행적은 무겁게 강조하는 등 편의적·선택적인 역사 해석”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공산주의 활동 경력’을 문제 삼은 국방부 입장을 놓고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해방 정국에서 남로당 조직책으로 활동하며 육사 전신인 국방경비대 제1연대 장교양성소를 좌익 장교들의 온상으로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 흔적도 지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결국은 모두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건국절 제정,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확립된 ‘해방 전 독립운동’의 공감대마저 깨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도 철거돼야 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진수한 잠수함 ‘홍범도함’(1800톤급) 역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해 항일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폄하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편협한 이념 잣대로 국군의 정통성과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철거 논란을 ‘여야 공방’으로 다뤘다. 서울신문은 “야당이 ‘독립 영웅들에게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여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며 며 홍준표 대구시장의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만들 하라”는 페이스북 발언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경력만 문제 삼는 것은 이념적”이라고 밝히면서도 전 정부가 친일 이력을 이유로 백선엽 장군 기록 삭제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판하면서 앞서 신문들과 다른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공산당 가입이) 소련 치하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고 1937년엔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때 건국훈장을 추서받았고 2021년 유해가 봉환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가 (이번 방침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며 “육사 교정에 있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휘호석은 철거해 인근 야산으로 옮기고 육사 홈페이지에서 백선엽 장군 웹툰을 삭제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따라 역사를 줄 세우는 시도”라고 했다.
오염수 방출 시작, 일 “삼중수소 문제없어”…수입금지 명분 우려
신문들은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뒤 일본 정부 입장과 국내 정치권, 각국 주민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27일에도 오염수를 방출한 주변 바닷물과 인근 해역에서 잡은 물고기 표본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당은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수입 금지를 해제하지 못하게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전국 곳곳에선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한국일보는 일본 수산청이 26일 후쿠시마 1원전에서 4~5km 떨어진 앞바다에서 잡인 광어와 성대 각 1마리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염수 방류의 초기 영향에 불과하고, 다른 방사능 물칠 방출 우려도 여전하다”며 “중국은 정부 차원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이어 민간에서도 전면적 ‘노 재팬 운동’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논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를 내세워 수산물 수입 규제를 해제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2013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자 후쿠시마 주변 8개 지역 모든 수산물과 인근 14개 지역 27개 품목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겨레에 “오염수 방류에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으면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돼 ‘수산물 안전을 확신할 수 없어 수입을 규제한다’는 법적 논리가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7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집회는 일본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일본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동 주최했다.
한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이 시작된 뒤로 대형마트와 시장 등에서 건해산물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국민일보도 “건어물과 냉동생선이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며 “주말에 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오염수 방류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소 1주일은 지나봐야 영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상인 말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를 “괴담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광우병, 사드 괴담 때처럼 지금의 괴담 정치도 머지않아 진실은 드러날 것이나 (그때는 이미) 무책임한 괴담 선동으로 선량한 어민, 수산업자들이 피눈물 속에 생계를 위협받은 뒤”라며 민주당이 어민 등의 피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28일 현행법과 달리 후쿠시마산 식품을 특정해 수입을 금지하도록 명시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 사용, 조리된 식품에 위해 우려가 있으면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행법은 이들 식품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위해가 없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에선 일본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각종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와는 별개로, 중국인들 스스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고 일본 여행도 취소하는 등 민간 부문의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번질 기세”라며 “일본 정부는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일본어 사용 자제'를 권고하며 우발적 사태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는 등 예상 밖 거센 반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겨레는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조처를 취했다. 이후 중국 주민들도 일본산 제품 불매 및 여행 취소에 나서고 있다. 소금 사재기와 해산물 섭취 중단에 이어, 일본산 화장품 불매운동과 일본 단체여행 취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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