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9] ‘미싱’과 ‘마징가 제트’
영어가 일본을 거쳐 오면 이상한 발음으로 변하는 습성이 있다. 우리말에는 이러한 말들이 참으로 많다. 일제강점기에 학교를 졸업한 우리 앞 세대가 쓰는 말 가운데는 이런 표현이 많았다. 남포불로 밤을 밝혔고, 후에는 5촉 짜리 전기 ‘다마’를 갈았다. 우리 바로 앞 세대는 손톱깎기보다는 ‘쓰메기리’라는 말이 더 편했던 것 같다.
필자도 5학년까지는 ‘벤또’에 ‘다꾸앙’ 반찬을 넣고 다녔다. 그 후로 도시락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당시엔 재봉틀이라는 말보다는 ‘미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미싱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없다. 영어로 ‘sewing machine’를 일본어로 표기한 것이다. 앞에 있는 ‘바느질’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기계라는 ‘machine’이 ‘mishin’으로 바뀌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오호 통재라!
예전에 유행했던 만화 영화 ‘마징가 제트’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하면 ‘machiner z’가 요상한 발음으로 전래된 것이다. ‘마징가’는 국적 없는 단어다. 원래는 ‘기계 인간’이라는 의미로 쓴 것이겠지만, ‘machiner’는 ‘기계공’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언어 하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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